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방 들고 지점장실로 직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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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방 들고 지점장실로 직행”
  • 충청리뷰
  • 승인 2002.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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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정부 들어 한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각종 후원회를 통한 정치자금 모집이다. 도내 국회의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연말부터 지금까지 후원회 개최가 유행처럼 번졌다. 중앙선관위가 지난 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은 대개 후원회를 통해 연간 평균 2억여원 내외의 정치자금을 모았다. 도내 의원들도 지난 한햇동안 이 정도의 후원금품을 모집했다(도표 참조)
후원회를 통한 금품모집은 정산을 거쳐 선관위에 보고, 공고토록 되어 있다. 행사 개최부터 정산, 선관위 신고까지 모두 후원회가 책임져야 하지만 대개는 지구당의 사무처 직원이나 해당 국회의원의 측근들이 주무른다. 결국 모금에서 지출까지를 투명하게 하라는 후원회 시스템에도 맹점은 많다. 선관위의 판단근거는 행사 후 서식에 의해 보고되는 내용이 전부이고 사후 실사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과연 얼마가 들어오고 또 어떻게 쓰여졌는가에 대한 완벽한 검증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비교적 양심적인(?) 정치인으로 알려진 모 국회의원의 보좌관은 “후원회 개최 자체가 정치자금의 투명화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대부분 룰에 의한 모금행위가 이루어진다. 실제로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전후과정이 깨끗해졌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아직도 맹점이 많다. 제도적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속이려면 얼마든지 속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후원회가 오히려 비자금 창구

비자금 논란도 여기서 출발한다. 실명의 후원금은 영수증 발급이 의무이지만 실명이라고 하더라도 인과관계(?)에 의해 기록을 누락시키면 그만이다. 비록 한도는 있다고 하더라도 익명의 후원금 처리는 얼마든지 장난이 가능하다. 역설적으로 말해 투명해야 할 후원회가 비자금 조성의 창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입보다는 지출과정에 문제가 더 많다. 제도적 난맥상이 원인이다. 예를 들어 10만원 미만의 지출은 간이 영수증 처리도 가능하다. 실제로 이런 회계처리가 남발되고 있고 지난해 시민단체의 정치자금 실사에서도 이점이 집중 부각됐다.
얼마전 청주에서 모 정치인의 후원회가 열린 다음날 그의 측근이 여행가방을 들고 은행 지점장실로 직행하는 모습이 한 언론인에 의해 목격됐다. 물론 가방엔 후원회에서 걷힌 현금이 가득했을 것이다. 이 언론인은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우연히 은행에 들렀다가 평소 알고 지내던 그와 마주치자 순간 서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뭔가 켕기는게 있는지 나보다 그 쪽이 더 당황하더라. 그가 나한테 대충 목례를 주고 지점장실로 향하는데 팽팽해진 여행가방에 시선이 갔고, 실로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 규모가 궁금했다.” 문제의 은행 점포에 확인을 요구했지만 취재에 불응했다. 정확하게 확인은 안 되지만 도내 국회의원들은 일부는 지역구의 은행점포 , 또 일부는 서울의 금융기관을 통해 후원금 등 정치자금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원회 통한 비자금 “일상적인 일”

이같은 후원금을 선관위에 신고하면서 일부 누락하거나 축소하는 수법으로 음성적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정치권에서 흔한 일이다. 심한 경우 후원금의 절반을 신고하지 않고 비자금 형식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중앙선관위의 발표에서 후원금 규모의 상위권에 속한 모 의원의 보좌관은 아주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정치인이 거둘 수 있는 후원금의 한도를 연간 3억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때문에 더 들어온다고 해도 다음해로 이월해야 하고 회계처리상 여러 가지 불편하다. 알다시피 우리는 5억원대로 신고하지 않았는가. 한도를 넘겨서 신고하는 것은 그래도 믿을 만 하다고 볼 수 있다. 더 솔직하게 말한다면 우리 역시 아주 완벽하게 숨김없이 선관위에 신고했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한번 생각해 바라. 이미 손 안에 들어 온 돈인데 욕심이 안 생기겠는가.
많은 정치인들이 후원금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다는 얘기는 정치판에선 새로운 것도, 놀랄 일도 아니다. 상식선에서 판단하면 될 것이다.”
전술한 것처럼 후원금 기탁은 실명이 원칙이고 익명인 경우에도 한도(100만원)를 설정, 부정의 소지를 예방토록 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적인 정서상 후원금을 내는 사람들이 영수증을 꺼리고 있고, 또한 정치권에서도 영수증 발급을 원하지 않는 후원금은 신고하지 않는게 상식으로 통한다. 이 때문에 도내 홍재형의원 같은 경우는 행사장에서 영수증 발급을 원치 않는 법인과 인사에 대해 나중에 우편으로 영수증을 전달한 사례도 있었다. 한 측근은 “모든 후원금에 대해 영수증을 발급하고 있지만 완강하게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우편물 등으로 개별 발급하면서 완벽을 기해 왔지만 어려움이 많더라. 아직 기부 문화에 성숙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고 밝혔다.

뭉칫 돈은 곧 비자금

뭉칫돈, 특히 개인의 후원한도(2000만원)를 넘는 큰 돈은 기탁하는 쪽에서도 신분노출을 꺼려 영수증 발급을 원치 않기 때문에 이것이 곧바로 비자금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선관위의 관계자는 “정치인들의 후원회가 열릴 때마다 직원들을 내 보내지만 가서 구경하는 차원 밖에 안된다. 모집 과정에 관여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없다. 때문에 돈이 얼마나 들어오고 또 어떻게 쓰여졌는가는 추후 제출되는 서류로써만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좀 더 자조적으로 말한다면 행사장에 사람이 많으면 돈이 많겠구나 생각하고 사람이 적으면 적겠구나 추정할 뿐이지 구체적 액수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후원회가 지금처럼 운영되면 비자금 조성을 합법화하는 거나 다름없다.
후원회를 통한 정치자금이 투명해지려면 지금처럼 요식적인 절차보다는 금품을 낸 후원자들이 직접 감시하고 실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 한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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