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잃은 청주지검의 수사형태

검찰총장님, 엊그제 청주에서는 ‘청주지검 공권력 횡포 규탄 충청북도민 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윤석위 시인 석방 촉구 시와 노래의 밤’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 낯선 이름의 시인은 청주에서 발행하는 <충청리뷰>의 발행인이기도 합니다. 그는 두 달 넘게 차디찬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윤 발행인이 구속되면서 지역의 45개 시민사회 단체는 이것이 충청리뷰에 대한 검찰의 보복수사라고 생각하여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충청리뷰는 지난 9월14일치와 21일치 신문에 인신구속이 양산되고 있는 점과 균형감각을 잃은 수사라고 생각되는 검찰수사의 내용 등을 기사화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청주지법의 구속영장 발부율은 89.6%로 전국에서 가장 높고, 1심 실형 선고율은 36.2%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사가 나간 후, 충청리뷰는 대표이사의 회사, 주주들의 회사에 대한 수사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졌고, 시·군 자치단체 공보실의 5년치 광고게재 내역, 10만원·20만원짜리 음식점 광고를 낸 사람들까지 조사를 하여 마침내 백지광고가 나오는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그 광고란은 곧 시민단체와 개인들의 격려광고로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검찰의 과잉수사는 서원대 도서관 신축에 윤 발행인이 관여되었다 하여 김정기 서원대 총장과 대학 관계자, 공사 관계자들이 줄줄이 구속되었다 보석으로 나오는 사태로 발전했습니다. 검찰은 김 총장이 설계변경을 통해 비자금을 마련하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3층에 설계되어 있는 총장실과 행정동을 학생들을 위한 시설로, 주차장 시설은 교육시설로 바꾸어 달라고 학교 쪽에서 요구한 것이라고 합니다. 아름다운 건축상을 받은 건물을 짓고도 학생을 위해 공간을 내주고, 지금 김 총장과 직원들은 임시건물에서 집무하고 있습니다. 이런 교육자적인 처신을 검찰은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 같습니다. 이 공사와 관련해 뇌물이나 검은돈이 오간 적이 없다는 것은 통장을 샅샅이 뒤진 검찰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김정기 총장은 그동안 사학 비리에 맞서 해직을 당하면서 싸워왔고, 학자로서 우리나라 역사를 바로세우기 위한 운동에 앞장서 온 분입니다. 대학총장이 된 뒤에도 판공비를 공개하는 등 양심적이고 깨끗한 처신을 해 왔습니다. 윤석위 시인 역시 학창시절 4·19집회를 준비하다 강제징집을 당하는 등 많은 고초를 겪었으며, 지금까지 지역 문화운동과 시민운동의 맨 앞에 서서 일해온 사람입니다. 이런 일을 해 오는 동안 비리 사학재단의 편에 섰다 쫓겨난 사람, 정론을 펴는 언론에서 비판받은 사람, 자기 이익에 손해를 입은 사람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검찰이 이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고 수사를 시작하고 확대해 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그들이 어쩌면 화가 나 있는 검찰을 이용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보다 공정해야 할 검찰이 균형감각을 잃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검찰이 갖고 있는 막강한 힘은 정의롭게 쓰일 때만이 형벌과 단죄를 통해서 이루려고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국민이 믿고 의지하고 두려워하게 될 겁니다. 지금이라도 청주지검이 귀를 열어 다양하고 폭넓은 여론을 경청하고 대인다운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총장님께서 애써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그래야만 ‘청주는 검찰공화국’이니, ‘검찰의 오버액션’이니, ‘청주는 전쟁 중’이니 하는 말들이 사라지고 인권을 존중하는 민주국가의 검찰로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겁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도종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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