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녹취작업중, 집행부 ‘공개안된다’ 일방적 회수
‘위원장 회의진행 의문’ 제기, ‘자체 감사통해 밝혀질 것’ 일축

교보생명복합빌딩(현 까르푸 청주점)의 교통영향평가 1차심의위원회의 회의내용이 담긴 녹음테이프가 실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녹음테이프는 도의회에서 녹취록 작성을 시도하자 집행부가 ‘회의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회수해 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녹음내용을 청취한 일부 도의원은 “회의 주재를 맡은 위원장이 위원들의 지적사항에 직접나서서 답변하는등 석연찮은 부분이 있었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충북도는 ‘테이프 내용에 대해서는 자체 감사를 벌이고 있다. 외부 위원들의 발언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공개거부 의사를 밝혔다. 녹음테이프를 둘러싼 도의회와 집행부의 미묘한 갈등을 취재했다.
지난달 19일 청주도심 한복판에 까르푸 청주점이 개점됐다. 개점당일 이용차량이 4600대를 넘어서 사직로와 주변일대의 교통체증은 극심했다. 신문·방송에서는 연일 교통정체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고 특히 교통영향평가의 적합성에 대한 시비가 핵심이었다. 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교통영향평가 업무를 담당한 도건설교통국에 심의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건설교통위원회 A의원은 “집행부에선 회의록이 없다고 했지만, 민간 심의위원들을 접촉하는 과정에서 ‘녹음을 하는 것 같더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재차 녹음테이프를 요구했는데, 처음에는 거부하다가 결국 11월말경에 녹음테이프 4개를 전달받았다”
A의원은 4시간 분량의 녹음내용을 청취하고 녹취록을 작성하기 위해 도의회 속기사들에게 테이프를 넘겨줬다. 하지만 녹취작업은 초기단계에서 돌연 중단되고 말았다. 의회사무처의 귀뜸을 받은 건설교통국에서 공개불가 입장을 내세워 녹음테이프를 회수하고 말았던 것. “녹취록을 완성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의회사무처에서 지연시켰고 결국 해당 부서에서 서둘러 테이프를 회수해 간 것이다. 의원간담회를 통해 녹취록 작성을 결정한 것인데, 일부 작업을 하다가 도중에 무산돼 아쉬웠다” 상임위 소속 모의원의 말이다.
녹음테이프를 사전청취했던 A의원은 “일단 회의내용에 문제점이 많다고 생각해 녹취록을 작성의 필요성을 느꼈다. 위원장(도 건설교통국장)은 회의를 주재하는 것이 주임무인데, 심의위원들이 문제제기한 사항에 대해 직접 답변에 나서는 모습이 귀에 거슬렸다. 사실상 교통영향평가 용역기관이나 사업자측에서 답변할 내용을 왜 위원장이 나서서 설명을 하는지 의아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김종운 도건설교통국장은 “위원장으로서 부적절하게 발언한 사실이 결코 없다. 녹음테이프를 포함해 교통영향평가 심의과정의 일체에 대해 도 자체감사를 벌이고 있다. 당초 난 녹음테이프가 있다는 사실도 몰랐고, 나중에 담당계장에게 보고받기를 의혹을 제기한 도의원에게 ‘정 의심이 나면 한번 들어나 보라’는 뜻에서 테이프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위원회의 회의내용을 공개해서는 안되는데, 까르푸 개점초에 워낙 풍문이 많다보니 해당 도의원에게 확인차원에서 잠시 제공한 셈이다. 그런데 녹취록까지 작성한다고 하니 안되겠다 싶어서 서둘러 회수하게 된 것”이라고 답변했다.
결국 충북도가 녹음테이프를 공개하지 않는 한 교통영향평가 1차 심의위원회의 발언내용을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연말 청주지역의 최대 이슈로 떠오른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한다면 심의위원들의 사전동의를 구해 명명백백하게 회의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청주경실련 이두영사무처장은 “대규모 교통유발시설의 입지여부는 시민의 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한 중대사안이다. 그래니까, 민간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교통영향평가 심의위원으로 참여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까르푸 청주점과 같은 의혹사안에 대해 ‘비공개’ 원칙론만을 내세워 자료공개를 꺼리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교통체증은 물론 재래시장 상권피해 등에 대한 사전분석이 있었는지도 검증해야할 부분이다. 시민감사청구등을 통해서라도 진상을 규명해야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권혁상 기자

2차 심의 민간위원 왜 교체했나?

까르푸 이용차량 개점초보다 절반으로 줄어

언론에서는 지난 6월 교보생명복합빌딩 교통영향평가 2차 심의위원회에서 1차 심의때 참여한 민간위원 4명이 모두 교체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왔다. 이에대해 충북도는 “한번 회의때마다 두서너건을 동시에 심의하기 때문에 특정 신청건에 국한된 심의위를 구성하는 자체가 불가능하다. 전체 35명의 위촉위원들을 풀제로 운영하며 신청건에 따라 미리 자료를 보내주고 사전검토를 요청한다. 기본적으로 만장일치제로 승인을 내주고 있다. 위원 가운데 누구라도 이의를 달면 그에 대한 사업주의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재상정(보류) 시킬 수밖에 없다. 교보빌딩도 1차 심의때 지적된 57건에 대해 사업주가 일부를 추가해 60여건의 자체 개선대책을 내놓아 그 안에 대해 2차 회의서 심의한 것이다. 심지어 2차 심의때도 20여건이 지적됐으나 즉석에서 수용해 의결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까르푸청주점은 개점초 1주일동안 이용차량 대수가 평일 3500대, 주말 4500대에 이르렀으나 25일부터 1주일간은 평일 2500대, 주말 3400대선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통체증에 대한 언론의 집중보도이후 12월들어서는 평일 1600대, 주말 2500대(토) 3400대(일)선을 유지해 이용차량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대해 도관계자는 “개점초 경품행사때 고객이 집중되면서 일시적으로 교통체증이 심화된 것이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당초 심의위원회의 예측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평가 최대치가 평일 3160대, 휴일 4480대였기 때문에 앞으로 이같은 예측치를 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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