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회의 여중생 사망사건 관련 성명서 발표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은 한국민에 대한 철저한 유린이며, 한국인을 식민지 백성으로 간주하는 미국의 무자비한 폭거다. 부시 미대통령은 즉각 직접 사과하고, 김대중 대통령은 시민들의 시위를 폭력으로 진압한 이팔호 경찰청장을 즉각 파면하라.”
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현기영·이하 작가회의) 소속 1052명 문인들이 후안무치한 미국의 태도와 한국정부의 굴욕적인 사대주의에 분노했다. 작가회의는 11월28일 오전11시 마포구 아현동 사무실에서 현기영 이사장과 강형철 상임이사, 김영현 자유실천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주한미군 범죄의 무죄평결에 대한 한국 문학인 1052명의 견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현기영 이사장은 “인륜과 인간에 대한 폭거를 저지른 미국의 행동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이 기회에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는 말로 비통한 마음과 함께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이번 작가회의의 여중생 사망사건 관련 성명발표는 여러 가지 면에서 특기할 만하다.
사회적 관심사안에 대해 통상 작가회의가 발표하던 정돈된 어조의 성명서와는 달리 (미국과 미군에 대해) ‘기만적인 재판놀음’ ‘적반하장의 태도’ ‘이러고도 감히’ ‘오만방자한 특권’이라는 등의 극단적인 언어가 사용되고 있고, 현정부와 법무장관을 향해서도 ‘굴욕적인 저자세’ ‘(미국의)눈치를 살피기에 급급’이라는 말로 비난의 화살을 날리고 있다. 이는 이번 사태를 접한 작가회의 소속 문인들의 애통함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성명서 뒤에 작가회의 소속 문인 1052명의 이름을 모두 실은 것도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87년 전두환이 주도한 4·13 호헌조치를 공박하는 성명서 이후로 소속 회원 모두의 연명(連名)으로 성명서가 발표된 것은 15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는 것이 강형철 상임이사의 설명. 이번 성명서가 담고 있는 내용의 핵심은 3가지. 첫째, 부시 미 대통령이 한국민에 대해 직접 사과하라는 것. 둘째, 미국과 한국정부 공히 불평등한 SOFA의 전면 재개정에 적극적으로 임하라는 것. 셋째, 국민들과 시민단체들의 시위를 폭력으로 진압한 이팔호 경찰청장과 이근표 경기경찰청장, 정병모 의정부경찰서장을 즉각 파면조치하라는 것.
한창훈 청년위원장과 방현석 등 젊은 작가들은 “국가 제1의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존엄성을 보호하는 것임에도 정부의 관료라는 자들이 국민의 생존권을 유린한 미국을 옹호하는 작금의 상황에 통탄을 금할 수 없다”며, “작가회의 명의로 대선 후보들에게도 이번 사건에 대한 견해를 반드시 물을 것이며,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미국과 정부 대처가 없다면 철야농성과 미대사관 앞 시위도 불사할 것”이라는 말로 이번 작가들의 분노가 말로만 그치지 않을 것임을 미국과 정부당국에 경고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