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일을 불과 10여일 남겨 놓고 온 나라가 대통령 선거전으로 뜨겁습니다. 천하 대권을 놓고 벌이는 한판승부인지라 불꽃이 튈 수밖에 없으나 대규모 연설회가 없어진 탓인지 열기가 예 같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막걸리도 사라지고 동창회도 맘놓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국민들의 관심도 전과 달라 역대 대통령 선거에 비하면 재미가 없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후보자들이 내놓은 공약들은 달라진 것이 없는 듯 싶습니다. 너나 없이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거창한 공약들은 과거와 다를 게 없기에 말입니다. 누가 당선이 되던 공약대로라면 이제 이 나라는 곧 태평천국이 될 것이 틀림없어 보입니다. 모두가 장미 빛 청사진이요, 무릉도원이 내일 모레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믿는 국민들은 없습니다. 과거에도 늘 들어 본 ‘레퍼토리’요, 또 너무도 많이 속아왔기에 그냥, 그러려니 할뿐입니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소리나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소리나 국민들의 귀에 공허하기는 마찬가지이기에 말입니다.
그 옛 날 맹자는 말했습니다. “민심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고. 2천 여 년 전의 통치학이지만 그 말은 오늘에도 여전히 진리입니다. 제자가 물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민심을 얻습니까?” 맹자, 대답합니다. “백성들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말고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된다.” 대권을 잡겠다는 분들이니 후보들도 익히 아는 얘기일 터입니다.
그러나 말이 쉽지, 민심을 얻는 일이 그리 쉽기야 하겠습니까. 30%대를 오락가락 하는 그 동안의 여론조사가 그걸 반증합니다. 하긴 한 집안의 가장이 처자식의 마음도 사로잡기가 쉽지 않은 세상에 하물며 국민의 마음을 얻는 일이 수월키야 하겠습니까. 후보부인들 인터뷰를 보니까 그들 남편들은 모두 집안에서는 대단히 훌륭한 가장들이긴 한 모양입니다.
이번 대통령선거는 ‘보수’와 ‘개혁’의 대결이라고도 하고 ‘낡은 정캄와 ‘새 정캄의 대결이라고도 합니다. 그렇다면 보수와 낡은 정치는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고 개혁과 새 정치도 같이 볼 수 있겠습니다. 어느 것을 선택하든 그것은 국민들의 몫입니다. 보수든 개혁이든, 낡은 정치든 새 정치든 국민들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그러기에 국민의 한 표, 한 표가 중요하다고 입이 아프게 강조하는 것이겠지요.
이제는 우리도 국민의 존경을 받는 그런 대통령을 한번 뽑아봐야 되겠습니다. 술 자리의 단골메뉴가 되어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되는 그런 대통령 말고 국민이 아끼고 사랑하는 그런 대통령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선거분위기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신공격, 흑색선전이 판을 쳐 국민을 혼란스럽게 합니다. 아니면 말고 식의 근거 없는 한탕주의 폭로나 선동도 여전합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누가 당선이 되든 그 후유증으로 인한 국론분열과 국력낭비, 국정혼란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합니다. 나라다운 나라든, 새로운 나라든 공염불이 될게 뻔합니다.
이제야 말로 국민들이 모두 주인의식을 찾아야하겠습니다. 냉소주의, 소아병, 노예근성을 버리고 한사람, 한사람이 각기 나라의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누가 더 도덕적이고 지도자의 덕목’을 갖추었으며, ‘누가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정책과 소신’을 갖고 있는가를 냉철히 짚어봐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할 때 좋은 대통령, 좋은 정치, 좋은 나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나저나 2002년도 앞으로 20여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남은 빛 바랜 한 장의 달력이 한 해가 저물었음을 보여줍니다. 대통령이야 그가 누구이든 천기(天氣)를 타고 난 사람이 될 것인즉, 우리 초야의 이름 없는 민초(民草)들이야 각기 제 살아 온 길을 되돌아보며 한 해 마무리를 잘 해야겠습니다. 나라가 중요하듯 내 가정, 내 삶도 그에 못지 않게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기쁨보다는 괴로움이 더 많았던 한해가 아니었던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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