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약학대, 6년제 학제개편 무산되자 강력 반발
충북대 약대는 4일부터 수업 및 기말고사 거부

충북대 약학대 학생들이 화났다. 지난 10월 18일 ‘약사제도개선 및 보건산업발전 특별위원회’에서 약대 6년제 학제개편을 확정 했으나 교육인적자원부가 전면 부정하고 나섰기 때문. 그래서 충북대 약대는 지난 3일 학생 136명을 대상으로 수업거부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 117표(86%), 반대 17표, 무효 2표로 4일부터 전면 수업거부에 들어갔다. 이러한 수업거부는 현재 전국의 약대 20개중 17개 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대 약대는 일단 오는 18일까지 수업 및 기말고사를 거부하고 전국의 약대생들과 보조를 맞춘다는 계획이다.
곽재환 약대 학생회장은 “OECD 국가중 약대가 4년제인 곳은 우리나라 밖에 없다. 이미 20년전부터 약대 학제개편 이야기가 나왔는데 아직까지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의대가 6년이라면 약대도 6년제로 바꿔 의사들과 대등한 관계에서 일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난 96년 수의대 학제개편 때 할 기회가 있었으나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번에도 관계부처 합의까지 도달한 이 문제가 갑자기 무산될 위기에 놓인 것은 의사협회와 한의사협회의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들었다”고 분개했다.
대한약사협회도 이에 대해 “약대교육 6년제는 신약의 증가와 임상약학 및 실습교육의 필요성에 의해 20년전부터 제기돼 온 문제이며, 복지부에서도 92년과 95년에 6년제 타당성을 교육부에 통지한 바 있어 이미 기정사실화 되었는데도 한의사협회는 ‘한약취급 의도 운운’ 하며 있지도 않은 사실을 날조했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4년으로 불충분한 약대교육

약대생들이 이렇게 6년제를 주장하는 이유는 약국에서 환자에게 약을 조제, 판매하는 것이 단순한 상행위가 아니라 보건의료행위에 속해 제약학, 임상약학, 창약학을 배우려면 현행 4년제로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은 외국의 약대 학제가 대부분 5∼6년제로 돼있어 우리나라 약대 졸업생들이 외국에 나가 약사면허시험을 보려고 해도 응시자격조차 주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제 프랑스와 네덜란드·스페인 등이 6년, 북한과 중국·인도네시아·태국·이탈리아가 5년이며 미국이 5∼6년인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대 약대 2학년인 정두선 군은 “김대중 대통령이 97년 대선 때 약대 학제개편 공약을 제시했으나 말뿐인 공약이 됐다. 현재 약대생들은 4년 동안 전공 공부를 다 못할 정도로 시간에 쫓긴다. 그래서 중요한 부분만 공부하고 넘어간다. 우리가 6년제를 요구하는 것은 의사의 영역침해나 한약 조제권 확보가 아니라 더 나은 보건의료 전문인으로 질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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