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은 교육청 냉난방 조달 시장점유율, LG 상대로 삼성 업어치기 한판승 ?

LG “지역연고업체에 이럴 수는 없어, 로비못한게 화근”
삼성 “기종선택은 순전히 기술적인 문제, 다른 이유 없다”
교육청 “제품상의 차이 없어 조달업체에 골고루 혜택”


에어컨 수요가 급증하는 요즘, 공교롭게도 지역에선 교육계의 냉난방기 조달을 놓고 말들이 많다. 교육청을 통해 학교에 공급, 시설되는 냉난방기와 관련 갑자기 특정업체 제품이 두각을 나타내자 이를 두고 갖가지 억측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도내 학교에 공급된 냉난방기는 조달품목으로 선정된 LG, 삼성, 캐리어 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각 사의 시장점유율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지금까지 충청북도교육청을 비롯한 도내 시·군 교육청 발주로 조달된 냉난방기는 총 1247대로, 이중 삼성 제품이 872대로 70%를 차지한 가운데 경쟁업체인 LG 제품은 고작 9%의 시장점유율인 108대에 머물렀다. 또한 지난해까지 거의 실적이 없던 일본 수입제품 캐리어가 266대를 납품해 전체의 21%를 차지함으로써 주목을 받았다. 똑같이 조달청 관급대상인 일반 관공서나 대학교와 비교해도 교육청의 특정 업체 편중이 두드러지고 있다. <도표 >

각 사의 이러한 실적은 예년과 비교할 때 근본적으로 판도가 달라진 것으로, 특히 교육청 납품의 선두주자였던 LG가 갑자기 소외된 것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2005년) 충북도내 각급 교육청의 냉난방 조달실적은 단연 LG가 선두를 달렸다. 한햇동안 조달된 전체 671대 물량중 LG가 461대 69%, 삼성이 210대 31%를 각각 차지했다. 대략 70%(LG) 대 30%(삼성)의 시장 점유율이었는데 이것이 올해 9%(LG) 대 70%(삼성)로 역전된 것이다. 그동안 LG측은 지역 연고성을 내세워 영업전략을 구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LG 관계자는 “물론 납품 실적은 해마다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업체 선정에 있어 공평무사해야 하는 발주처의 입장을 이해하더라도 우리를 이런 식으로 배척할 수는 없다. 지방자치 실시 이후 향토기업을 살리자는 게 지방자치단체의 하나같은 화두가 되고 있는데 이런 측면에서도 문제가 크다. 냉난방기 조달업체 중에서 우리만큼 지연연고성이 강한 업체가 어디 있는가. 당장 청주산업단지에만도 화학, 전자, 정보통신, 생활건강 등 LG 계열사가 수두룩하다. 지역에서 세금 한푼을 내도 우리가 더 낸다. 우리로서는 이번 일을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삼성의 갑작스런 신장도 그렇지만 다른 곳도 아니고 교육청에서 우리를 배제하고 일본 도시바 완제품인 캐리어를 택했다는 것은 국민정서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LG측은 올해 자신들의 실적 부진에 대해 그 원인을 ‘로비 부재’라고 단정, 많은 의문(?)을 자아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업계를 제대로 꿰뚫지 못하는 상태에서 외형상의 수치만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변했다. 그는 “냉난방기의 설치는 그 건물의 기능이나 용도, 효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결정한다. 상황에 따라선 건물의 설계 단계부터 특정 기종을 염두에 두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단순하게 조달 물량만으로 특정 업체 편중시비를 일으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정 회사 제품이 많이 쓰이고 말고는 순전히 기술적인 문제이지 로비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올해 괄목할만한 실적을 올린 캐리어측도 “그동안 후발주자로서 서러움을 많이 당해 왔고, 지금도 타사에 비해 실적면에서 현격하게 뒤지고 있는데 올해 몇건 했다고 해서 무슨 흑막이나 있는 것처럼 호도하면 곤란하다. 분명히 제품상의 차이는 있고, 우리는 품질과 성능을 무기로 소신껏 영업해 왔다. 매출 신장은 커녕 오히려 본사에서 총판 폐업을 으름장 놓을 정도로 여전히 고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도내 교육청의 냉난방기 발주물량은 대부분 청주 신설학교에 해당된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그동안 시장점유율이 컸던 LG는 한건도 못한 반면 상대적으로 삼성과 캐리어의 신장이 두드러진다.<도표>
신설학교의 경우 사업물량이 크다는 점에서 업체의 입장에선 사활을 걸고 수주전을 벌인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조달업체로 선정된 LG나 삼성 캐리어의 제품은 단가나 용량, 규격, 성능면에서 거의 대동소이하다는 것. 간혹 소음의 정도가 논란이 되는데 이 역시 미세한 차이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 견해다. 결국 학교 냉난방기의 조달은 교육청의 입김에 절대적으로 좌우된다는 것이다.

   
▲ 요즘같은 여름철엔 냉난방기에 대한 관심이 급증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도내에선 교육청 납품을 놓고 특정 업체 편중시비를 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국내 냉난방기 매이저사인 삼성과 엘지의 홍보물.
이에 대해 청주교육청 관계자는 “우리로서는 제품에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조달업체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신경쓰고 있고, 결코 이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각사 제품상의 특별한 차이점은 없는 것으로 안다. 소음관계에 대해선 간혹 이의가 제기되기도 하는데 이 역시 제품 선정에 있어 크게 영향을 미칠 사항은 아니지만 대체로 학교에선 삼성과 캐리어를 선호한다. 아직 이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없어 뭐라 말할 처지가 아니다. 올해 신설학교에 대해선 2 대 2대 1로 계획했기 때문에 현재 그대로 시행하고 있다.(주: 미정인 송절중학교 공사를 LG에게 맡기겠다는 의미) 사업의 발주나 조달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논란과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래 교육계의 공사관계는 잘 드러나지 않는 법이다. 때문에 눈먼 공사니 눈먼 돈이니 하는 얘기들이 나도는데, 공교롭게도 이번 일의 경우 교육감이 바뀐 상황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말이 많은 게 사실이다. 냉정한 내부 성찰이나 자체 조사가 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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