“매일매일 책읽고 글쓰는데 내가 무위도식 한다고?”

“한 때 물결이 닿았던 맨땅 위로 밀물 든 자국 켜켜한 물가엘 갔는데요/ 오랫동안 밀려온 허접스레기들이 헛청처럼 쌓였는데요/ 삭은 나무 밑동 같은, 풀어진 지푸라기 같은, 무리지어 흩어진 민들레 홀씨 같은 얼굴도 보이는 데요-밀물 든 자리 中”

허장무 시인(60)이 최근 시집 ‘밀물 든 자리’를 펴냈다. (문학과 경계사) 음성에서 태어난 시인은 83년 ‘시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30여년 남짓 교편을 잡았다. 시집으로는 ‘바람 연습’이 있다. 시인은 “두번째 시집을 내는데 이순의 문턱에 닿았다. 다시 또 시집을 낼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시는 더 멀리서 자주 글썽이고, 그래서 시는 운명 같다”고 말한다. 시인의 시 ‘무위도식(無爲徒食)’을 보면 그의 요즘 근황이 잘 드러난다. “사람들은 나보고 왜 무위도식 하느냐고 한다/ 매일매일 책 읽고 글쓰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하는데/ 왜, 그 나이에 일을 만들어 해보지 그렇게 사느냐고 한다/ 선생 삼십여년, 명퇴하고 이제 내놓고 작가 노릇 좀 해보고 싶었는데 이건 도무지 일로 보이질 않나보다…”
시집은 제1부 그리운 세상과 제2부 보푸라기 그 가벼운 부유, 제3부 고요 시편, 제4부 내게 보낸 편지로 엮여 있다. 도종환 시인은 “그의 시는 고요하면서도 깊고, 맑고 투명하다. 또한 그의 시는 서늘하다. 섬세하면서도 군더더기가 없고 맑으면서도 애잔하다. 적막 없이는 그의 시를 읽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시인의 시세계는 지난 시간에 대한 과장된 미화보다는 고통과 상처를 추스르고 치유하려는 견인의 미학에서 완성되고 있다. 사라져 가는 어휘, 감각, 사물, 풍경을 일일이 공들여 시적으로 되살려 놓고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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