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있어야 사람이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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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있어야 사람이 붙는다
  • 충청리뷰
  • 승인 2002.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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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근태고문의 불법 정치자금 공개가 또 한번 정치권을 흔들었다. 김고문은 지난 3일 “최고위원 경선 때 모두 5억3800만원의 정치자금을 썼고, 이중 2억4500만원을 선관위에 신고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여당의 대선 후보중 가장 개혁적 인물의 고해성사라는 점에서 파장이 클 수 밖에 없다. 당연히 4월 13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치러지는 충북의 상황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지역 정계에서도 대선 후보들의 이곳 행보와 관련, 돈 얘기가 심심잖게 거론되고 있다.
정치와 돈은 불가분의 관계다. 굳이 돈에 의한 매표행위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선거엔 반드시 돈이 따른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만 해도 그렇다. 경선 참가비만도 2억5000만원이다. 게다가 선거가 끝날 때까지 전국의 공.사조직을 관리하려면 맨손이나 립서비스만으론 안 된다. 대선 후보를 뽑을 선거인단은 전국적으로 7만여명, 충북은 2000명에 달한다. 승자가 되기 위해선 어떤 형태로든 이들한테 공(?)을 들여야 한다. 물론 지방선거의 후보경선에도 돈이 필요하다.
경선에 소요되는 비용은 경선 참여자들의 부담이다. 때문에 선거인단 규모에 따라 자치단체장 후보와 광역의원 후보들은 자칫 큰돈을 기탁금으로 내야할 판이다. 정치판에선 호주머니가 얄팍하다 싶으면 사람이 꼬이지 않는다.

“제발 이름은 밝히지 말아 주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일자가 다가오면서 이른바 7용(龍)들의 충북 방문도 빈번해졌다. 이들의 씀씀이는 과연 어떤가. 대선 후보들이 지역에 내려 오면 통상 일정은 정당행사 참여와 지구당 및 당직자 방문, 그리고 개인활동 등으로 이어진다. 개인활동은 주로 조직관리다. 대선 후보들이 특히 심혈을 기울이는 쪽은 사조직, 실제로 대부분이 청주를 비롯한 충북권에 사조직을 구축해 놓고 현재 선거인단에 자신들의 지지세력을 심기 위해 안달이다. 지구당 등 공조직의 경우는 이인제고문이 가장 유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장 홍재형도지부장과 홍익표청원지구당위원장, 이용희 보은 옥천 영동지구당위원장, 이근규 제천 단양지구당위원장 등이 친 이인제계로 분류된다.
충청리뷰가 지난번 제 215호에 문제의 사조직 관계를 기사화할 당시 당사자들의 청탁이 많았다. 대부분 이름을 싣지 말라는 요구였다.
결국 일부의 이름만 나갔고 나머지는 비실명으로 처리됐다. 사조직은 그만큼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고, 후보들의 정치자금 또한 이런 루트를 통해 보이지 않게 흐른다.

상대 후보 지지자에겐 격려금도 왕따

충북에서 비교적 넉넉한 자금을 운용하는 후보는 이인제 한화갑 김중권 노무현 등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후보들은 내려 올 때마다 시내 음식점 등으로 지지자들을 불러 단결을 과시하는가 하면 핵심 요원들에겐 격려금 이른바 활동비도 준다.
한번 내려 올 때마다 적게는 백단위 많게는 천단위의 정치자금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이들의 당내 지지도는 다른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앞서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외에 김근태 정동영 유종근 후보 등은 비교적 돈이 박할 뿐만 아니라 김고문을 빼면 사조직의 움직임도 거의 잡히지 않고 있다. “다른 지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충북의 경우 지역의 추종자들이 각종 경비와 자금을 조달하기 보다는 후보의 보따리에서 돈이 나온다. 현재 여론이 좋은 후보일수록 돈의 씀씀이도 크다”고 말하는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아직 경선까지는 기간이 많이 남았기 때문에 후보들의 정치자금이 본격적으로 내려오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핵심들에겐 활동비가 전달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취재 결과 A후보는 공.사조직을 통해 자금을 건네고 있고, B후보의 경우 사조직의 책임자가 주기적으로 서울로 출장가서 자금을 조달받고 있으며 C후보는 본인이 필요할 때마다 당사자들에게 직접 전달하기 때문에 그의 사조직 책임자가 불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전엔 모후보측이 주관하는 만찬 자리에 경쟁후보 관계자까지 참석했으나 이들에겐 격려금이 제외되는 바람에 한참동안 얘깃거리가 되기도 했다.

3월 말쯤 돈 본격 풀린다

이번에 불법 정치자금을 고백한 김근태고문은 지역에 내려올 때마다 문제의 돈 때문에 지지자들에게 여러번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번은 청주에 내려 온다고 해서 호텔에 방을 잡아 놓았는데 이를 취소시키고 인근의 여관에 투숙한 적도 있다.
김고문의 처지(?)를 고려, 지지자들이 알아서 음식값을 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이런 말을 하곤 했다. ‘나도 남들처럼 돈을 끌어 모으려고 작심하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키지가 않는다. 후보경선이 돈잔치로 변질되면 곤란하다’. 그런데 최고위원 경선 때 5억여원을 썼고, 이중 2억4000여만원은 신고조차 안 했다는 고백을 듣고 너무 놀랐다. 그 분이 이정도인데 다른 후보들은 어떻겠는가.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정치판의 돈은 눈먼돈이라는 말을 실감할 뿐이다”고 한 관계자는 밝혔다. 지역정계에선 이들 대선 후보들의 ‘돈’이 본격적으로 풀리는 시기를 충북경선을 바로 앞둔 3월 말과 4월 초 쯤으로 본다. 때문에 돈 냄새를 좇는 부나비들의 움직임도 요즘 예사롭지 않다.
/ 한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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