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남대라는 이름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대통령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이회창·민주당의 노무현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청남대를 개방해 국민들에게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러나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이를 접한 문의주민과 청주시민들은 “정말일까?” 하고는 이내 “아닐꺼야”하는 쪽으로 체념하고 만다.
김대중 대통령 역시 청남대를 개방하겠다는 약속을 철석같이 했다. 97년 대선당시 김대통령은 청주·대전 유세에서 대통령별장인 이 곳을 개방해 국민들과 가까이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의 정부를 표방한 김대통령의 이 공약을 우리는 모두 믿었다. 대통령이 ‘국민과 함께 하는 경호’를 외치며 낮시간 동안 청와대 주변 통행을 자유화하고 각종 바리케이트를 화단형으로 교체하는 것을 보고, 더욱이 기나긴 옥고를 치르며 민주화투쟁을 거친 만큼 누구보다 먼저 권위주의의 잔재를 청산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그렇게 믿어왔으나 결과는 ‘역시나’ 였다.
청남대 앞을 가보면 ‘진입금지’ 표지판이 가장 먼저 사람들을 맞이한다. 손바닥으로 딱 막고 서있는 그것은 권위주의의 상징이다. 이 곳은 경치가 좋기로 유명한 대청호 호숫가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지만 시민들은 일찌감치 차단 당한다. 김영삼 대통령 당시 바리케이트를 안쪽으로 조금 더 옮긴 것 외에 청남대는 그 자리에서 아무도 넘볼 수 없는 두터운 장막을 치고 이렇게 건재하게 버티고 있다. 전두환 대통령이 대청댐 준공식에 왔다가 댐 주변의 수려한 자연환경을 보고 ‘이런 곳에 별장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한 말 한마디에 들어섰다는 청남대. 주민들도 이곳에 공무원연수원이 들어서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정부에서 문의주민들을 속인 것이다.
청남대가 문의면에 자리를 잡으면서 주민들이 입은 피해는 상당히 크다. 당시 국민관광휴양지로 지정된 문의면은 모처럼 활기를 띄었다. 대청댐으로 인해 창졸간에 수몰민들이 됐던 이들은 유람선 보트를 사고 신축건물을 올려 관광지로 만들 채비를 했다. 그러나 청남대가 들어오면서 이 모든 계획은 취소된다. 주민들이 빚더미에 오른 것은 물론이다. 그럼 청남대는 문의주민들에게만 손해를 끼쳤는가. 아니다. 청주를 비롯한 도민 모두에게 해당된다. 안 그래도 가볼 만한 곳이 없는 청주인근에 대청호는 ‘딱 좋은’ 시민휴식공간이다. 청주·청원 주민들이 이 호숫가에 와서 쉴수 있는 기회를 앗아가 버렸다. 대통령이 이 곳을 찾는 것은 소위 말하는 ‘청남대 구상’으로 장고에 들어갈 때나 여름 휴가 때가 전부다. 많아봐야 1년에 3∼4번이다. 이 때를 위해 1년 내내 청남대는 닫혀 있고, 주민들은 통제당하고 사는 것이다. 그래서 오죽하면 청남대는 대통령이 아니라 경호원을 위한 곳이라는 말이 다 있을까. 공약이 난무하는 선거철이다. 후보와 국민들간에는 이번에도 변함없이 ‘청남대 개방’이라는 약속이 성립됐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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