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부터 주말 반납하고 전국 각지에서 육군본부와 발굴작업
10만3000구의 미발굴자 중 3년 동안 721구 찾아

“6·25전쟁은 1950년 6월부터 53년 6월까지 3년 동안 시민 300만명, 한국군과 유엔군 50만명이 전사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런데 이중 약 10만3000구의 한국군 유해가 아직도 발견되지 않았다. 전사자 유해발굴 조사는 육군본부에서 6·25전쟁 발발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벌인 사업으로 전쟁 이후 전사자 유해발굴에 관한 최초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것이다.”
충북대 고고미술사학과 박선주 교수는 지난 2000년부터 오는 2003년까지 4년 동안 6·25전쟁 당시 전사자 중에서 찾지 못한 유해를 발굴 중이다. 이미 3년치 발굴을 마쳤고 2002년도 발굴 보고서를 준비중인 박교수는 “상당히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발굴조사 기간 동안 주말을 반납하고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전사자 유해찾기에 나선 그는 차를 산지 3년만에 10만㎞를 달렸다는 말로 힘든 여정을 설명했다.

형질인류학 전공자로 사람 뼈 다뤄

언뜻 듣기에는 대학교수가 유해발굴을 한다는게 얼른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지만, 박교수는 형질인류학 전공자로 사람 뼈를 다루는 국내 유일의 학자이다. 사람의 진화과정을 연구하는 형질인류학 전공 교수도 국내에 4명밖에 없다는 것이 박교수 말이다. “지난 99년, 마침 미국에 있을 때인데 육군본부에서 전사자 유해발굴 조사를 한다며 도와달라고 했다. 그래서 와보니 발굴조사단 중에 전공 관련자가 없어 형질인류학·해부학·법의학·법치의학·역사학·정치외교학·고고학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팀을 구성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DNA 감식은 연세대 의대 도움을 받았다.”
직접 발굴에 참여한 사람들은 유해발굴 책임조사원을 맡은 박교수를 비롯해 충북대 형질인류학 전공 대학원생, 그리고 육군에서 지원해준 고고학 관련학과 장병들이었다. 발굴조사는 봄, 가을에 걸쳐 각각 2개월씩 다부동을 시작으로 안강, 서울, 화천, 춘천, 인제, 안동, 영산 등 휴전선에서 낙동강 지역까지 전투가 있었던 전국 각지에서 진행됐다. 현재까지 발굴된 전사자 유해는 모두 721구.
“발굴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증언자들의 말이다. 그래서 전쟁 당시의 증언자들을 필요로 한다는 플래카드도 내걸고 증언 확보에 애를 썼는데 생각 만큼 여러 사람들이 오지 않았다. 그리고 더러 증언자들이 와서 이곳에서 몇 명 죽고, 저 곳에서 몇 명 죽었다는 말을 해도 사실과 다른 경우가 많았다.”

아버지 유해 찾았어도 자식 ‘무덤덤’

박교수는 여기서 전사자의 나이와 성, 키, 및 그밖의 독특한 해부학적 특성을 밝혀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까지 벌였다고 말했다. 또 남겨진 유품과 유해를 통해 개인 식별을 하고 아군과 적군을 구별했다는 것. 이렇게 해서 금년 발굴자까지 34명의 신분을 밝혀냈으나 이중 4명만 신원을 확인하고 나머지 27명은 계속 조사중이라고.
실제 어떤 사람은 풍기지역에서 도로확장공사 중 발굴돼 인식표로 확인됐고, 또 모씨는 인제에서 배관공사 중 발굴돼 역시 인식표로 신원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모씨는 횡성 도곡리에서 군번과 이름, 병과가 새겨진 팔찌가 발견돼 신원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발굴조사를 하면서 기억에 남을 만한 에피소드가 많지 않았느냐고 하자 박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한 전사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가족을 찾아보니 부인과 딸이 살아있었다. 그래서 연락을 하자 발굴장소로 찾아왔는데, 부인은 50여년 만에 찾은 남편의 유해를 보고 울었지만 딸은 2살 때 아버지와 헤어져 무덤덤하게 서있었다. 아버지가 너무 일찍 전쟁터로 나가 아무런 기억이 없었던 것이다. 또 20여년 동안 장인의 유해를 찾으려고 노력하다가 이번에 소원을 푼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은 증언자의 증언을 토대로 장인 유해를 찾아달라고 육군본부에 탄원서까지 냈다. 전사자들의 연령은 20∼25세가 52.6%, 15∼20세가 15.9%로 젊은 청년과 학생들이 그 당시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음을 알 수 있었다.”

전쟁세대의 아픔 온몸으로 느껴

따라서 이름 모를 병사들의 유해가 하나 하나 발견될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졌다는 그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전쟁 기간 동안 희생됐는가를 온 몸으로 느꼈다는 것. 그는 발굴된 유해의 대부분이 어린 학도병이기 때문에 더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발굴된 유해는 현장에서부터 의식을 갖춰 봉안소로 옮겨져 영결식을 하고 신원이 확인된 전사자의 유해는 국립묘지에 안장됐으며, 그렇지 않은 유해는 무명용사묘역에 안치됐다.
이 발굴조사는 형질인류학을 전공한 박교수에게도 어떤 면으로는 도움이 됐다. 210개의 유해조사기록에 소상히 적혀있는 ‘유해의 인류학적 조사’ 내용이 6·25전쟁을 수행한 집단의 인류학적 특징을 밝히는데 중요할 뿐만 아니라, 일정기간 중 한국인의 체질적 조사 기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편 육군본부에서 당초 이 사업을 계획할 때는 2003년까지로 했으나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교수는 “아직도 찾지 못한 유해가 10만여구에 달해 전사자 발굴조사를 위해서는 국가적인 차원의 상설기구가 설치되어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6·25전쟁을 상기하자는 의미에서 주먹밥 먹기 등 많은 행사가 열렸으나 전사자 유해발굴만큼 의미 있는 일이 없다는 그는 힘들었지만 상당히 보람있는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주중에는 학교 강의를, 주말에는 발굴조사를 병행하며 지난 3년을 보낸 박교수는 내년에도 여전히 전쟁통에 희생된 이름 모를 병사들의 유해를 찾기 위해 뛰어다닐 것이다.
/ 홍강희 기자

한 때 ‘자연식 밥상’ 신드롬이라는 것이 있었다. 금년 초 SBS방송의 ‘잘먹고 잘사는 법 다큐 3부작’ 방송 후 대형할인매장 유기농 야채 코너에 야채가 없을 정도였다. 그 대신 정육코너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져 울상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여전히 유기농 야채에 관한 관심은 있으나 그 당시 보다는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남비근성을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우리가 먹는 식품이 오염투성이라는 사실은 이미 상식이 돼버렸다. 한 때 반짝하고 마는 ‘붐’으로는 건강한 식탁을 지킬 수 없는 단계까지 온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조목조목 따진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다음을 지키는 엄마모임 지음)’ 라는 책에는 “어묵과 맛살에는 너무나 많은 식품첨가물이 들어가고, 과일은 농약으로 ‘목욕’을 한다. 싱싱한 딸기는 짓무르지 않게 수분증발억제제를 뿌리고 귤은 보기 좋게 하기 위해 왁스를 바른다. 특히 수입과일은 농약 덩어리다. 수출하는 바나나는 현지에서 덜 익은 상태로 수확한 후 고농도의 살균제에 담근 뒤 살충제를 뿌리고 박스에 포장해서 출하한다. 말린 수입과일에서는 아황산염이 수천ppm이나 검출된 적도 있다”고 적혀 있다.

생협의 궁극적인 목적은
더 나은 삶 만드는 것

그리고 전문가들은 마요네즈와 토마토 케첩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마요네즈는 주제료인 식용유가 유전자 조작된 것일 가능성이 높고 케첩을 만드는 토마토 역시 유전자 조작을 의심해 봐야 한다는 것. 특히 토마토 케첩에는 색소·화학조미료·산미료·감미료·화학전분 등이 쓰이고 용기에서는 환경호르몬이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얼마전에는 수입 감자스낵 문제가 매스컴을 탄 적이 있다. 실제 이런 감자스낵은 대부분 유전자 조작 감자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유전자 조작 감자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지만 영국의 로웨트 연구소에서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이 감자를 먹인 쥐의 집단에서 면역기능과 장 기능에 이상이 생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농약과 환경호르몬, 갖가지 식품첨가물로부터 식탁을 보호하자는 운동 중의 한가지가 생활협동운동이다.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이라는 조직을 갖추고 전국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자신들을 가리켜 “생활의 여러 문제들을 협동을 통해 해소하고, 더 나은 삶을 만들고자 하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조직이다. 그리고 조합원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사업체를 설립하여 공동으로 소유하며,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비영리조직”이라고 소개했다.
여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건강한 먹을거리를 구하기 위해서지만, 물품구입부터 조합활동까지 다양한 조합사업에 참여하며 건강한 생활인의 권리를 지켜나가고, 죽어가는 땅과 생태계를 살린다는 것이다. 이 곳에서 취급하는 물품은 한국생협연대가 선정한 것으로 선정과정이 투명하고, 모든 정보를 공개하며 조합원이 결정한다는 것. 현재 전국에는 준비중인 곳을 합쳐 30여개의 생협이 활동하고 있고 도내에는 청주YWCA 생협과 충북여성민우회 생협준비위원회가 있다.

조합원이 ‘NO’하면 즉각 시정조치

남정현 충북여성민우회 생협준비위원장은 “생협에서 취급하는 모든 식품이 무공해라고는 볼 수 없지만 대부분이 저농약, 저공해에 속하는 국내농산물들이다. 소비자들은 생산자들의 생산 현장을 방문해 얼마나 정직하게 농사를 짓는가를 눈으로 확인하므로 믿을 수 있다. 실제 식품안전교육을 받으면 우리가 먹는 일반 음식이 얼마나 오염돼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생협은 조합원들을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조직으로 인정한다는 점이 좋다. 한 번은 돈까스 만드는 공장에 갔던 한 조합원이 공장의 위생상태 불량을 문제삼고 시정을 요구했으나 고쳐지지 않자 생협에서 아예 거래처를 바꾼 적도 있다”며 식품안전위원회라는 조합원 조직이 모든 식품의 안전성을 일일이 따진다고 말했다.
현재 충북여성민우회 생협 조합원은 모두 48명. 이들은 식품안전교육과 요리실습 등의 모임에서 만나 자녀교육문제와 학교급식, 환경, 여성운동 등에 관한 대화를 자연스레 나눈다. 이런 주부모임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 남 위원장은 “생활과 유리되지 않아 좋다.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보면 생활속으로 파고 들어 아이키우기, 공교육의 문제점, 여성문제 등으로 발전해 건강한 여성조직이 된다. 순천 생협에서는 조합원들이 반찬가게를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뜻을 같이 하는 여성들이 만나면 이렇게 반찬가게나 어린이집 등을 운영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마을별 생협설명회를 이끌어가는 실무자 신유숙씨도 “주위에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점점 늘고 있는데 이 것 역시 식품이 오염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환경 유기농 시식회를 하면서 우리가 생협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청주YWCA 생협의 신현주씨는 “교육과 시식회, 주민조직을 활용한 설명회를 통해 조합원을 확보하는데 청주지역은 정체상태라며 더 많은 이용자들이 늘어 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주 YWCA 생협회원은 현재 57명.
단 생협의 모든 물품은 인터넷(www.coop.co.kr)으로 주문하도록 하고 있다. 식품뿐만 아니라 비누 세제 등의 친환경상품도 취급한다. 조합원 수가 적으면 최고 3만원까지 조합비를 내야 하지만 많으면 조합비도 훨씬 싸진다. 그리고 유기농산물은 무조건 비싸다고 알려져 있는데 생협 관계자들은 그렇지 않다며 “백화점 마진은 40%, 일반 판매업체는 25∼30%인데 생협은 20∼25%”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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