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 운동 편승은 자해적 선거운동”
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장, 이 후보 맹비판

대표적인 보수우파 언론인 조갑제(월간조선 편집장)씨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최근 정치적 행보를 강도높게 비판하는 글을 발표해 화제가 됐다.
조씨는 6일 밤 10시 51분경 자신의 홈페이지(www.chogabje.com)에 올린 글(‘스탠스를 잃은 이회창’)에서 “우파를 대표하는 것으로 보였던 이 후보의 최근 선거운동 행태가 일대 혼란에 빠지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의 사과와 한미행정협정의 재개정을 요구함으로써 반미운동에 편승하고 있다”고 이 후보의 ‘반미 행보’를 정면으로 공격했다.
다음은 조 편집장이 12월6일 저녁 홈페이지에 올린 ‘스탠스를 잃은 이회창’의 전문.

1. 한국의 우파 세력을 대표하는 것으로 보였던 이회창 후보의 최근 선거운동 행태가 일대 혼란에 빠지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그는 두 여중생 사망사건에 부시 대통령이 사과를 했음에도 또 다시 사과를 요구하고 한미행정협정의 재개정도 요구함으로써 반미운동에 편승하고 있다.
2. 이 반미운동 세력은 압도적으로 노무현 지지세력이다. 이 세력이 만들어놓은 무대에 이회창 후보가 올라가 아무리 노래를 잘 불러도 그 표는 노무현 후보로 갈 것이다. 남이 차린 무대에 올라가 인기를 얻으려고 축사를 하든 악담을 하든 그것은 자신의 자존심을 포기하는 것이다.
3. 이회창 후보는 지금 반미운동의 확산을 저지하고 두 여중생의 사망이 한미동맹관계를 오히려 더욱 공고하게 하는 방향으로 승화되도록 노력해야 할 때이다. 반미운동에 우파 지도자가 동조함으로써 이 운동을 확산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는 그의 이상한 전략은 일종의 자해적 선거운동이다.
4. 이회창 후보는 60% 이상의 보수표는 어디 가겠느냐면서 젊은 표와 좌파표를 향해서 추파를 던지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우파에서는 이회창 후보는 우파의 챔피언이 아니고 보수적 기회주의자가 아닌가 하는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우파들의 눈에는 이회창 후보가 좌파와 맞서 싸우는 지도자가 아니라 우파를 배신하고 좌파에게 아부하거나 투항한 지도자로 보이는 모양이다.
이렇게 되면 우파의 전의(戰意)가 상실되어 이회창의 지지세력이 사기를 잃게 된다. 이회창 후보가 좌파로부터 욕을 먹어가면서 우파 이념을 옹호했더라면 우파가 단결하여 이회창 후보 지원과 보호에 나섰을 것인데 그런 공분심과 동정심을 발휘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해버린 것이 이회창 후보인 것 같다.
5. 반미정서는 이회창의 안마당이라고 하던 기성세대와 우파세력으로까지 침투하고 있다. 그 뒤를 따라서 노무현의 인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반미정서를 확산시킨 이회창 후보는 결국 노무현 후보의 인기 상승에 길을 터준 사람이다.
6. 한반도에서는 이념이 가장 큰 전략이다. 이념에 따라 김정일 세력과 대한민국 세력으로 크게 나눈 다음 대한민국 세력을 강화하고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써야 정치에선 성공한다. 이념이 사치라느니, 이념의 시대는 끝났다느니 하면서 패션에 따르듯이 반미운동 등 좌파와 행동을 함께 하는 것이 리버럴이고 진보라는 위선의 포로가 된 얼치기 보수세력은 반드시 좌파이론가에게 조종되기 마련이다.
7. 정몽준씨의 한 참모는 이회창 후보의 선거전략은 지리멸렬이고 스탠스를 잃은 것 같다는 평을 했다. 스탠스를 잃었다는 의미는 우파를 딛고 서야 할 그가 한 발을 빼내어서 좌파쪽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헛디뎌 자세가 위험하게 기울었다는 의미이다. 다시 우파쪽으로 복귀할 것인가 그러지 못하고 넘어갈 것인가.
8. 이회창 후보는 이번 선거에 정치적 생명뿐 아니라 물리적 생명까지 걸어야 할 입장이다. 이번에도 또 지면 우파에서는 그가 이념적으로 우파를 배신하여 이길 수 있는 선거를 두번이나 짐으로써 괴로운 10년을 안겨다 준 사람으로 규정하여 매장시킬 것이다.
우파이념에 상처를 입히면서까지 선거 운동을 하여 그 결과가 패배로 나타난다면 이회창 후보는 참으로 비참한 처지로 전락하게 된다. 우파의 반대를 꺾고서 좌파에 추파를 던지는 것은 그 자신에게는 일생일대의 모험이다. 이 모험에서 지면 인간적으로 치사해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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