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택 군수, 허위사실공표·사전선거운동등 4건 입건

농협지부장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첫 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한용택 옥천군수의 ‘성공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열린우리당 한용택 후보는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1만3901표(45.6%)를 획득, 1만2528표(41.1%)를 얻은 한나라당 안철호 후보를 가까스로 제치고 당선됐다. 두 후보의 선거전은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했고 한 군수는 선거법위반 혐의로 무려 4건이나 고발당했다.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한 군수의 혐의점은 ▲선거공보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 ▲유권자에게 음식을 제공한 혐의 ▲유권자에게 금품(20만원 상당의 한과세트 25개)을 제공한 혐의 ▲서신을 이용해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 등 4가지다. 이 가운데 어느 한가지라도 유죄가 인정돼 벌금 100만원이상 판결을 받으면 당선무효가 되고 만다.

한 군수는 취임전에 이미 서너차례 옥천경찰서로 출두해 선거법 위반 혐의점에 대한 집중조사를 받았다. 또한 경찰 내부에서는 혐의사실 입증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어 한 군수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새충청일보>가 터트린 ‘한용택 군수-이호균 경찰서장 비밀회동’ 기사는 메가톤급 파장을 몰고 왔다. 선거법위반 피의자인 현직 군수가 수사책임자인 경찰서장과 제3의 장소에서 만나 독대했다는 사실 자체가 엄청난 의혹이었다. 사건의 경위와 전망에 대해 정리해본다.  

한용택 옥천군수와 이호균 옥천경찰서장은 지난 4일 유봉렬 전 옥천군수 주선으로 영동군 심천면 모식당에서 만났다. 이들은 점심식사로 시가 15만원 상당의 용봉탕(일명 자라탕)을 먹었고 식사비는 합석한 유 전 군수의 친구가 계산했다는 것. 또한 한 군수는 식사를 마친뒤 옆방으로 자리를 옮겨 이 서장과 20여분간 독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 전 군수를 배제한 채 두 사람만의 밀담을 나눈 것에 대해  ‘사건청탁’ 의혹이 크게 불거지고 있다.

이날 만남에 대해 한 군수와 이 서장은 ‘유 전 군수가 만나자고 해서 나갔고 합석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전혀 몰랐다’며 의도된 회동이 아니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충북지방경찰청도 자체감사를 벌였으나 두 기관장이 사전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만난 것으로 결론냈다. 하지만 유 전 군수와 3자 회동에 이어 다른 방에서 단둘이 20여분간 독대한 부분은 어떤 설명이 가능할까. 이에대해 한 군수는 “경찰서장이 합석하는 줄 모르고 참석했고 지역 기관장으로써 여러 가지 현안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선거법 관련한 얘기는 일체 없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선거법 수사와 관련해 ‘일언반구’도 없었다는 한 군수의 주장이지만 웬지 공허할 뿐이다. 옥천 전·현직 군수가 관내가 아닌 영동지역 음식점에서 만난 자체가 회동의 ‘은밀한 목적’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군수-이 서장의 비밀회동 보도가 터지자 선거법 조사과정의 수사기밀(?)이 언론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한 군수의 예금계좌에서 1억원의 뭉칫돈이 지방선거 출마선언 직후 빠져나갔다는 사실이다.

지난 2월 열린우리당 예비후보 등록을 앞두고 자신이 관리하던 16개 계좌중 2개의 계좌에서 1억400만원의 현금을 인출했고 해당 계좌는 해지시켰다. 당초 경찰은 한 군수에 대한 재산신고 누락 의혹이 제기돼 열린우리당과 선관위에 제출된 관련 서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포착했다.

경찰은 정치자금 또는 불법 선거자금 사용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출처와 사용처를 조사할 예정이다. 한 군수는 당초 강구성 도의원과 군수후보 당내 경선이 예정됐으나 강 의원이 중도사퇴하면서 공천이 확정됐다. 이에대해 한 군수는 “1억400만원을 인출했고 농협을 퇴직하면서 개인 채무와 주변 정리를 위해 사용했다. 경찰조사에서 확실한 사용처를 밝힐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군수는 5·31선거 당선이후 이미 3차례 걸쳐 옥천경찰서에서 소환조사를 받았다. 6월 14일 본인 및 배우자의 재산관련 선거공보 허위기록과 관련, 경찰의 피의자신문을 받았다. 같은 달 21일부터 사흘간은 참고인신분으로 유권자에 대한 금품 및 향응제공의혹 등 다른 건의 선거법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한 군수는 선관위 재산신고에서 대전시 중구 아파트(기준시가 8650만원)와 배우자 명의인 서구 아파트(기준시가 2억4700만원)를 각각 가액 2010만원과 5660만 원으로 축소신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배우자의 2004년도 세금 체납사실을 선거 공보에 기재하지 않아 한나라당이 고발조치했다.

유권자에 대한 향응제공 혐의는 지난해 12월 영동군의 한 음식점에서 한 군수가 선거구민 25명을 만난 자리에서 빚어졌다. 한 군수의 인사가 끝나자 지지발언에 이어졌고 식사가 끝난뒤 모임 주선자가 한과세트(개당 20만원 상당)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 군수는 “연말 망년회 자리에 참석해 인사만 하고 나왔을 뿐”이라며 모임 자체가 자신과 무관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였던 옥천군은 선거이후에도 포연이 가시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측에서는 한 군수에 대한 선거법 수사가 외압에 의해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한 군수-이 서장의 비밀회동이 폭로되면서 소진해가던 불씨에 기름을 끼얹은 상황이 됐다. 경찰은 14일께 한 군수를 소환해 1억원의 계좌 인출자금의 출처를 비롯한 4가지 선거법 위반 혐의점에 대해 마무리 조사를 할 방침이다.

반면 한 군수측에서는 경찰 내부의 특정 인맥이 자신에 대해 ‘편파수사’를 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투표를 며칠앞둔 시점에 사무실 압수수색을 당했고, 당선된 뒤에도 수차례 소환조사를 받아 수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심지어 ‘비밀회동’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배경에 대해서도 ‘음모론’을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이같은 논쟁과 경찰서장의 부적절한 처신을 감안하면 검찰의 직접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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