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뇌물공여 무죄판결,현장검증이 결정적 전환점

지난해 연말 제주에서 뇌물공여 혐의로 전격 구속돼 지역에 큰 파문을 일으켰던 (주)신라개발 이준용회장(60)이 법원에 의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고충정 수석부장판사)는 25일 이회장의 무죄와 함께 역시 이 사건에 연루돼 특가법상 뇌물수수혐의로 기소된 우근민 전 제주지사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이와는 반대로 이회장과 진실공방을 벌였던 도시개발조합 정모조합장과 이모이사, 그리고 용역회사 이모사장에 대해선 각각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지난 결심공판에서 이회장은 징역 5년, 우근민 전지사는 법정 최고형인 징역 10년을 구형받았다. 때문에 검찰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도내 대표적 기업인인 이준용회장은 북제주군 세화·송당온천지구 개발사업에 시공자로 참여했다가 지난해 11월 18일 조합 내부의 고소고발건과 관련해 제주지검에 출두, 참고인 조사를 받던중 전격 구속돼 파문을 던졌다. 이회장은 200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우근민 제주지사와 신철주북제주군수에게 각각 3억, 7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았었다.

이 돈은 그 해 5월 2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신라개발 본사에서 정조합장 일행에게 수표로 건네진 후 세탁을 거쳐 당사자에게 전달됐다는 게 검찰의 수사요지였다. 이 사건으로 무려 7명이 사법처리되는 등 제주 지역 최대 뇌물사건으로 번진 것. 하지만 당사자간 지루한 진실공방이 이어지면서 선고까지 무려 15차 공판이 이어졌다.

충청리뷰는 구속된 이준용회장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한다는 제보를 받고 제주 현지취재를 거쳐 이 사건의 전개과정에 문제가 많음을 인지, 계속 추적 보도를 해 왔다. 우선 뇌물을 현금이 아닌 노출이 가능한 수표로 줬다는 설정 자체에 의문이 간 것이다. 이회장은 그동안 공판에서 “선거 자금이 아니라 조합 용역비로 준 것인데, 이 돈을 자기들끼리 착복한 후 문제가 되자 돌연 뇌물로 둔갑시켜 나를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며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이 사건의 결정적 전환점은 지난 3월 20일 실시된 제주지법의 현장검증이다. 재판부는 당사자들의 진술이 자꾸 뒤바뀌면서 진실규명에 혼선이 빚어지자 “다툼의 당사자들에게 소명기회를 충분히 줄 필요가 있다”며 이 사건으로 구속됐던 4명을 모두 풀어주고 서울로 원정 현장조사까지 벌인 것이다.

그런데 이날 밤 늦게까지 진행된 현장 조사 초기부터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감지되기 시작한 것. 예를 들어 자금을 세탁했다는 은행에서는 조합장측이 담배박스에 현금을 담았다고 진술한 반면 은행측에선 현금 수송용 마대 외엔 절대 다른 것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해 엇갈렸는가 하면 당시 은행 동행자에 대해서도 당사자의 진술이 왔다갔다 했다.

아버지를 대신해 우근민 전 지사 아들이 돈을 전달받았다는 장소에 대해서도 위치 및 지형상 상당한 차이를 보여 많은 의문을 자아내게 했다. 이에 대해 검찰측은 공판에서 “3~4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기억의 한계상 진술이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쨌든 이번 뇌물사건의 공여 및 수수 혐의자가 모두 무혐의 처리됨으로써 관심은 과연 문제의 10억원이 어디로 흘러갔느냐에 쏠릴 수 밖에 없다. 이준용회장측은 이에 대해 시종일관 조합과 용역회사 책임자, 그리고 지역 실세로 알려진 모 지역방송사 간부가 나눠 착복했다고 주장해 왔다. 10억원이 용역비였다는 이회장측 주장과 관련해서도 당초 전체 사업비 970여억원중 무려 140억원이 용역비로 책정된 것에 많은 의문이 쏠리고 있다.
/ 한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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