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나눔추진위 서비스 개시 2달만에 폭발적 호응

<국민일보>시의 종말 혹은 시의 상실로 비유되는 우리 시대에 시 문학이 오랜만에 화제를 뿌리고 있다. 도종환(52) 시인이 배달하는 시 플래시가 인구에 회자되면서 생활에 쫓기는 현대인의 일상에 잔잔한 감동을 던지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김병익) 산하 문학나눔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도정일)는 “지난 5월8일부터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 ‘문학집배원 도종환의 시배달’이 2개월 만에 7만명의 수신자를 넘어섰다”며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은 데도 홈페이지(for-munhak.or.kr)를 통해 신청하는 독자가 매일 100여 명에 이르고 있고 단체 신청도 많다”고 밝혔다.

‘시 배달’은 도씨가 시집이나 문예지에 발표한 시 중에서 시의적절한 한 편씩을 골라 플래시로 제작해 전국의 교사와 학생,나아가 모든 국민에게 배달하는 문학 나눔사업. 도씨가 선정한 시를 그림 사진 애니메이션 등을 활용해 움직이는 이미지 플래시로 제작하고 거기에 시인의 육성이나 성우 등의 낭송을 덧입혀 독자들이 시청각으로 시를 쉽고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 도종환 시인
추진위는 청소년들에게 시를 읽히기 위해 전국 시도 교육청에 시 배달 홍보를 위한 공문을 보냈다. 가장 먼저 반응이 온 곳은 대구광역시 교육청으로 관내 교사와 학생들의 뜻을 모아 2만2000건의 시 배달을 신청했다. 이뿐만 아니라 대구교육청은 11일 시립학생문화센터에서 열리는 ‘난치병 환자돕기 시 잔치 한마당’에 도종환 시인을 초청,더욱 많은 시민들이 시의 세계에 다가설 수 있도록 했다. 참가 신청을 받은 지 1주일 만에 1400여 좌석이 매진된 상태다.

최근 펴낸 시집 ‘해인으로 가는 길’의 인세를 사회에 환원키로 한 도씨는 “월요일 아침에 좋은 시 한 편을 읽으며 한 주를 아름다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제가 드리는 시가 아주 짧은 시간이나마 여러분에게 기쁨이 되고 위안이 되고 힘이 된다면 그것으로 기쁘겠다”고 말했다.

매주 월요일이면 문학집배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속리산 자락에 위치한 오두막집을 떠나 서울로 올라오는 도씨는 요즘 한가지 고민거리가 생겼다. 지병으로 은거를 택해야 했던 그가 시를 골라 회의를 하고 고른 시를 녹음하며 플래시를 검토해야 하는 일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 보따리를 짊어진 그의 표정은 마냥 행복하다.

그가 뽑는 시는 여러 가지 문양을 새기고 있다. 어버이날인 5월8일에는 이승하의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5월 단오 무렵에는 곽재구의 ‘단오’,6월19일에는 이상국의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가 배달되었고 7월에는 복날 희생당할 개들을 생각하게 하는 손택수의 ‘흰둥이 생각’,칠석날을 기려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안도현의 ‘저물 무렵’ 등이 배달된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