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와 50·60대,‘세대설득’ 팽팽한 힘 겨루기

부산은 과연 노무현 후보쪽으로 디비질(뒤집어질) 것인가, 이회창 후보의 초반 강세를 지켜줄 것인가. 21세기 첫 대통령을 뽑는 날을 일주일여 앞둔 지금 부산이 요동치고 있다.
<오마이뉴스> 부산취재팀은 최근 서면 로타리 등 부산도심에서 보통사람들이 분석한 부산중반판세를 들어봤다. 특징은 20, 30대와 50대 이후의 여론이 대조적이라는 것. 따라서 부산 판세는 양 세대간의 ‘세대설득’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30대가 노무현쪽으로 디비진 이유

서면 로타리에서 만난 32세의 공무원 김길중씨는 “내 친구들은 5:5”라면서 “노무현 지지자가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씨는 노무현 후보 지지자가 ‘예전의 부산’에 비해 늘어난 이유를 몇가지로 분석했다.
첫째로 김씨는 “노 후보는 개혁적인 성향을 확실히 갖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보수적인 색채가 너무 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둘째로 단일화 효과를 언급했다. 그는 “단일화 과정에서 많이 움직였다, 정몽준 지지자도 노무현으로 돌아서고, 특히 노무현 후보의 뚝심에 점차 마음을 주게 된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셋째로 김씨는 “30대는 부모들로부터 완전히 ‘탈출’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50, 60대인 부모들은 여전히 한나라당 지지자가 많지만 30대는 20대와는 달리 부모의 의견을 더 이상 따라가지 않고 스스로 판단해 결정하기 때문에 ‘옛날의 부산정서’의 영향을 덜 받는다”고 말했다.
넷째로 “최근의 ‘반미감정’ 확산 등이 30대의 노무현 지지바람을 더욱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씨와 얘기를 나누는 밤9시경에도 약2000여명의 대학생-시민이 서면로타리 도로를 통해 여중생 사망을 추모하는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서면 로타리 근처의 한 노래방에서 나온 30대 여성을 만났다. ‘1시간 서비스에 2만원’을 받고 밤 8시부터 새벽 5시까지 근무를 한다는 35세의 조아무개씨는 “우리 가게에는 외로운 손님들과 노래 벗하는 아가씨들이 10명 있는데 서른 한 살이 가장 어리고 다들 30대 중후반”이라면서 “그중 4명은 회창씨, 또 4명은 노무현 아저씨를 지지하고 나머지 2명은 기권”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노래방에 오는 젊은 손님들을 보면 아직은 노무현-이회창 지지자가 반반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남녀 할 것 없이 30대에서는 노무현 후보의 바람이 만만찮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회사원 김아무개씨는 밤 11시경 서면 로타리 근처에서 한참 핸드폰을 걸고 있었다. 술을 한 잔 걸친 것 같은 그는 부친상을 당한 친구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통화를 마친 그는 “나는 마흔 둘인데 45세 전후가 확연히 갈린다”고 말했다.
“45세 이상은 이회창이 많고 그 이하는 노무현이 많다. 내 친구들은 5:2:3이다. 5가 노무현이고 2가 이회창이고 3은 부동표다.”

“같은 40대라도 45세 전후로 갈라져”

노무현 표를 상당히 높게 예상하고 있었다. ‘혹시 친구들이 옛날에 학생운동하던 사람들 아니냐’고 물었더니 “나도, 친구들도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럼 왜 노무현을 지지하느냐’고 했더니 “좀 더 개혁적이지 않은가, 이회창은 낡은 정치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노 후보가 부산을 찾은 12월 5일, 사상 터미널 유세현장에 모인 2000여명 중에는 40대가 많이 보였다. 40대 초반이라는 한 아저씨는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많이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 저 사람들을 보라, 발걸음을 멈추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상 시외버스터미날까지 기자를 태워준 46세의 한 택시기사는 강하게 노무현 후보를 비판했다. “아무리 그래봤자 노무현이가 부산에서 20, 30% 이상 받지는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노무현 바람이 분다고 하는데 그것은 젊은 사람들하고 부산에 살고 있는 호남사람들이 일으키고 있는 것 일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산사람들은 지금 DJ정권의 비리를 확 뒤집어 보일 사람을 원하고 있다”면서 “젊은 사람들이 휩쓸리고 있다고 하는데 그게 얼마나 될 거냐”고 말했다.
그는 또 “가끔 경북 사람들이 여기와서 택시를 타면, ‘지난 대선 때 부산의 얼빵한 니들이 이인제 찍어줘서 디제이정권 만들고 이리 됐다’면서 ‘이번에는 투표를 잘 하라’고 그런다”면서 “젊은 층이 얼마나 투표를 할지 모르지만 중반 이후는 결국 전부 이회창 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50대에게 ‘부산대통령론’은
먹힐 것인가

덕천로타리에서 있었던 노무현 후보 유세를 죽 지켜보고 있던, 스스로를 “장사하는 사람”이라고 한 56세의 남성은 “지식인 계층은 많이 움직였지만 내 또래의 일반사람들은 아직도 이회창 지지자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한겨레신문 지국을 운영한 적도 있고 인터넷 <오마이뉴스>를 매일 본다는 그는 “나는 민주당 경선 때부터 노무현 지지로 돌아섰는데, 우리 친구들한테 말하면 안먹힌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 10명 중에 1, 2명 노무현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56세의 택시기사 임인기씨는 “내가 아는 사람들은 회창씨 쪽이 훨씬 많고 노무현 지지자는 ‘우짜다가’ 한사람씩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명중 8명은 회창씨를 찍을 거고 2명 정도는 ‘에이 모르겠다, 우리 지방 사람 찍어주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씨는 “그렇다고 이회창씨가 인기가 크게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회창씨는 이 지역 사람도 아니고, 사실은 창을 보고 찍어주는 것이 아니라 당을 보고 찍어주는 것이다. 이회창 개인이 좋아서 찍어주는 숫자는 그리 안된다. 민주당보다는 한나라당이 좀 더 낫지 않겠나.”

노무현 후보측은 이런 50대층을 향해 ‘부산대통령론’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노무현 후보가 당은 민주당이지만, 김대중대통령과 동교동계로부터 이미 독립했으니 고향에서 밀어주면 떳떳한 부산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런 부산대통령론은 일부 50대를 부동층으로 만들고 있다. 서면 로타리의 군밤장수가 그랬다. 50대 중반인 그는 “누구를 찍을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대학에 다니고 있는 내딸래미는 이미 결정했다”면서 “걔는 노무현 후보를 찍을 거라고 했다”고 말했다. ‘딸로부터 영향을 좀 받을 것 같은가’라고 물었더니 “내가 영향을 줄지, 받을지 두고 볼일”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50대와 20대, 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줄 것인가

택시운전사 조씨는 “30대는 노무현 지지자가 더 많은데 20대는 또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동명정보대학 1학년생인 조아무개씨는 “우리 학교 학생들을 보면 6:4로 이회창이 우세하다”면서 “나도 이회창씨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경남정보대학 휴학생 이아무개씨는 정반대의 분석을 했다. “학생들이 이회창을 안좋아하기 때문에 거의 다 노무현 편이다”면서 “부모님들의 영향을 거의 안받을 것이고, 8:2정도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고를 졸업하고 일본 대학으로 유학을 갔다가 잠시 귀국했다는 김 아무개씨는 “내 친구들은 6:4로 노무현이 우세하다”고 말했다. “집에서 부모님 대개가 무조건 이회창을 찍으라고 하는데, 우리는 또 자기생각을 갖고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TV토론을 보고 ‘부모와 함께 부동층으로 돌아선’ 20대도 있었다.
25세의 직장인 이승훈씨는 “내 친구들을 보면 5:5정도 된다”고 전제한 뒤 “개인적으로는 이번 TV토론이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이씨는 “나는 한나라당 후보를 찍을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 토론을 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다”면서 “50대 중반인 우리 부모님도 처음부터 한나라당으로 거의 굳어 있었는데 지금은 부동표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현상은 1달전에 비해 많이 바뀐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으로 몰렸던 것이 TV토론을 보면서 쪼개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MT3’라는 지하 PC방에 들어가 보았다. 자욱한 담배연기 속에 20대 남녀 한쌍이 나란히 앉아 자판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남자는 노무현 지지자였고 여자는 이회창 지지자였다. 그래서인지 판세분석도 확 달랐다.
(남) “내 친구들을 보면 노무현 지지자가 많아요. 6:4정도 되죠.”
(녀) “아닌데...우리 친구들은 6:4, 혹은 7:3 정도로 이회창쪽인데.”
두 사람은 비록 애인사이이지만 앞으로도 각자의 소신을 굽히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부산이 노무현 후보에게 크게 디비지지는 않았지만 심상치 않다는 것은 한나라당쪽도 인정한다. 지역신문인 국제신문 4면에 실린 <한나라 부산당직자 총동원령>(12월6일자)이 전한 풍경은 이렇다

젊은층 투표율이 관건

“요즘 부산지역 한나라당 분위기가 심상찮다. 후보단일화 이후 불고있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 바람 탓이다…. 김모 시의원은 지난달 29일 부산을 찾은 이회창 후보와의 조찬 간담회 도중 쓰러져 주위를 놀라게 했다. 동료 의원들은 ‘김 의원의 지역구 성적이 부산지역 최하위권이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귀뜸했다.”
부산에서 만난, 거리의 판세분석가들이 전국 종합분석을 하면서 가장 많이 한 말은 “전라도 표하고 대구경북 표하고 쌤쌤하고, 부산에서 결판날끼라”였다.
부산의 결판은 세대간의 대결이 1) 투표 전 다른 세대 설득 2) 투표당일의 세대별 투표율이 어떻게 귀결될지가 관건이다. 20, 30대가 부모세대인 50, 60대에게 노무현 바람을 전이시킬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50·60대가 ‘부패 디제이정권 심판론’으로 20·30대를 설득할 수 있을까이다. 그리고 20·30대가 얼마나 투표에 참여할 수 있을까이다.
28세인 김아무개씨는 핸드폰 판매 대리점의 셔터를 막 내리고 오토바이에 올라타 시동을 거는 중이었다. 그는 “바뀌야 안 되겠습니꺼”라면서 “찍는다면 노무현을 찍겠다”고 말했다.
“찍는다면…” 이 한마디가 12월19일의 승자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회창 지지자인 50대 택시기사는 “30대의 젊은 사람들은 택시를 타면 묻지도 않았는데 ‘노무현 그 사람 이번에는 밀어줘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면서 “그래도 부산사람들은 모른다, 표로 꿰봐야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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