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 정세근 교수는 지난달 본보 칼럼 ‘오늘을 생각한다’에서 “김승환과 이철수”라는 실명이 제목인 글을 썼다. 김승환교수(충북대)와 이철수 판화가가 검찰의 충청리뷰 탄압 보복 수사를 규탄하는 청주지검 앞 1인 시위를 벌인 것을 보고 ‘나’의 등장이라는 사회 문화적 입장에서 이들의 1인 시위에 의미를 부여하는 글이다.
정교수는 칼럼에서 21세기를 전후하여 새로운 문화의 단계를 느낄수 있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나’의 등장이라고 말했다. 우리로 감싸던 세계에서 ‘내’가 나서는 시절이 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정세근 교수의 칼럼에 대해 이런 장황한 되짚기를 한 것은 일단 이 지역에서 보기드문 실명이 제목인 글을 접했다는 반가움에서다. 그 다음은 정교수가 지적했듯 대중 시위와는 또 다른 의미를 지니는 1인 시위에 대해 가지는 의미와 지역적 해석을 해보고싶은 마음에서다.
실명을 거명하여 그에 대한 글쓰기를 하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칭찬과 비판 모두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이런 글쓰기의 대표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독설적인 글쓰기 방식과 내용에 대한 평가가 어떠한지는 접어두고 나는 ‘인물과 사상’을 통해 대뜸 실명이 타이틀로 등장하는 ‘실명이 제목인 글’이 마음에 든다. 이러한 비판과 평가는 사회에서 용인될 때 인간적 사회화와 아울러 건전성을 유지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여겨진다. 그런 점에서 끼리끼리 문화적 습성이 강한 충북지역에 지식인들의 실명이 제목인 글쓰기를 통해 건전한 비판과 상호 발전이 이루어지길 기대하는 마음에서 정교수의 실명 제목은 가까이 다가왔다. ‘정세근의 지역 인물 평전’을 기대해도 될 일인지 모르겠다.
다음은 김승환과 이철수의 1인 시위를 보는 지역의 평가다. 사실 김승환교수는 청주지검의 무차별적인 충청리뷰에 대한 보복 수사가 이루어지자 가장 먼저 1인시위를 감행한 당사자다. 검찰의 충청리뷰 탄압에 대해 시민단체와 몇몇 지역 인사들이 어떻게 대처를 할 것인지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을 때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뜬 김승환교수와 김홍원화백은 그대로 청주지검 앞으로 달려가 기습적인 ‘1인 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리저리 재고, 중론을 모으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란다. 개인의 등장이고 실명의 노출이었다. 그것이 촉발되어 릴레이 1인시위가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지역적 평가도 엇갈렸던 모양이다. 실천하는 지성을 칭찬하는 측면이 있었던 반면 학교로 돌아가 본분에나 충실하라는 충고도 있었다. 하지만 학자로서 ‘해방공간’이라는 개념 하나를 만들어낸 김승환교수나 정말 많은 농사를 지으며 삶과 유리되지 않는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이철수 판화가, 그리고 그 뒤를 이은 1인 시위 참가자들에게 누가 쉽게 본분에나 충실하라고 말 할 수 있겠는가. 내가 하지 않는다고 남을 우숩게 여길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다는 정교수의 끝맺음은 김승환, 이철수에 이은 다음 1인 시위자가 누구인지 짐작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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