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실 지키는 붙박이 청주권 도의회의장에는 합의
도당, 28일 후보 단일화 시도했으나 일부 반발 무산
오-심흥섭·조영재, 박-한창동·최재옥 짝지어 선거전

7월4일 출범하는 충청북도의회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 충북도당이 도의원 당선자 간담회를 통해 의장 후보를 단일화 하려 했으나 민주적인 절차를 요구하는 일부 소수파의 반발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나라당 충북도당은 7월28일 오후 2시30분 당 소속 도의원 당선자 27명 중 24명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사실상 의장 후보로 압축된 오장세, 박재국 의원을 대상으로 후보 단일화를 위한 투표를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도의원 31명 가운데 한나라당이 27석을 석권했고 나머지 4석도 열린우리당과 무소속이 2석씩 나눠가져, 한나라당이 결정하면 사실상 확정의 의미를 갖는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번 도의회 의장 선거의 의미는 당초 청주권 대 중부권의 대결 양상을 보였으나 막후 접촉에 의해 중부권에서 출마를 저울질 하던 후보들이 출마포기로 뜻을 굽히면서 청주권 맞대결로 좁혀졌다. 의장 후보군이 청주권으로 집약된 것은 의회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의장이 의장실을 지켜야 한다는 ‘단순논리’가 설득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주권의 한 의원은 “7대 의회는 북부권(충주 권영관)과 남부권(영동 장준호)에서 의장을 맡다보니 자연스레 의장실을 비우는 일이 많았다”며 “도지사와 도의회 의장이 동급의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그만큼 자기 자리를 지키며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28일 열린 간담회에서 단일화 투표가 무산된 것은 의장단 선거가 의장과 부의장을 뽑는 선거인데도 달랑 의장 후보만 단일화할 경우 예측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선거 당일 이른바 교황선출방식으로 의장을 선출함에 따라 자칫 단일화 결과가 뒤집힐 수도 있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일부 의원들이 “의장도 150만 도민의 대표인 만큼 가장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선출돼야 한다”며 “후보들의 정견 발표도 듣고 열린우리당과 무소속을 포함한 31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당한 방식에 따라 의장단을 뽑아야 한다”고 도당방침에 맞섬에 따라 투표는 7월4일 제8대 도의회 첫 임시회에서 예정대로 선출될 전망이다.
그러나 일부 초선 의원들은 “누가 적임자인지 모르겠으니 투표를 통해 단일화 해달라”며 끝까지 모범답안(?)을 알려달라는 식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 7월 4일 실시되는 충북도의회 의장선거는 박재국·오장세 두 청주권 의원의 맞대결로 압축됐다.
먼저 출발한 오장세 의원 유리한 고지

당초 청주·청원권에서만 오장세, 박재국, 이대원, 한창동 의원 등이 출마 의사를 내비치던 상황 속에서 출마 의사를 가장 강력하게 내비치며 먼저 걸음을 뗀 사람은 7대 부의장을 지낸 오장세 의원이다.

여기에다 공천 과정에서 껄끄러운 관계를 노출했던 이대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배후에서 오장세 의원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것은 초반 판도를 대세론의 수준으로 이끌었다.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청주시가 지역구인 6명 의원 가운데 역시 출마를 결심한 박재국 의원을 제외한 5명의 표심이 오장세 의원에게로 집중된 것이다. 이대원 의원은 이에 대해 “청주권 의장의 당선이 너무나 절실하고 도의회 의장이 도지사와 견줄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합리적이고 조정능력이 있는 오장세 의원을 지지하게 됐다”며 킹메이커 역할을 자임했다.

‘오장세 대세론’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축은 ‘3선의원의 삼각편대론’이다. 7대에서 북부권, 남부권 의장이 나왔기 때문에 이번만은 청주권 의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오장세(청주), 심흥섭(충주), 조영재(영동) 등 3선 당선자 3명이 역할을 분담하자는 논리다. 이들이 내린 정답은 오장세 의장, 심흥섭, 조영재 부의장 카드다. 청주에서 의장을 맡고 북부, 남부에서 부의장을 맡게 되니 그럴듯한 구도의 그림이 그려진다.

선거운동도 청주를 중심으로 남부와 북부에 포스트를 두고 진행되니 이미 굳히기 단계에 들어갔다는 것이 오장세 의원 진영의 분석이다. 한 재선 의원은 “어차피 선거는 요식행위에 불과하고 대세는 판가름이 났는데도 의원 간담회에서 단일화를 무산시킨 것은 결국 스스로를 격하시키는 판단으로 보여진다”며 승리를 장담했다.

열린당, 무소속 후반기에라도…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박재국 의원은 당초 의장 출마를 준비했던 한창동(청원) 의원, 최재옥(증평) 의원 등을 부의장 파트너로 선택했다. 청주에서 기반을 잃고 중부권에 진지를 구축한 셈이다.

박재국 의원은 선거판도에 대해 “출발이 늦어서 어려움이 많다. 이미 오장세 의원이 선거판을 짜놓은 상태다. 의원들에게 지지를 부탁하면 오 의원과 미리 약속을 해 신의를 저버리기 어렵다는 대답을 듣고 있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지만 열린우리당 김인수(보은), 최미애(비례) 당선자, 무소속 김환동(괴산), 연만흠(증평) 당선자 등도 사실상 박재국 의원 지지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 최미애 당선자는 “앉아서 지켜보지만은 않겠다.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반영하겠다. 다만 무소속 후보들과 만난 적은 있지만 구체적으로 지지후보를 결정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재선의 김환동 의원은 “누구를 지지한다는 딱히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4명이 후보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는 의외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상당수 초선 의원들의 표심이 예상과 다르게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의석 수에서 절대 열세인 열린당, 무소속 후보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김환동 의원은 이에 대해 “의장, 부의장 등 의장단 3명 외에도 5명의 상임위원장이 있지만 한나라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배려를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다만 후반기에는 의원들끼리 서로 교분을 갖게 되고 면모를 알게 되면 분명히 당의 입김을 벗어난 올바른 판단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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