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위 예산 심의는 형식적 절차… 도의회가 전권 가져
도의회, 도교육청 예산 47억 삭감… “교육자치 역행” 반발

충북도교육위원회 심의를 거친 내년도 교육예산이 충북도의회 최종 심의에서 전례없이 대폭 삭감되자 말뿐인 교육자치라는 비판과 함께 교육위원회의 독립적 의결기구로의 승격 논의가 거세지고 있다.
충북도의회는 지난 16일 본회의에서 9746억 2100만원으로 편성된 충북도 교육비 특별회계 세입·세출 예산안에 대해 47억1900만원을 삭감 의결했다. 전체 예산액 대비 0.48%에 이르는 이같은 삭감액은 전례없이 큰 규모다. 올해 예산의 경우는 삭감액이 0.2%에 그쳐 전년대비 배가 넘는 삭감 비율을 보였다.
그런데 문제는 삭감 규모에서 보다 교육위원회 심의가 무시됐다는 점에서 ‘절름발이 교육자치’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도의회 심의에 앞선 교육위 심의에서는 9억6800만원 삭감에 그쳤으나 도의회에 와서 교육사회위원회와 예결위를 거치는 심의를 통해 무려 37억5000만원이 더 깍인 것이다. 이같은 예산 삭감 내용이 전해지자 교육위원들은 “교육전문가인 교육위원회에서 지역 교육여건을 감안, 심의·의결한 안에 대해 도의회가 무차별적으로 삭감한 것은 교육위원회를 무시한 처사”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교육위가 도의회의 하부기관이나 다름없는 전심(前審)기구 전락이라는 불만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충북도의회는 “당장 집행이 불필요한 예산은 필요 시점에 집행하도록 하고 한꺼번에 많이 증액된 예산은 적정 수준으로 맞춘 것”이라는 입장이다.

당장 불필요한 예산 삭감
도의회가 삭감한 예산은 △단재교육상 시상비 300만원 △교직원 체험학습관 18억8700만원 △전교조 사무실 임차 2120만원 △교육감 재량사업비 중 일선고교 현안사업비 4억6000만원 △특별교육재정수요경비 6억원 △교육과학연구원 천체관측실 장비유지보수 1억4000만원 △대성초 책걸상 및 계단실 1억2000만원 등이다.
교육위의 삭감보다 훨씬 많은 도의회의 예산 삭감은 역으로 생각하여 교육위의 예산심의가 불충분했거나 미숙한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한편으로는 도의회와 교육청 및 교육위와의 관계가 원만치 못해 도의회가 예산심의를 통해 통제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가질 수 있다. 충남의 경우 교육감의 도의회 감사 선서 거부로까지 이어진 양측의 감점 악화로 교육청 교육예산이 대폭 삭감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상일 교육위 의장은 “예산에 대해 가지는 견해 차이일 뿐이다. 교육위에서는 예산의 효율적인 사용 측면에서 적기 투자 등을 고려했는데 도의회에서는 당장 집행이 불필요한 예산으로 보는 식이다.”며 견해 차이에서 발생된 것으로 풀이했다.
실례로 충주지역에 폐교를 이용한 교직원 학습체험관 시설 예산의 경우 교직원의 재충전을 위해 휴양시설로 싼값에 이용할 수 있도록 교직원 복지 차원에서 필요할 뿐만 아니라 타 시도는 이미 여러 개 있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도의회는 당장 필요치 않다는 이유로 이를 삭감했다는 것을 들었다.
한편 1조원에 육박하는 충북도 교육청의 예산은 의존수입이 대부분으로 국가 부담(국비)이 81.8%를 차지하고 지방자치단체 교육비 특별회계부담수입 938억(9.3%), 지방자치단체 일반회계부담수입 833억(8.6%)원이다.
/ 민경명 기자

현행 교육자치법이 ‘문제’
교육위 거친 예산·조례안 또다시 지방의회 거쳐야

교육위를 거친 예산안이 또 다시 지방의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이중 심의는 현행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 의해서다. 교육위 조례 제정도 마찬가지다.
교육위는 이같은 법률로 인해 시간적·경제적· 행정적 낭비를 하고 있다며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계는 교육위의 완전 독립형 의결기구로의 승격을 주장한다.
현실적으로 당장 완전 독립이 어렵다면 예산 심의에서 교육위 심의로 끝내고 이를 도의회에 보고하는 형식의 절충형 안이 제시되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상일 교육위 의장은 “전국 교육의장·부의장 협의회를 통해 예산 심의를 교육위에서 하고 도의회에는 보고하는 것으로 하는 안을 정부와 각 정당과 협의 중에 있다”며 모 정당의 대선 기획단에서도 같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위의 독립형 의결기구로의 법적 개정은 행정자치부와 교육인적자원부와의 입장 차이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교육감을 광역단체에 포함시켜 교육부지사로 하고, 교육위도 도의회로 흡수하는 큰 그림의 교육자치를 구상하는 행정자치부는 순수한 교육위의 독립형 의결기구안에 찬성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행자부는 교육계의 반발로 이 또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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