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 년째.....언제까지 이런 수준”
임광수회장, 19일 “더 이상 안 한다” 재천명

정상화추진위 “총회에 참석하면 도민 배신행위 단정”
지난해 꼴불견 재판될라 “정우택도지사가 나서야“


외지인들에게 충북협회 문제를 얘기하면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일개 민간단체 때문에 지방의 모든 언론까지 가세해 공방을 벌이는 것이 이상하다는 반응이다. 사실 충북협회 문제는 과대 포장된 측면이 있다. 출향인사들의 친목 내지 권익단체에 불과한 충북협회가 지난 10여년간 끊임없이 지역의 핫 이슈가 됐다.

   
▲ 임광수 회장의 연임을 결정한 지난 11일 충북협회 대의원 총회는 고함과 삿대질이 오가는 가운데 진행돼 물의를 빚었다. / 사진=새충청일보 제공
도민들이 원하는 충북협회의 위상은 간단하다. 고향을 공유하고 있는 충북인들이 서로 만나 우의를 다지며 상황에 따라선 고향발전을 위해 일정 부분 역할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충북협회는 이러한 ‘기본’을 함몰시킨 채 21년째 회장직을 맡고 있는 임광수씨와 연계된 사조직화 시비에 휘말리면서 오히려 무슨 대단한 기구인양 각인된 것이다.

특정 민간단체가 잘못을 하거나 시민들의 뜻에 벗어나면 아예 무시해 버리면 그만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충북협회는 끊임없이 정체성 시비에 휘둘리면서도 되레 충북을 대표하는 공적 기구의 대접을 받아 온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임광수씨 회장 연임으로 불거진 논란은 한편으론 많은 사람들에게 결정적 자성의 계기를 제공한 셈이 됐다.

우선 임광수 비판세력들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지난 11일 충북협회 대의원총회에서 임광수 18표, 정종택(충청대학장) 10표, 이필우(전 국회의원) 5표라는 결과가 나와 사실상 임광수씨의 재연임이 결정되자 반대파들의 움직임도 분주해 졌다.

“적당한 후임자가 나타나면 미련없이 자리를 물려 주겠노라”던 임광수씨의 대 도민 약속에 마지막까지 기대를 걸었던 이들은 막상 대의원 총회에서 황당한 되치기를 당하자 날을 바짝 세운 상태다. 즉각 충북협회 정상화추진위원회 구성에 나서 여의치 않을 경우 가칭 충북도민회를 별도 결성하는 것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런 움직임은 오래전 충북협회 문제가 불거진 이후 가장 구체적인 것이다.

정상화추진위가 가장 먼저 행동으로 옮긴 것은 고향에 내려 와 자치단체장과 의회 책임자들을 설득하는 일이다. 오는 28일 예정된 충북협회 총회에 도지사는 물론 시장 군수, 지역 인사들이 참여하지 말 것을 종용하는 것이 1차 목표다. 불신을 받고 있는 충북협회 지도체제를 아예 무시하자는 전략인 셈이다.

정상화추진위에 관여하는 한 출향인사는 “임광수씨 체제의 협회를 무시하고 뜻맞는 사람끼리 별도 조직을 만들면 그만이지만 그럴 경우 대외 이미지가 말이 아닐 것같아 우리는 마지막까지 임광수씨의 명예로운 퇴진을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선 지역 책임자들이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50대 도지사 출현으로 도민들의 기대감이 그 어느때보다도 큰 마당에 충북협회 파문은 이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다. 냉정하게 따지면 정우택도지사가 문제 해결을 위해 전면에 나서야 한다.

충북협회 문제는 단순히 민간단체 차원을 벗어났다. 이미 사태의 성격이 그렇게 변질된 것이다. 임광수씨가 전임 이원종도지사와 한 용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현 도지사가 일정 부분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28일 총회까지 사태가 수습되지 않으면 도지사는 물론 시장 군수들이 절대 참석하면 안 된다. 자칫 도민들에 대한 배신행위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은 이미 다 확인됐다.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충북협회의 가장 큰 행사는 연초 신년교례회와 대개 7월에 열린 정기총회였다. 이 자리에 신임 정부각료나 총선, 지방선거에 당선된 국회의원, 시장 군수들이 초청돼 축하패를 받는 게 관례였는데 임광수 반대파들은 이를 저지하겠다는 것이고, 만약 참석하는 인사가 있다면 이를 도민 배신행위로 보고 나름대로 모종의 행동을 취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는다. 때문에 충북협회가 계획대로 28일 총회를 강행할 경우 경호원들의 살벌한 감시 속에 치러진 지난해의 볼썽사나운 행사가 재연될 수도 있다.

지난해 신년교례회는 주최측에서 경비용역을 대거 동원하는 바람에 이른바 ‘깍두기’들의 호위속에 치러지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당시 직장폐쇄의 부당함을 호소하려던 충청일보 노조원과 몇몇 인사들은 이들 용역 경비원에 의해 행사장 출입을 저지당하거나 강제로 끌려 나오는 등 수모를 겪었다.

지역의 한 인사는 “벌써 몇 년째 충북협회 타령이냐”고 꼬집으며 “이번만큼은 반드시 해답을 내야 한다”고 흥분했다. 그는 “그동안 도민들의 무관심과 방관이 결국 충북협회의 일탈을 부추겼다고 본다. 문제해결을 위해선 각계의 관심이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편 임광수회장은 19일 오후 긴급 이사회를 소집, “더 이상 안하겠다”고 재천명함으로써 향후 추이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충북협회 파문은 오히려 잘된 일?
“고향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됐다” 여론도


지난달 임광수씨 연임설이 불거지면서 그동안 각종 논란을 빚은 것과 관련, 일부 출향인들 사이에선 ‘순기능’을 지적해 눈길을 끈다. 실망도 컸지만 나름대로 본인이나 출향단체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국내 굴지의 기업체 책임자로 있는 한 회원은 “사실 지금까지는 충북협회에 회원가입만 했지 제대로 참석하거나 활동하지 못했는데...나에겐 이번 일이 좋은 계기가 됐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회원들이 아마 이런 생각을 같이 할 것이다. 협회가 노쇠, 사조직화됐으면 이를 견제하고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나서지 못한 게 아니라 아예 신경을 안 쓴 것이다. 이번 일로 뜻을 같이하는 회원들을 만나다 보니까 고향에 대한 인식도 새롭게 하게 되고, 또 충북협회가 반드시 회원이나 지역을 위해 모종의 사랑방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충북협회의 공식적인 행사에 참가하는 회원들은 대부분 6, 70대 이상 노년층으로 이 로 인해 4, 50대 소장파들은 아예 발길을 끊는 등 무관심으로 일관해 왔다. 공식 행사라고 해 봤자 노년층들이 자리를 죽 차지한 가운데 국회의원이나 도지사 시장 군수들에 대한 감사, 축하패 전달이 주종을 이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장파들의 관심은 더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임회장 연임에 맞서 정상화추진위원회를 구성,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인사들중엔 50대 회원들이 많다. 그동안 충북협회에 사시적이거나 비판적이었던 기업인들의 참여도 두드러진다. 별도의 출향조직을 만들자는 요구는 이들에게서 더 강력하게 나오고 있다.

한 50대 기업인은 “솔직히 그동안엔 돈 버느라 협회에 관여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특별한 애착이나 관심도 갖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나이가 차서 그런지 고향이나 고향사람들이란 말만 들어도 예전같지가 않다. 충북협회가 빨리 정상화되길 바란다. 나 역시 할 수만 있다면 이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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