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및 지방선거 후보 경선이 우리나라 정치사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오는 외연(外延)이라면 정작 그 내포(內包)는 다른데에 있다. 스스로 자질있는 후보가 나서는 것, 이것이 전제돼야 변화의 실제적 물꼬를 틀 수 있다. 그렇다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이에 대한 해법은 무엇일까. 그 한가지가 시민운동가 출신들의 출마다. 전국적으로 시민,사회운동의 주체세력 이른바 시민후보들의 지방선거 출마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도됐다. 물론 그 명분은 지방자치와 정치문화의 개혁이다. 지역별로는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당선자를 내는 등 나름대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충북에선 아쉽게도 지금까지 미진에 머물렀다.
이번에도 6월 지방선거를 대비하는 도내 시민후보들은 타 지역에 비해 절대적 숫적 열세에 있다. 자치단체장 출마는 엄두도 못내고 모두 지방의회 진출에 목표를 둔 상태다. 충북 시민후보의 대표적 인물은 이광희씨(41)다. 현재 KYC(한국청년연합회) 충북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그동안의 학생운동과 사회운동 경험을 지방자치에 접목시키기 위해 청주 산.미.분.장동 기초의원에 출사표를 던졌다.<관련기사 별도 상자> KYC는 전국적으로 50여명의 후보를 내 보낼 예정인데 충북에선 이씨와 고명종씨(35)가 대표주자로 나선다. 서원대 총학생회장 출신(86학번)인 고씨는 농민운동과 환경운동을 거쳐 현재 충주시 호암동 관주과수작목반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얼마전 시의원들이 시장을 따라 줄줄이 한나라당에 입당하는 것을 보고 우리 시민들이 의회를 너무 방치하고 있구나 하는 자책감이 들어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역시 충주에서 도의원(제 2선거구)을 목표로 현재 기세를 올리는 정재현씨(46)는 시민운동의 순수혈통을 배경으로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80년 중반부터 지역 시민운동을 이끌어 온 그는 지금 민예총충주지부장과 충주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으로 활동한다.

98년 실패 악몽 털고 기지개

성격은 다소 다르지만 연철흠(민주당 청주흥덕지구당 사무국장) 김윤모(청주 베다니학교장) 유성훈씨(문화자동차학원장) 등도 시민후보로 분류된다. 청주 운천 신봉동에 출마할 연철흠씨는 98년에 이어 두번째로 선거에 나선다. 이미 기초의원을 지낸 김윤모씨는 광역의원에 뜻이 있고 유성훈씨는 청주 용암동을 중심으로 주민자치활동을 활발히 벌여 다크호스로 주목받는다. 그는 각종 시민단체에 대한 기여도 많다. 여성계에선 최미애씨(충북여성민우회 지도위원)가 시민후보로 나서 민주당 비례대표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98년 지방선거 때 비례대표 도의원을 내락받고서도 왜곡된 정치판의 희생양이 됨으로써 큰 아쉬움을 샀다.민주노동당과 민노총에서도 정율동(청원) 정세영(정진동목사 아들) 김홍철씨(제천) 등의 출마여부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민후보중엔 출마의사를 분명히 밝히지 않고 추이를 관망하는 경우도 있는데, 아직 확신감을 못주는 지역 분위기 때문이다.
실제로 충북의 시민단체들은 98년 지방선거 때 쓰라린 실패를 경험했다. 당시 민주개혁국민연합충북연대(약칭 충북연대)의 주도로 9명의 시민후보를 내 보냈으나 모두 낙방한 것이다. 특히 김형근씨(제 2건국위) 등 몇몇은 확실한 당선권으로 분류됐는데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민운동가 출신의 지방선거 출마에 대해선 대체로 그 당위성이 인정되는 추세다. 포항같은 경우도 6월 지방선거에 9명의 시민후보가 도전장을 낸 상태다. 그러나 충북의 분위기는 다소 침체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98년의 실패경험도 한 원인이겠지만 그보다는 신진, 개혁세력들에게 절대 불리한 선거제도 및 풍토가 더 발목을 잡는다. 시민후보들에 대한 일부 반감, 다시 말해 과격, 투쟁으로 상징되는 이미지의 왜곡현상은 많이 불식됐지만 그렇다고 총체적으로 대중적 호감을 얻었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
깨끗함과 순수함이 실제 득표로 이어지기까지는 난제가 많다는 것이다. 획기적인 바람이 일지 않는한 그렇다. 자금에 의한 조직구축이 어려운 시민후보는 역시 근접한 활동으로써 자신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 한덕현 기자





인 터 뷰 /변화는 기다리기 보다 스스로 찾아야
청주시 기초의원에 출마한 이 광 희 시민후보

스펜서 존슨이 쓴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평범한 우화를 담은 책인데도 오랫동안 스테디셀러를 기록하고 있다. 비록 단문(短文)들이지만 변화를 기다리기 보다는 스스로 변화를 추구할 것을 훈육(?)하는 내용들이 곳곳에서 독자들을 고민케 하기 때문이다.
6월 지방선거에서 청주시 기초의원에 출마할 시민운동가 이광희씨 역시 이 ‘변화’를 놓고 그동안 기다림의 시간을 갖다가 직접 뛰어들기로 작정한 한 소시민이다.

-자신의 의욕이 또 한번의 해프닝으로 끝난다는 생각은 안 했는가.
“일시적인 열병이 아니라는 것을 꼭 알아 달라. 나름대로 6월 지방선거를 준비했고 자신감도 있다. 무슨 특별한 준비가 아니라 주민들과 그동안 각종 사회, 시민활동을 함께 한 것 뿐이다. 지난 대보름 행사 때는 예상외의 많은 시민들이 자진 참여해 스스로도 놀랐다. 기획과 프로그램, 그리고 취지가 좋다면 이처럼 자발적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시민운동이나 지방의회의 활동도 이런식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시민운동가들의 선거출마 때마다 논란이 많았다. 개인의 정치야심을 위해 시민운동을 이용한다는 비판도 많았던게 사실이다.
“인정한다. 시민활동가들이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으로 변신하는 것에 대한 찬반 논란은 아직도 여전하다. 그러나 쉽게 생각하면 된다. 시민운동은 사회적 모순이나 부조리에 대한 견제기능을 일차적으로 수행하고, 운동가들은 전면에서 이를 주창해 왔다. 만약 이들이 국회나 지방의회에 들어간다면 이런 전력 때문에라도 상대적으로 더 바른 길을 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각종 선거를 통해 제도권에 들어 간 선배들이 비록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유권자들에 대한 원초적 배신행위는 안했다. 유권자들이 물질적 반대급부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제도권내에서 시민운동가 출신들의 활동폭은 얼마든지 넓어질 수 있고 또 그만큼 변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서민과 약자, 그리고 없는자들에 대한 대변 역시 시민운동의 몫이고, 결국 시민후보의 의회진출은 이를 지방의회의 장(場)으로 끌고 간다는 의미를 갖는 것이다.”

-본인이 시민후보를 자처하며 막상 유권자들을 만나 본 분위기는 어떤가.
“솔직하게 말하면 20%는 적극적인 호감을 보이고 20% 정도는 아직도 거부감을 나타낸다. 나머지는 다양한 시각에서 인식하는 것같다. 앞으로 더 노력할 것이다.”

-만약 당선된다면?
“1년안에 확실하게 검증받겠다. 자신 있다. 지금 지방의회는 너무 무기력해 졌다. 원칙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의회가 초심으로 돌아 가는데 역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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