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주장 “오차범위 접전, PK지역 노풍 잠재우기 성공”
민주당 주장 “승리 거의 확실, 1백만표 차이냐 2백만표 차이냐”

12월 3일 열린 1차 TV합동토론이 끝난 직후 5개 중앙언론사들이 발빠르게 ‘비공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 여론조사 결과들은 중반판세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촉각을 곤두세우며 여러 경로를 통해 여론조사 결과들을 알아내려고 분주했다.
각 언론사에서 흘러나온 여론조사 결과들을 취합한 결과 12월 초 민심은 여전히 노무현 후보에게 가 있었다. 노 후보는 상승세를 유지한채 이 후보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무현-정몽준 공조체제’가 지지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단풍(單風: 단일화 바람)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노무현-정몽준’ 두톱체제를 내세워 안정권 확보와 굳히기에 들어간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고, 한나라당은 PK지역에서 노풍을 잠재워 노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대폭 줄여 대역전을 시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영남지역 제외한 전지역에서
노무현 후보가 앞서고 있어”

민주당은 현재 매우 고무돼 있다. 1차 TV합동토론 직후 실시된 5개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여전히 오차범위를 넘어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문·TV광고와 찬조연설 등 ‘미디어 홍보전’에서도 한나라당을 앞지르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와 이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더 크게 벌여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승리를 기정사실화하고 이 후보와의 득표 차이(‘1백만표냐 2백만표냐’)를 조심스럽게 저울질하는 관계자들도 눈에 띌 정도다.
민주당 선대위측은 “영남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노 후보가 이 후보를 앞서고 있다”고 현재의 판세를 분석했다. 실제 M사의 여론조사 결과(4일), 노 후보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뿐만 아니라 대전·충청에서도 상당한 차이로 이 후보를 앞질렀다. 또한 노 후보와 이 후보가 오차범위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난 D사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노 후보는 수도권과 충청·호남·강원·제주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측은 실제 득표결과에 가깝게 분석된 ‘판별분석’(‘부동층 등 무응답층을 지역·연령·성·투표율 등을 고려해 지지율을 분석한 것’) 결과에 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실제 5개언론사의 판별분석 결과 노 후보가 이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앞으로 잃을 게 없는 노 후보가 결국 이길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실제 D사와 C사의 판별분석 결과 노 후보가 이 후보를 박빙으로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측은 노 후보가 큰 차이로 앞서고 있는 충청권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인제 의원이 탈당, 자민련에 입당하면서 이회창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해 ‘이인제 변수’의 영향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5일과 6일 대전지역에 대해서만 ‘특별’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 자체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는 오차범위를 넘어서 이 후보를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인제 의원의 탈당 이후 지지후보에 변화가 있었느냐’는 물음에 7.6%만이 ‘변화가 있었다’고 대답했다는 점이다. 이에 반해 92.4%는 ‘변화가 없었다’고 답했다. 이는 최소한 대전지역에서만은 ‘이인제 변수’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게다가 지난 7일 자민련에서 ‘어느 후보도 지지하지 않겠다’는 대선중립 방침을 시사해 이인제 의원의 이회창 후보 지원유세도 어려움에 부딪친 상황이다.

PK지역 노풍 잠시 ‘주춤’…“부산대통령론이 DJ심판론보다 더 잘 먹혀”

하지만 민주당은 집중공략지역인 영남권에서 여전히 큰 차이로 이회창 후보에 뒤지고 있다. 특히 ‘단풍’의 영향으로 노풍이 재점화했던 PK지역에서조차 최근 노무현 후보의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 노 후보가 지난 5일부터 이틀동안 PK지역에 내려가 ‘2차 유세’를 벌인 이유도 이러한 판세분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론조사기관의 관계자도 “지난 5일 여론조사 결과 노 후보가 이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PK지역에서 노 후보의 상승세가 주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회창 후보가 두 차례에 걸친 PK지역 유세에서 ‘노무현=DJ양자론’과 ‘부패정권 심판론’을 통해 반DJ정서를 자극했고, 한인옥 여사까지 PK지역에 상주시키면서 지지층 이탈을 저지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M사와 D사의 여론조사에서도 노 후보의 PK지역 지지율은 민주당측의 ‘희망수치’를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H사가 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가까스로 민주당측의 기대치에 진입했다. 한편 노 후보의 TK지역 지지율은 여전히 답보상태 이다. 민주당의 애초 목표에는 아직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노 후보의 한 핵심측근은 PK지역의 판세를 이렇게 분석했다.
“부산대통령론과 DJ심판론이 충돌하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부산대통령론이 더 잘 먹히고 있다. 게다가 노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굳이 이 후보를 지지할 필요가 없어지자 유권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경남은 시간상 어려울 수 있지만 부산은 과반으로 이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민주당은 특히 한나라당의 ‘폭로공세’가 표심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즉 한나라당에서 제기한 국정원 도청 의혹과 노 후보의 재산 의혹 등이 노 후보의 지지율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것. 최근 노 후보가 ‘네거티브 캠페인 중단’ 선언을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민주당은 5일자 ‘노무현 브리핑’(31호)에서 각 언론사 관계자들의 분석을 언급하며 “후보간 TV합동토론이 끝난 직후 5개 언론사가 각각 여론조사 전문기관과 실시한 판세분석을 종합하면 여론조사 공표 제한 직전 시점에 발표된 지지도에서 별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최근 각 언론사와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의 대선판세 분석결과 한나라당의 잇따른 폭로정치 공세가 유권자들의 표심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대선정국이 외견상 한나라당의 도청의혹문건 등 폭로 격랑 때문에 요동을 치는 듯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실제 국민여론과 선거판세는 10여일 넘게 별 변화 없이 일관된 흐름 속에서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겉으론 “지지율 격차 크게 줄고 있어”...속으론 “비상”

한나라당은 요즘 ‘비상’이다. 1차 TV합동토론 직후 실시된 각 언론사들의 총동원 체제로 비공개 여론조사 결과 이회창 후보가 노무현 후보에 여전히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특히 메가톤급 폭로였던 국정원 도청의혹 폭로도 지지율 변화에 전혀 영향을 못 미친 것으로 분석되자 초조감은 더해가고 있다.
물론 한나라당은 현재 ‘속 다르고 겉 다르고’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즉 속으론 “비상”이라며 내부적으로 총동원체제에 들어갔지만, 겉으론 “지지율 격차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노 후보에게 뒤지고 있다는 사실만은 인정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이해찬 민주당 선대위 기획본부장은 “몇번의 선거를 치르면서 유력후보진영이 지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은 처음 보는 일”이라고까지 얘기했다.
서청원 대표는 지난 3일 선거전략회의에서 “여러분들이 그동안 지역에서 열심히 노력하신 결과 노 후보의 거품이 빠지기 시작한 것 같다. 이회창 후보의 대세론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 같다”며 ‘이회창 대세론’이 재점화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런데 한 여론조사기관의 관계자에 따르면 한나라당이 1차 TV합동토론 전에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에서조차 이 후보가 오차범위를 넘어 노 후보에게 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한나라당측은 후보단일화 이후 PK지역과 충청권에서 노풍이 재점화하면서 지지율 격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고 두 지역을 집중공략하고 있다. 이회창 후보는 애초 계획했던 일정을 바꾸면서까지 두 차례에 걸쳐 PK지역 유세에 나섰다. 또한 PK지역 소속의원들뿐만 아니라 한인옥 여사까지 PK지역에 상주시키며 ‘노풍 잠재우기’에 진력하고 있다. 심지어 ‘득표할당제’까지 실시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 있다.
이 후보의 한 핵심측근은 “노 후보와의 지지율도 간발의 차이로 좁혔으며 PK지역에서도 노풍을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도 “노풍의 조기진화에 성공했다”며 “노무현=DJ정권 계승자라는 홍보가 먹혀들고 있고 노 후보에 대한 호남지역의 절대적 지지 또한 반감을 사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철현 비서실장도 “대선전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노풍이 급속히 가라앉고 있어 노 후보 득표율을 25% 미만으로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PK지역에서 노 후보의 상승세가 잠시 주춤거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나라당이 총력전을 벌인 탓도 있겠지만 PK지역 유권자들이 기대했던 ‘노무현-정몽준 공동유세’가 지지부진한 상황이 일시적인 지지도 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또한 이인제 자민련 총재권한대행의 이 후보 지원유세가 당장 어렵게 되자 충청권 공략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충남 예산 고향론’을 강조했던 이 후보가 충청권에서조차 ‘부산대통령론’을 내건 노 후보에게 큰 차이로 밀리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측은 심대평 충남지사가 이 후보 지지를 표명해주면 ‘안개표심’의 충청권이 다시 이 후보에게 쏠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네거티브 캠페인, 표심에 영향 안줘...책임론을 둘러싸고 격론

한나라당은 특히 ‘DJ정권 심판론’의 결정판으로 내놓은 국정원 도청의혹 폭로가 유권자들에게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데서 ‘새로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또한 국정원 도청의혹 폭로 이후 제기한 노무현 후보의 ‘재산문제’도 별다른 효과를 못보고 있다. 게다가 이 후보의 ‘부패정권 심판론’보다 노 후보의 ‘낡은 정치 청산론’에 공감하는 유권자들이 많은 점도 한나라당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 후보의 대선슬로건이 노 후보에 비해 ‘과거지향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5일 <한국일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노 후보의 ‘낡은 정치 청산론’에 공감한 응답자는 46.9%에 이른 반면, 이 후보의 ‘부패정권 심판론’은 32.6%에 머물렀다. 한나라당의 주요 대선슬로건이 ‘미래지향적’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것.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나라당은 최근 네거티브 캠페인 지속 여부를 두고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쪽에서는 네거티브 캠페인 무용론을 제기하며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른 한쪽에서는 “네거티브 캠페인은 여전히 유용하다”며 “계속해야 한다”고 반박했다는 것. 하지만 여전히 후자가 우세해 한나라당은 선거 막판까지 강력한 네거티브 캠페인을 전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나라당은 또한 홍보전마저 민주당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나자 ‘미디어 선거전’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즉 미디어 선거 책임자들이 안일하고 구태의연한 홍보전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 게다가 이 후보의 핵심측근들이 선거 이후 논공행상을 위해 치열한 암투를 벌이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해 선거는 지역주의가 완화되고 있는 반면 세대대결은 뚜렷해지고 있다. 20·30대는 노무현 후보를, 50대 이상은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는 등 세대 양극화 현상이 극명해지고 있다. 다만 40대는 현재 어느 쪽으로도 쏠리지 않고 있어 40대의 표심이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역시 20·30대의 투표율이 승패의 관건임에 분명하다. 한나라당이 보수세력 내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반미감정에 편승해 SOFA 개정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20·30대를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 민주당의 경우에도 20·30대의 실제 투표율이 낮으면 지금의 우위가 물거품에 불과하다는 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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