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협회, 신문광고·유인물로 비난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그동안 임광수씨 연임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충북협회가 회심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충북협회는 지난 24일 도내 일간지에 일제히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광고를 실었다. 주로 협회와 임광수씨를 두둔하는 내용으로 채워진 이 광고는 엉뚱하게도 주변여론에 밀려 어쩔 수없이 차기회장을 맡겠다고 나선 정종택충청대학장(사진)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정종택학장과 관련된 광고 내용은 대략 이렇다.

‘최근의 차기회장 선출을 전후해서 벌어진 정종택충청대학장의 행보는 70만 출향인들을 분노케했다....회장이 되기 위해 선거운동을 한 사람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회장출마를 선언한 정종택씨 측만은 시·군향우회장 및 총무를 비롯한 본회 임원과 회원들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하면서 단순히 출마의 변을 표명하는 차원을 뛰어 넘는 과도한 언행으로 주변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또한 정종택씨 측은 시·군향우회장들에게 식사나 한번 하자고 직접 전화를 해서 함께 만찬을 한 후, 그 자리에 참석했던 7개 시·군향우회장이 마치 정학장을 지지하기로 결의한 것처럼 언론에 흘려 참석자들을 진노케하기도 했다.....정종택씨는 만나는 사람마다 본인은 회장을 안 하려고 하나 많은 시·군향우회장과 회원들이 출마를 강권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시·군향우회장과 70만 회원중 그를 추대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실명을 밝혀주기 바란다.’

내용으로만 보면 정종택학장이 마치 처음부터 회장 욕심을 가지고 처신한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정종택학장 추대를 주도한 한 인사는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신문광고를 통해 이런 식으로 사람을 매도할 수 있나”고 반문했다.

정학장이 충북협회 차기회장 수용의사를 밝힌 것은 이병도 재경 청원군민회장 등 순전히 충북협회정상화추진위원회측의, 말 그대로 강권 때문이다. 물론 정상화추진위는 임광수씨가 회장으로 재선출된 11일 대의원 총회 이후에 결성됐지만 정상화추진회 핵심 멤버들은 이미 정학장을 대안으로 설정하고 적극적인 접촉을 가져 온 것이다.

하지만 당시 정학장의 입장은 완강했고, 이 때문에 재경인사는 물론 지역의 뜻있는 인사들이 정학장 설득에 총체적으로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임광수 퇴진론자들이 정학장에 집착한 이유는 간단하다. 임광수씨 측이 자신에 대한 퇴진여론에 대해 항상 ‘마땅한 후임자’를 거론했기 때문이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신년교례회에서도 임광수씨가 용퇴의사를 밝혔지만 예의 ‘마땅한 후임자가 있으면’이라는 전제가 달렸다. 우리가 주장한 것은 임광수씨의 조건없는 퇴진이었는데 항상 이런 식이었다. 결국 마땅한 후임자가 없으면 또 맡을 수 있다는 얘기 밖에 더 되는가. 그래서 정학장을 추대한 것이다. 임회장측이 그동안 전가의 보도처럼 명분으로 내세우던 마땅한 후임자를 내세우기 위해서다. 우리는 당연히 임광수회장이 자신이 약속한 대로 마땅한 후임자가 나타난 이상 명예롭게 물러날 줄 알았는데 상황은 더 헷갈리게 전개됐다. 임회장 연임설이 더욱 불거졌고 이 때문에 우리측도 대의원총회를 앞두고 여러 회원들한데 우리의 입장을 적극 알리게 됐다. 이 과정에서 정종택학장도 본인이 차기회장에 나선 이유를 전화나 면담 등을 통해 밝히며 지지를 당부한 것으로 안다. 이게 전부인데 마치 우리가 무슨 흑심이나 가진 것처럼 매도하는 광고를 보니 충북협회의 현 주소를 적나나하게 알 것같다. 충북협회장이 말 그대로 명예직이기 때문에 회원들의 거국적 추대로 결정되면 얼마나 좋겠냐만 이 문제를 가지고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처지도 솔직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종택학장은 11일 대의원총회가 끝난 후 자신의 순수한 뜻이 왜곡되는 것에 실망한 나머지 충북협회 문제에서 완전히 손뗄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려다가 주변의 간곡한 만류로 철회한 상태다. 한 측근은 “여론 때문에 어쩔 수없이 총대를 맨 것인데 상황이 너무 형이하학적으로 변질돼 너무 안타깝다. 내가 화가 날 정도”라고 말했다.

대의원 총회에서 재선출된 임광수회장은 여론이 악화되자 결국 본인의 퇴진 의사를 재차 확인시켰지만 이 역시 실기했다는 비판이 많다. 그럴 뜻이 있었으면 11일 대의원총회 이전에 자신의 이런 입장을 확실하게 밝혔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임회장이 대의원 총회가 열리기 전에 본인이 약속했던 ‘용퇴’ 내지 더 이상 안 하겠다는 ‘퇴진’ 의사를 분명히 천명했다면 문제가 지금처럼 꼬일 이유도 없다.

충북협회의 한 회원은 “신문광고를 보면 임회장이 본회 임원회 때마다 새회장을 선출해달라고 당부했고, 지금까지 협회의 임원이나 대의원 등에게 차기회장을 다시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한 적이 결코 없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말도 안 되는 논리다. 그렇다면 대의원 총회 이전이나 총회 석상에서 ‘나는 더 이상 안 한다’ 혹은 ‘약속대로 용퇴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왜 안 했느냐고 묻고 싶다. 당시엔 임회장 연임설 때문에 언론 보도도 많았던 상황이 아닌가. 이 때 본인이 안 하겠다는 의사만 분명히 했어도 불필요한 논란은 잠재울 수 있었다. 우리가 현 충북협회를 못 믿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자기 변명과 합리화가 과연 누구 머리에서 나오는지 나로서도 궁금할 뿐이다”고 말했다.

임회장측은 11일 대의원 총회를 앞두고 임회장 연임설이 불거진 것과 관련, 퇴진여부를 묻는 충청리뷰 취재에서도 가타부타 얘기를 안 했다. 다만 당시 지헌정 임광토건 사장은 “회장님한테 물어 보니 지난해 신년교례회에서 한말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나는 안 할 것으로 안다”고 에둘러 말했고 박홍규 충북협회 사무총장은 “회장님이 시·군향우회장들한테 하는 얘기를 들으면 재임할 뜻이 있는 것같아 보이지만 확실히는 모르겠다”고 조심스럽게 답변했을 뿐이다. 이 때 이병도 청원군민회장 등은 임광수씨의 연임의사가 분명하다고 판단, 본격적으로 움직이며 세를 규합하기 시작했다.

충북협회 논란은 25일 정우택지사의 총회 불참선언으로 결정적 전환점을 맡게 됐다. 충북협회는 당초 예정된 28일 총회를 강행, 정지사를 비롯한 5·31 지방선거 당선자들에게 감사, 축하패를 전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지사는 “현 시점에서 도지사는 물론 부지사 참석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로 실무선을 통해 공개적으로 불참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지역의 한 인사는 “10년 묵은 체증이 한꺼번에 꺼지는 기분이다. 이번 도지사의 분명한 처신이 충북협회 정상화에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각에선 “그동안 충북협회의 행태로 볼 때 외부인사 초청없는 내부행사로 치를지도 모른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 한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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