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평군 공무원 위장전입 논란, 인구 3만명 붕괴 초읽기
군직원 60% 청주 등 외지거주, 1개과 폐지 위기

<2006년 7월 작성 기사> 지난해 12월 영동군 시내지역에 이색적인 현수막이 내걸렸다. ‘껍데기만 영동인 자 각성하고 돌아오라’ 영동특전동지회가 외지에 거주지를 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을 대상으로 주소 이전 운동을 벌였던 것. 심지어 당시 손문주 군수에게 “부동산(주택)은 청주에 두고 전세방에 살고 있다”며 일침을 가했다.

주소이전 운동을 벌인 단체에서는 “영동에서 부를 축적한 병원장이나 영동군에서 녹을 먹고 있는 공무원들 가운데 대전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에서 생업을 유지하면서도 소비와 거주는 외지에서 하겠다는 것은 지역민의 정서와 사회적 책임을 망각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도내에서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기초자치단체는 청주시가 유일하다. 자녀교육 지원과 문화복지 생활, 취업 등을 위해 지방 대도시 집중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그나마 제조업 공장이 많은 진천군·음성군은 정체상태이고 다른 시·군은 해마다 인구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인구가 준다는 것은 곧 예산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예산액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바로 인구 수이기 때문이다. 인구 1인당 연간 일반교부세는 145만원에 달하고 여기에 주민세와 자동차세 등 지방세를 합산할 경우 주민 한 명으로 자치단체가 거둬들일 수 있는 예산은 연간 171만원에 이른다. 인구 100명을 늘리면 지자체 예산 1억7천만원이 확보되는 셈이다. 인구 3만명에 미달되면 행정조직법상 군청 조직을 축소시켜야 하는 부작용도 있다.

   
▲ 증평군 공무원의 주민등록 불법전입 사태를 통해 지방공무원의 현지 거주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지방자치제 취지에 따라 외지 거주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인사상 불이익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사진=육성준기자
인구 1명당 연간 171만원 예산확보
이에따라 군지역에서는 경쟁적으로 ‘인구 늘이기’ ‘주민등록 이전’ 사업을 벌이고 있다. 관내 공무원이나 대학생, 군인들을 대상으로 주민등록 이전을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증평군 공무원들이 편법적인 주민등록 이전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증평군 공무원들은 지난 5·31지방선거가 악몽이었다.

한나라당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현직 유명호 군수를 견제하기 위해 ‘공무원 위장전입’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 실제 거주하지도 않으면서 군청 공무원들이 산하기관인 보건소 주소로 무더기 주민등록 신청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특정 후보를 돕기위한 주소이전이라면 주민등록법은 물론 선거법 위반사범으로 몰릴 상황이었다.
다행히 인구늘이기를 통한 교부세 확보방안으로 공무원노조가 주민등록 옮기기 운동을 벌였다는 것이 확인됐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법 위반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냈지만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감사원이 주민등록 위장전입에 대한 진상조사와 상응한 징계조치를 지시하고 나선 것.

결국 증평군은 기관경고를 받았고 119명의 공무원이 경징계인 주의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119명은 산하기관으로 주소를 옮긴 경우에 국한 것이고 실제로 개인주택 등으로 위장전입한 사례까지 포함하면 총 187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평군의 공무원 정원이 310명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60%에 달하는 직원들은 ‘무늬만’ 증평군민인 셈이다. 증평으로 출퇴근만 할 뿐 생활근거지는 청주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청주시와 통근가능 지역인 진천군, 괴산군, 보은군도 실거주지가 청주인 공무원이 전체 20~4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음성군은 충주시 거주자도 많고 남부지역인 영동군, 옥천군은 대전시 거주자가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증평군은 6월말 현재 인구는 3만391명으로 3만명 이하로 떨어지면 1개 과를 줄어야 한다. 지난 5월 지방선거 직전 증평군 인구는 3만641명이었으나 한달만에 250명이 줄어든 셈이다. 주민등록 위장전입 공무원 187명 이외에 선거시 투표목적으로 전입한 인구가 빠져나간 것으로 풀이된다.

공채시 선택한 근무지 거주 ‘당연’
증평군은 어떻게든 3만명을 초과하는 391명의 인구를 지켜야하는 초비상 사태에 놓이게 됐다. 작년말 현재 인구 3만명선에 머물고 있는 지자체는 보은군(3만7114명) 괴산군(3만 8595명) 단양군(3만4122명) 등 총 4개 군이다. 이에따라 보은군 박종기 군수를 비롯한 인구감소 지역 단체장들은 승진인사 불이익을 천명하며 군공무원들의 주소이전을 독려했다.

이에대해 보은군청에 재직중인 Q씨는 “청주시 등 외지에 거주하는 직원이 최소 15%에서 20%정도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역여론 때문이라도 주민등록은 대부분 보은군으로 옮겨놓은 상태다. 그러다보니 인사평정에서 특별히 불이익을 받은 사례도 없다. 민선단체장 입장에서는 직원들의 반발도 있고하니 실제 관내에 거주하라는 요구까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그런 외지거주 문제점을 얘기하면 솔직히 우린 유구무언의 심정이다”

특히 시·군공무원 채용방식이 희망 근무지를 선택해 제한경쟁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임지에 거주하며 근무하는 것이 명분에 합당하다는 지적이다. 과거에는 충북도가 전체 시군의 필요인원을 일괄적으로 뽑아 배치한 적이 있지만 이제는 시·군별로 필요인원을 정해 도에 채용시험을 위탁하면 해당 지역 지원자간의 점수경쟁으로 최종 합격자를 가리고 있다. 따라서 수험신청 자체가 근무지역을 본인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지방자치제의 취지에 따라 현지에 거주하며 근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사교류 중단 외지거주 명분없이
더구나 지방자치제 부할이후 자치단체간 인사교류가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에 시·군 공무원의 외지거주 명분은 더욱 약화됐다. 심지어 충북도와 시·군간의 인사교류도 공무원노조가 반대하는 상황이다. 특히 기초자치단체는 공무원 인적자원이 지역 경제와 문화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역내 거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지방공무원 임용조례에 현지 거주조건을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헌법에 보장한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따라서 민선 4기 기초단체장들은 단순한 공무원 주민등록 이전 차원이 아닌 현지 거주를 유도하기 위해 과감한 인센티브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날로 피폐해지는 지역현실에서 공무원이 ‘희생양’이 된다는 피해의식 보다는 지방화 시대의 선도역할을 해야한다는 공직의식을 발휘해야 할 때다.

공무원노조 증평군지부 김경회 지부장은 “군지역 인구늘이기 차원에서 주민등록 불법전입을 하는 것은 충북 뿐만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일 것이다. 특히 증평군은 청주에서 살다 발령난 직원들이 많고 생활권역이 가깝다보니 이주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지방공무원이 현지 거주의 명분을 거부할 수는 없는 것이고…, 이번 감사징계를 계기로 공무원노조 차원에서 심도있게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교수임용되면 지역거주 약속 ‘헌신짝’
도내 4년제 대학도 교수들의 외지거주 문제가 말못할 고민거리다. 청주-서울이 통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주민등록만 옮겨놓은채 가족들과 서울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충북대·청주대·서원대 전임교수를 기준으로 볼때 가족과 함께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교수의 비율은 30%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부분 교수임용 공채시 지역에 거주하겠다는 약속을 각서, 서류형식으로 받지만 주민등록만 이전시켜 놓으면 실제 거주여부까지 조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 보직교수인 W씨는 “재단측에서 청주거주를 강하게 요구하지만 4년제 대학은 상대적으로 교수파워가 있다보니 물리적으로 조사하거나 불이익 조치를 내리기가 어렵다. 신규임용시 지역거주 조건은 유명무실해 진 상태다. 반대로 2년제 전문대학은 재단입김이 강하다보니 대부분 청주거주 교수들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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