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장 육교철거·용암동 지하도 위 횡단보도 설치는 변화로 받아들여져
보도 함몰된 곳이나 훼손 많고, 불법노상적치물 쌓인 곳 부지기수

전문가들은 그동안 청주시에 느리지만 보행환경 개선을 위해 변화한 흔적들이 있다고 평가한다. 실제 세 곳만 그어져 있던 방아다리 사거리에 횡단보도 네 곳이 모두 설치되고 농협충북도지부 앞에도 횡단보도가 생겼다. 그리고 중앙시장 입구에 있던 육교가 철거된 뒤 횡단보도가 설치되고, 2001년 5월에는 용암동 사거리 농협 용암지점 앞 지하도 위에도 횡단보도가 만들어졌다.
특히 용암동의 횡단보도 설치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당초 ‘횡단보도는 육교·지하도 및 다른 횡단보도로부터 200m 이내에 설치해서는 안된다’는 도로교통법시행규칙 제9조에 의거해 횡단보도를 육교나 지하도와 병존할 수 없도록 했다. 사람보다 자동차를 우선하는 정책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이 들고 일어나 이 규정은 ‘보행자의 안전이나 통행을 위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는 단서조항이 첨가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시민단체들은 이 법규정을 없애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이렇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조항은 장애인이나 노약자 및 자전거 이용자들이 지상으로 걸어다닐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에서 지난 9월 24일과 10월 15일 두 차례에 걸쳐 청주대교 앞에서 석교동 육거리까지 보행환경실태조사 한 것을 살펴보면 청주가 얼마나 걷기 힘든 도시인가를 알 수 있다. 조사팀에 의하면 보도가 함몰되고 훼손된 곳이 많으며 인도에 불법노상적치물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청주백화점 앞 버스승강장에 상점에서 내놓은 화분들이 있어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불편함을 겪고, 도청 앞 사거리 횡단보도 앞에는 슈퍼에서 내놓은 물품으로 보행자들이 좁은 보도를 통행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투자신탁 앞 육교 밑이나 보도위에 자동차가 불법 주차돼 걷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석교동 육거리시장 입구에는 주차장을 방불케할 정도로 불법주차 차량이 많고 쓰레기가 지저분하게 쌓여있다는 것이다. 청주 맹학교 입구도 도로포장상태가 어느 곳보다 불량해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를 이용하려면 시각장애인들이 수영하듯 휘젓고 가야하고, 음향신호기가 오작동인 곳이 많아 이를 정비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부각됐다. 아울러 장벽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계단을 없애고 턱을 낮추어 보행 약자와 자전거 및 유모차 이용자들에게 편안한 보행로를 만들어줘야 할 것으로 조사됐다.

인/ 터/ 뷰/ 청주대 최효승 교수
“교통정책, 사람우선으로 바꿔라”

보행환경 개선 연구에 관해 청주대 최효승 교수는 오랜기간 노력해온 학자다. 그는 인간의 기본권리인 보행권을 잊은 채 자동차 우선의 도시공간속에서 매몰돼 사는 사람들에게 늘 경종을 울린다. 최근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와 함께 초등학교 어머니 회원들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보행환경에 관한 강의를 자처해서 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어머니들이 아침마다 학교 앞에서 교통지도를 하고 있는데, 나는 이런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가정에서는 자동차에 대한 아버지들의 생각을 바꾸고, 행정기관에서는 사람우선의 교통정책 전환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마 통학로에 인도가 없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을 것이다. 선진국들은 대각선 건널목(Scrambled crossing system)이라는 것을 만들어 우리처럼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지 않고 한번에 대각선 방향으로 건너갈 수 있게 하고, 일본에서는 동경의 긴자거리를 매주말 차없는 거리로 지정했다. 이곳은 8차선 도로인데 주말마다 보행자들의 천국이 된다. 우리나라와 얼마나 비교되는가.”
이어 최교수는 학생들이 학교에 가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나라가 말이 되느냐고 분개하며 “모든 문제를 약자와 더불어 사는 쪽으로 생각해야 한다. 지하도를 가능하면 안 만들되 꼭 만들어야 할 경우도 경사로 설치가 기본이지만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야 하고, 육교 밑에는 횡단보도가 있어 보행자들을 우선 배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도심을 지날 때는 차가 천천히 가는 것으로 인식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를 타고 가는 사람은 언제나 쌩쌩 달릴 생각만 한다는 그는 구 남궁병원 앞의 육교는 철거되고 상당공원 사거리를 대각선 건널목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행환경 실태조사를 위해 외국을 부지런히 방문하고 관련 자료들을 소중히 챙기는 최교수는 누구나 경탄해 마지않는 가로수길이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없는 자동차 전용도로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그는 가로수길을 아직 드러내놓고 자랑할 수 없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최교수는 ‘사람사는 도시’를 위해 차고갖기 시민운동, 교통문화개선운동, 지하도 위 횡단보도 부활, 보행자길 찾아주기 시민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와 청주환경운동연합 자문위원이며 ‘걷고싶은 도시만들기 시민연대’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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