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선사 농경과 소로리볍씨’ 주제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학자 참석

세계 最古의 볍씨로 알려진 청원 옥산 소로리볍씨가 국제학술회의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청원군은 17일∼21일까지 ‘아시아의 선사농경과 소로리볍씨’라는 주제의 제1회 국제학술회의를 열었다. 이 볍씨는 지난 94년 충북대박물관이 오창과학산업단지에 대한 지표조사를 하면서 발견되어 학계에 처음 보고됐고, 97년과 2001년 두 차례에 걸친 발굴조사를 통해 구석기시대 유적과 함께 토탄층에서 고대벼 18립, 유사벼 41립 등 모두 59립의 볍씨가 나왔다.

중국 옥섬암 유적보다 훨씬 앞서
이융조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1차 조사 때는 많은 양의 구석기 유적과 함께 넓게 펼쳐진 토탄층을 확인하였고, 여기에서 볍씨를 찾으면서부터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로부터 육종학·제4기지질학·연륜연대학 등의 자연과학자들이 합심하여 연구를 진행,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볍씨인 것으로 확인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날 발표에서 이교수와 우종윤 충북대박물관 연구관은 “미국 지오크론연구실과 서울대 AMS연구실에서 교차 검증한 결과 중부 토탄층에서 출토된 유사벼가 1만2500년전 것으로 토탄층과 볍씨의 연대가 일치했다. 따라서 지금까지 밝혀진 중국 강서성의 선인동 동굴에서 나온 1만500년전 볍씨와 중국 호남성 옥섬암 동굴유적 1만1000년전 것과 비교해 보아도 현재로는 가장 오래된 볍씨인 것으로 증명됐다”며 벼의 기원과 진화, 전파 등에 관한 중요한 자료를 제공해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중부 토탄층에서는 상당히 많은 잡초씨와 풀뿌리, 풀줄기 등과 같은 식물유체와 곤충자료들이 검출됐는데 이중 딱정벌레과는 애충시절 벼과식물의 줄기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밝혀져 볍씨 출토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덧붙였다.

흙으로 높게 싼 소로리 유적지
이어 허문회 서울대 명예교수는 ‘소로리 구석기유적 출토 볍씨의 형태적 고찰’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소로리 1, 2차 발굴에서 나온 벼는 일산에서 나온 벼와 크기와 모양이 비슷한 소위 고대형 벼로 현대 재배종에 비해 벼알의 어깨쪽이 약간 좁고, 가운데에서 끝쪽으로 약간 굵게 보인다”며 “비록 금강의 지류이기는 하지만 해안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해발 31m나 되는 내륙에서 매몰된 벼 알이 열대지방에 자생하는 다른 야생종들과 어떤 연관을 가지고 진화되었고, 그것이 자생한 것인지 아니면 재배되거나 운반된 것인지 앞으로 해명되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밝혔다.
또 嚴文明 중국 북경대학 명예교수는 옥산 소로리의 토탄층은 자연층인데 자연층에서 볍씨가 출토된다는 것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중부 토탄층의 연대 시기는 이미 홍적세 말기의 결속단계에 들어선 때다. A지구의 하부와 B지구, C지구 토탄층의 연대는 1만7000년에서 3만6000년까지 올라가는데 그 당시의 기후는 아주 추웠다. 그런데 토탄이 형성될 수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한편 소로리볍씨는 99년 중국에서 개최된 제3회 농업고고국제학술회의를 비롯해 2000년 필리핀 라스바뇨스에 있는 국제미작연구소에서 열린 제4회 쌀유전국제학술회의 등에 보고되어 많은 학자들에게 알려졌다. 학술회의에 참석한 학자들은 19∼20일 양일간 소로리유적과 충북농업박물관, 고양시 농업박물관,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관 등을 방문했다. 그러나 현장을 찾아가자 볍씨를 발굴한 뒤 소로리 유적지를 4m나 되는 흙으로 덮어 놓아 학자들은 높은 흙더미만 바라보고 갔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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