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선 ‘반미’ 상징
미국에선 ‘비만’ 눈총…
벼랑에 선 맥도날드

필자가 미국 첨 왔을 때, 신기하게 느꼈던 것 중 하나가, 베이글이란 빵이었고, 그것도 아주 잘 팔리는 빵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빵이라고 그러면 입에서 살살 녹는 그런 빵을 서양빵이라고만 알고 있었던 사람으로서, 이건 딱딱하기 비할 데가 없고, 이빨 나가기 십상일 것만 같은 빵껍질에다가, 그렇다고 딱히 무슨 오묘한 맛이 있는 것도 아니고, 크림을 듬뿍 발라먹기 망정이지, 도대체가 무미건조한 그런 빵이 왜 판매되며 그것도 너도나도 그걸 찾느냐 하는, 그런 의문이 있었다는 겁니다. 지금이야 가장 좋아하는 아침식사 메뉴 중의 하나가 돼 버렸습니다마는.

맥도날드와 비만의 관계

요즘은 무슨 무슨 대학교의 의과대학 교수, 식품 영양학과 교수, 이래 가지고는 교수, 의사, 박사들이 죄 구세주처럼 나타나서 ‘생식’류 가루들을 권하는 바람에, 그 ‘생식’류 바람이 미국까지 불어와서, 이곳 미국 동포사회에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게 또 싸지도 않습니다. 정식으로 밥먹고 반찬 만들어 먹고 국끓여 먹고 고기 구워먹고 하는 것보다 결코 싸지도 않지만, 간편하기 짝이 없으니까, 배에 포만감 같은 부담도 없고, 그렇게 되면 몸매관리에도 그만일 것 같으니까, 너도나도 생식박사님들의 수제자가 되고 싶어하는 것 같습니다.
한때 미국을 대표하는 상징물 정도로까지 간주됐던 맥도날드(McDonald’s)가 요즘 예전 같지 않습니다. 과거에도 일반대중들 중에는 약간 형편이 펴가고 그러면, 맥도날드 같은 음식은 ‘정크푸드’라고 해서 외면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마는, 근래에 들어서는 그 맥도날드가 전 지구적인 반미풍조의 타깃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프랑스 같은 데서는 애를 먹고 있습니다.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미국 내에서 재미없는 징조가 보인다는 것입니다.
대체 미국에는 유독 비만의 범주에 들어가는 사람들 수가 많습니다. 1999년 통계에 의하면, 미국인 성인들 중 61%가 비만이거나 과체중입니다, 지난 20년 이래, 과체중 비율이 세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매년 과체중으로 인한 사망자수가 30만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여태 이것을 에어로빅을 한다, 머리 질끈 동여매고 공원길을 뛴다, 워크맨 귀에 꽂고 동네 돌아다니고 해서 살을 뺀다, 돈내고 헬스클럽을 다닌다 , 별별 눈물겨운 노력을 다 하고, 하여튼 살을 빼는 데만 전력을 기울여왔던 일반대중들이, 이게 도대체 왜 이렇게 됐느냐를 따지고 거슬러 올라가서 결국 맥도날드를 찾아냈고, 여기서 저기서 소송을 제기하고, 소송을 준비하고 하는 풍조가 만연될 불길한 징조가 보인다는 것입니다. 맥도날드 주식값, 목하 내리막길에 접어들었습니다.
맥도날드 측에서는 법원에다가 소송취하해 달라고 소청을 하고, 한편으로는 감자튀기는 기름을 식물성 기름으로 바꾸고 하는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앞으로 맥도날드, 장래 없다,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 솔직한 감상입니다.
이런 와중에서 이번에 발표된 한 연구보고서-미국임상영양학회지(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12월호에 발표-가 맥도날드식은 정말 ‘아니다’란 확신에 결정타(finish blow)를 날린 꼴이 됐습니다.

“잘못된 영양학 이론 바로 잡아야”

문제의 보고서는 하버드대학교 공중보건대학(Harvard School of Public Health) 작품입니다. 맥도날드를 공격하거나 그런 내용을 담은 것은 아니지만, 오래 잊고 지내왔던 미국농무성의 일일식단표(The Food Guide Pyramid)를 되새기게 하는 계기가 됐다는 겁니다. USDA Food Pyramid는 ‘프랑크톤은 송사리가 잡아먹고’하는 식의피라밋이 아니고, 음식을 먹되, 매일 이런 음식을 먹어야 인체를 건강하게 간수할 수 있다, 하는 일종의 권유도표입니다. 하버드대학에서 이번에 발표한 연구보고서는 그러니까, 그 농무성 권고가 ‘쬐끔’ 잘못됐다, 하는 정돈데, 그 덕분에 잊고 지냈던 농무성 음식 피라밋이 대중들의 눈에 띄게 됐다는 얘깁니다.
이 식단표를 보면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 먹기가 어째 섬뜩하게 돼 있습니다. 기초공사도 기둥도 없이 열심히 지붕만 올리는 꼴에 다름 아니었던 우리들 식습관이 몸을 얼마나 망쳐왔을까 소스라쳐 놀라게 되고, ‘아이고 당장에 식단 바꿔야겠구나’라는 경종이 오게 돼 있습니다.

잘못된 식습관 혁명적으로 바꿔야

그림에서도 보시겠지만 농무성은 음식 피라밋에서, 우선 빵, 곡물류, 쌀, 파스타 이런 음식을 많이 먹고, 그거보다는 적게 먹어야 하는 것이 과일하고 채소요, 그 다음이 우유나 요거트, 치즈류다, 거기에 살코기-생선이나 가금류, 그리고 육류를 먹는 것이 좋은데, 맨마지막으로 아주 제한해서 먹어야 하는 것이 팻(Fat)이나 기름, 그리고 당류다, 이렇게 권유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이 이견을 제시한 것은 팻(Fat)하고 기름(Oil), 그러니까 농무성이 극도로 줄여서 섭취하라고 권유하고 있는 피라밋 꼭대기 부분하고 밑부분에 위치한 탄수화물 부분입니다.
하버드 대학 영양학과장, 월터 윌렛 박사는 지난 30~40년 동안, 팻(Fat)은 무조건 나쁜 것으로만 인식하고 살아왔는데,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윌렛 박사와 동료연구원들 이론에 따르면, 팻이나 기름이라고 그래도 올리브 오일이나, 호두나 땅콩 같은 데서 나오는 식물성 기름, 또 아바카도 같은 데에서 섭취하는 식물성기름은 오히려 건강을 증진시킵니다.
10만명 이상이나 되는 남녀 대상자들을 조사해서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이 보고서는 좋은 팻과 몸에 해로운 팻을 구별해서 섭취시켰더니, 좋은 팻을 섭취시킨 사람들은 남자의 경우 40%, 여자의 경우 30%가 만성질환의 위험을 낮출 수 있었다는 내용으로 돼 있습니다.
대충 정리하면, 좋은 팻(Fat, 지방)은 대부분 식물성으로 견과류나 씨앗으로부터 나오는 기름 및 생선에서 나오는 기름이고, 이런 팻을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은, 연어나 고등어, 정어리 같은 생선류, 또 피칸이나 호두, 살구씨 같은 과일씨, 그리고 해바라기나 호박씨 정도고, 올리브나 아바카도, 땅콩, 옥수수, 콩도 좋은 팻을 공급하는 음식물이라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몸에 해로운 팻은, 동물성 포화지방으로서, 육류나 낙농제품에서 얻어지는 지방과 마아가린으로, 이런 지방은 안 좋은 것으로 돼 있습니다. 또 붉은 육류나 버터 같은 지방투성이 음식, 식물성지방이라도 경화지방, 열대지방에서 나오는 코코넛 같은 기름, 혹은 야자유 같은 지방은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탄수화물류에 대해서도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고, 과일이나 채소, 콩이나 낱알곡식, 그 중에도 섬유질이 풍부한 귀리 같은 데에서 취하는 탄수화물은 건강에 도움을 주지만, 설탕류나 파스타같은 데 들어있는 녹말류, 흰빵 이런 음식에서 얻어지는 탄수화물은 금방 소화기관에 흡수된 뒤에 곧 혈당을 높히는 데 사용되기 때문에 좋지 않다는 겁니다.
따라서 사이다 같은 설탕이 든 음료나, 과일주스, 꿀, 당밀, 시럽 이런 것은 많이 마시지 않는 것이 좋고, 흰빵이나 프레즐, 피자, 베이글, 흰 파스타, 또 대부분의 씨리얼, 이런 음식은 하얀 가공밀가루를 사용해서 만드는 관계로, 제한적으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역시 녹말이 많은 감자나 옥수수, 흰쌀도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돼 있습니다.
‘우리 몸, 우리가 먹는 음식에 다름 아니다’란 말이 있습니다마는, 우리 몸에 필요한 재료가 결국 우리가 먹은 음식물에서 나온다고 볼 때,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음식물 섭취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꾸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과거 미국 워싱턴주 타코마 출신 모 동포의사가 병원도 그만 두고, 식이요법 원정에 나서는 것을 보고 신기하게 생각했었습니다마는, 맥도날드 감자튀김기름부터 시작해서, 점점 그분 주장이 절절히 옳은 말이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오는 요즘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오래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식습관 개선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 것으로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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