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목상 본사만 청원에… 지역에 큰 손실
도내는 물론 수천개에 달하는 국내 벤처기업중 세계 첨단기술로 주목을 끌어온 굴지의 바이오 제조벤처 회사인 ‘바이오니아’(대표 박한오·41)가 주력 생산기지를 청원군 남이면 협동화단지에서 이웃 대전의 제3공단으로 사실상 완전히 옮겨간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바이오니아의 최고경영자(CEO)인 박한오사장은 지난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약 한달전인 11월 초부터 대전 3공단내에 자리한 바이오니아 제1공장으로 출근하고 있다”며 “하지만 본사는 여전히 청원군 남이면 협동화단지에 두고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오니아는 CEO인 박사장을 비롯한 총무, 마케팅, 생산부서, 염기서열 분석센터, 생물정보학 분석팀, 시약생산팀, 품질관리팀과 합성유전자 생산및 원료생산라인을 대전 3공단내 공장에 이전해 상주시킴으로써 실질적으로 회사의 주력은 완전히 빠져 나간 상태이다.

껍데기만 남은 본사
더구나 이 생산공장은 세계 최대규모의 합성유전자(Oligonucleotide) 생산시설로서 이 회사가 자체 개발한 유전자합성기가 올 안으로 10대가 설치되고 내년 5월까지는 100대가 설치되는 등 본격적인 합성유전자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어서 향후 엄청난 부가가치 창출이 예상되고 있다. 반면 명목상 본사로 남아있는 청원군 협동화단지내 바이오니아 본사건물에는 최소한의 기존 연구시설 및 두뇌만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써 충북 입장에서는 가장 성장 가능성이 큰 유망 바이오회사를 이웃 대전에 빼앗기는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됐다. 더구나 지역에서 대응능력만 제대로 갖추고 있었다면 이 회사의 지역외 유출을 막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바이오니아를 중심으로 한 유력기업들의 바이오테크 단지 유치도 가능했었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바이오니아는 지난해 초 충북도에 5만평에 달하는 바이오테크 단지 조성계획을 설명하며 부지물색 등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으나, 끝내 경쟁력있는 부지확보에 실패했다. 당시 생산시설 증설을 검토하던 바이오니아 등에서는 별도로 독립된 ‘바이오테크 단지’ 조성에 뜻을 두고 있었던 데 반해 충북도에서는 오창과학산업단지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바람에 양쪽간 이견차가 좁혀지지 못하고 결국 무산됐다.

인프라 열악한 충북 포기
충북도로 부터 오창과학산업단지를 추천받은 바이오니아 등 바이오관련 벤처기업들은 당시 “오창단지가 완성되지 않은데다 분양가가 너무 높고(당시 평당 42만원) 거대한 단지내에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별도의 바이오테크 단지 조성이 불가능하다”며 오창과학산업단지 입주를 포기했다.(지난해 6월12일자 제135호 5-9면 기획기사)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대전시에서는 벤처기업 출신 전문요원을 시 공무원으로 특채, 적극적인 유치작전을 전개한 끝에 신탄진의 대전 제3공단내 옛 BYC회사가 쓰던 2500평 넓이의 건물이 달린 부지에 바이오니아를 유치하는 데 성공, 좋은 대조가 되고 있다. 대전시와 바이오니아측은 이 부분과 관련해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대전시에서 부지 및 건물 매입에 파격적인 조건을 내거는 등 바이오니아의 유치에 전력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지난 92년에 설립된 국내 1호 바이오벤처 기업으로 95년 청원군 남이면 협동화단지에 입주한 바이오니아는 대전 신탄진 제3공단내에 건설중인 제1 생산공장에 연면적 3000평 규모의 시퀀싱센터(약용작물 등 게놈의 염기서열을 모두 분석하는 곳)와 시약 생산라인 등을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삼같은 무를 만드는 첨단기술
박사장은 “약용성분 등을 만드는 작물의 유용 유전자를 게놈의 염기서열을 모두 분석하는 시퀀싱을 거치지 않고도 빠짐없이, 그것도 신속히 발굴하는 기술도 확보했다”며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등 주요국가에 특허출원한 이 기술로 인해 10년내 수백종의 생물체 기능유전자 특허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사장은 이들 기능유전자들이 규명되면 인삼의 약리성분인 사포닌을 만드는 유전자를 무에 집어넣어 2-3개월만에 대량의 사포닌 성분을 얻어내거나, 딸기를 이용해 비타민 C를 대량생산하는 것 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전 3공단내 제1생산공장의 하루 염기서열 분석능력을 세계 최대규모인 300만 염기쌍(하루에 한 미생물의 염색체 전부를 만들 수 있는 규모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겨냥하고 있는 이 회사는 “이런 정도의 시설을 설치하려면 1000억원 이상이 들지만 대부분 자체 개발한 장비덕분에 300억원 가량의 투자비만으로도 생산설비 설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충북떠났다”
매출액의 40%이상을 연구개발(R&D분야)에 투자할 정도로 기술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바이오니아는 생산제품 중 유전자 증폭시약인 ‘ACC Power TM’의 경우 탁월한 효과를 인정받아 미국 일본 등지로 부터 주문쇄도를 받고 있으며, 바로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벤처업계 전반에 불황의 파고가 한창 밀려오던 지난해에도 300억원대의 대규모 자본확충에 여유있게 성공했다.
박사장은 “세계 최대 합성유전자 생산공장인 대전 3공단내 제1 생산시설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미국 나스닥 등록업체인 시쿼놈사와 DNA치료제를 개발중인 ISIS, 일본 시마즈사 등에 각각 연간 수백만 가닥의 합성유전자를 공급하는 계약을 추진중”이라며 “충북에 생산본거지를 마련하려 했지만 여러 여건이 맞지 않아 부득이 (생산공장을) 대전으로 옮긴 것에 대해 (지역에서) 너그럽게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임철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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