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섭정 시비로 협회갈등 부채질

일부 시민단체, “더 이상 방관 못해 이제 행동할 것”

   
▲ 정종택 학장
충북협회의 운영개선과 세대교체를 요구하는 회원들은 정종택충청대학장을 차기회장으로 옹립하기 위한 여론을 조성해 왔다. 당초 고사의 뜻을 굽히지 않던 정학장은 거국적인 지역여론에 결국 수용의사를 밝혔지만 지난 11일 대의원총회에서 무산됐다.

하지만 정학장 지지회원들은 대의원총회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임광수회장이 차점자인 정학장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명예롭게 물러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이는 임회장 스스로 “적당한 후임자가 나타나면 퇴진하겠다”고 한 약속에 기인한 것이다. 정학장은 국회의원 3선에다 장관을 무려 다섯번이나 역임했기 때문에 임회장이 공언한 ‘적당한 후임자’에 딱 떨어지는 인물이다.

이처럼 적임자가 나타난 이상 임회장의 연임은 원초적으로 명분을 잃고 있다. 이에 근거해 회원들은 임회장의 명예로운 퇴진을 전제로 정학장의 자연스런 승계를 주문해 왔다.

한 관계자는 “처음 정종택학장의 반응은 완강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다른 돌파구가 없잖은가. 과도기를 가장 원만하게 이끌어갈 분으로 그 분을 택했다.
사실 현재 상황에서 그 분만큼 흐트러진 충북협회를 바로 잡아 줄 사람도 없다. 그만한 역할을 할 것으로 믿고 회원들의 뜻을 모아 간청한 것인데 뜻대로 안 됐다. 하지만 충북협회와 충북을 위해 반드시 당초의 뜻을 꺾으면 절대 안 된다. 어쨌든 다음 회장은 무조건 정학장이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대의원 총회에서 재선출된 임광수회장이 연임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협회 내부는 물론 지역사회의 여론이 너무 악화됐기 때문이다. 적당한 후임자가 나타나면 용퇴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린 처사에 대해선 극단적인 비판까지 가해지고 있다. 일부 강경파들은 그동안 임광토건이 도내에서 벌인 각종 공사나 그랜드골프장 등 사업장까지 거론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충북도의 반응도 냉담하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출향인사들의 자발적 모임에 우리가 가타부타 관여할 사항은 아니지만 현재 여론을 보면 임광수씨가 계속 맡기는 사실상 어렵지 않겠는가. 원만한 해결이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회장은 이런 여론을 감안, 19일 이사회를 통해 물러날 뜻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그러나 후임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아 많은 궁금증을 낳고 있다.

이처럼 모종의 돌파구가 엿보이는 상황에서 또 갑작스럽게 돌발한 변수는 이필우 재경영동군민회장(75)의 회장출마 의사다. 이필우씨는 최근 모 일간지의 취재에서 “임광수회장의 부탁으로 회장에 출마키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대의원총회에서 5표를 받은 그는, 하지만 대의원총회 전까지만 해도 회장직에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는 당시 정종택학장과의 전화통화에서도 확인된 것으로, 이 때 그는 정학장을 돕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그는 대의원총회 전 본보 취재에서도 출마의사가 없음을 강조했다.

이필우씨의 갑작스런 출마소식에 임광수회장 퇴진론자들은 의혹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단 동기가 순수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내린다. 한 관계자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말많은 충북협회를 새롭게 바꾸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임광수씨가 아무런 조건을 달지 말고 용퇴하는 수 밖에 없다. 물론 이필우회장도 훌륭한 분이지만 지금 상황은 이게 아니다.

본인 스스로 임광수씨의 부탁을 받았다고 하니까 우리로서는 앞으로도 임회장이 섭정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이러자고 나선 게 결코 아니다. 왜 자꾸 이런식으로 끌고 가려는지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만약 이필우씨와 정종택학장이 동반 출마해 대의원총회에 붙여진다면 결과는 뻔하다. 임광수회장에게 재신임 표를 던진 18명이 이필우씨를 지지한다면 상황끝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회원은 “참으로 끈질긴 사람들이다. 상상을 뛰어넘는 발상이 존경스러울 뿐이다”고 비난했다.

이필우씨 출마 소식에 지역에서 한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시민단체들의 움직임이다. 충북협회와 임광수씨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방관하지 않겠다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몇몇 책임자들이 논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나 스스로도 괴로움을 느낄 정도다. 그러잖아도 충북협회에 대해 할말이 많았는데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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