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명 법무부 장관이 밝힌대로 한미 SOFA에서 공무 중 수행에 관한 1차적 재판권은 파견국인 미국이 갖고 있으며 이가 ‘국제적 관례‘ 수준이라는 얘기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동안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이하 주미본)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이 “한미 SOFA가 불평등하다”며 개정을 요구한 이유는 따로 있다.
심 장관이 예를 들고 있는 조항은 한미 SOFA 22조 3항이다. 이 조항은 “미군이나 군속, 그 가족이 미국인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거나 공무 중 범죄를 저질렀을 때는 미국이, 비공무중 한국인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을 때에는 한국이 1차적 재판권을 갖는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1차적 재판권 행사’는 명백히 한국에게 불평등하게 적용되고 있다.
이 조항에서 미국이 1차적 재판권을 가지는 경우(공무중 범죄) 한국은 미국에 ‘재판권 포기’ 요청을 할 수 있지만 미국은 이에 대해 “호의적 고려”만 하면 된다. 그러나 한국이 ‘1차적 재판권’을 가지는 경우(비공무중 범죄) 미국이 한국에 ‘재판권 포기’ 요청을 하면 “미군당국의 요청에 따라 재판권을 포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상 ‘재판권 강제 포기 조항’이며 ‘미국에게만 호의적인’ 조항인 셈이다.
그간 시민단체들이 이 조항을 독소조항 중 하나로 규정해 개정을 요구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심 장관이 미국이 1차적 재판권을 가진 경우만 예를 들어 “다른나라에 비해 불평등하다고 볼 수 없다”고 말한 것은 문제가 되는 발언이다.
간담회에서 심 장관이 밝힌 입장에 대해 이소희 주미본 사무국장은 “1차재판권 행사를 양국 간에 다르게 적용하도록 하는 불평등 조항은 일본에도 없다”고 지적한 후 “이 같은 심 장관의 발언은 무척 실망스러운 말”이라면서 “그렇다면 법무부는 애초 미국에 ‘재판권 포기’를 요청할 때도 재판권 인도 의지가 없었으나 국민 여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형식적으로 요구했다는 말이 아니겠느냐”고 비난했다.
또한 “‘국제적 관례‘나 전례는 사실 상 한미 SOFA 개정에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따라서 이는 SOFA 개정의 타당성을 가늠하는 전제조건이나 결정적 요소가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 국장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국민들이 한미 SOFA가 불평등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상대적 기준’에만 맞춰 ‘절대적으로 불평등한’ SOFA 개정의 여지를 가늠하는 것은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심 장관이 기자간담회를 가진 의도에 대한 비판적 시선도 있다. 간담회를 열어서까지 “무죄평결에 대해 불평등한 결과가 아닌 ‘국제적 관례‘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을 하는 이유가 최근 거세지고 있는 반미 감정과 SOFA 개정 요구 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냐는 비난이다.
특히 심 장관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중 “이를 계기로 반미감정이 확산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며 “이를 보는 외국언론의 시각도 걱정된다”고 말해 이런 의혹을 증폭시킨다.
이에 대해 채희병 미군 여중생 장갑차 살인사건 범국민 대책위(이하 범대위) 사무국장은 “심 장관의 발언은 결국 재판결과를 받아들이고 합리화하기 위한 입장 표명이라고 본다”며 “국민적인 정서나 여론을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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