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지사 풀사업비 등 집중 심의 벌이겠다” 별러
집행부, “의원 지역개박사업비 축소따른 보복” 주장

집행부는 예산의 편성권과 집행권을 가진다. 그러나 이 예산의 편성과 집행도 의회의 심의 의결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충북도 예산을 두고 집행부의 편성권과 도의회의 심의권이 서로 갈등 관계를 가지면서 아주 바람직한(?) 힘 겨루기가 진행되고 있어 관심을 끈다. 도의회는 도지사 풀사업비와 업무추진비에 대해 집중적인 심의를 벌이겠다는 것이고, 이는 도의원의 지역개발사업비의 축소에 따른 보복 차원이라는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시책업무추진비도 명확히 규명”
9일부터 열리는 충북도 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위원장 강구성의원)는 내년도 예산 가운데 지사의 소규모 지역숙원사업비( 일명 풀(POOL)사업비)와 업무 추진비에 대해 집중적인 심의를 벌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강구성 예결위원장은 지난달 28일 기자 간담회에서 “현재 연간 30억원으로 책정된 지사 풀 사업비가 적절하게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며 예결위에서 집중적으로 심의할 계획임을 밝혔다. 아울러 시책 업무추진비도 정확한 사용처를 모르고 있어 이 부분도 명확히 규명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나 의회의 이같은 지사 풀사업비 및 업무추진비에 대한 집중 심의는 집행부가 도의원 지역개발사업비를 축소한데 따른 보복성 심의라는 논란을 낳고 있다. 전년도(2002년도) 도의원 지역개발사업비는 의원당 3억원이었는데 내년도 예산에서는 2억원으로 1억원을 줄여 편성했고, 이에 대해 도의회가 줄곧 1억원의 증액을 요청했는데도 불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자 예산 심의권을 앞세워 지사 풀사업비에 시비를 거는 것이라는 풀이이다.
이에 대해 3일 기자와 만난 강구성예결위원장은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의원 지역개발사업비라는 예산 명목은 없다. 하지만 의원들은 해결해야할 지역주민숙원사업을 너무 잘 알고 있는 만큼 이를 예산에 반영시켜 달라는 것이다. 의회는 2002년도 의원 지역개발사업비가 3억원이었는데 그대로 반영해달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사 풀사업비도 30억원 그대로 계상하지 않았느냐? “고 말해 의원 지역개발사업비의 축소에 따른 의원들의 불만을 전했다.
풍족하지 못한 예산 편성상 의원 지역개발사업비를 줄였다면 이와 유사한 성격의 지사 풀사업비도 줄여야 하지 않느냐는 형평의 문제를 깔고 있었다.
이와관련 예산 심의권을 가지고 있는 의회 입장에서는 “정석대로 심의” 원칙을 들고 나선 것이다.

“원칙대로 심의 하겠다”
그 이면에는 의원 지역개발사업비를 올려 달라고 애걸할 것이 아니라 원칙대로 심의·의결하여 집행부를 압박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의도에 가장 쉽게 노출되는 것이 사업 항목이 분명하게 명시되지 않은 채 풀(POOL)로 운영되어 지사의 선심성 예산으로 쓰여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지사 풀사업비일 수밖에 없다.
의원들은 지사의 풀사업비가 의원들을 길들이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좋지 않은 감정도 가지고 있다. 의원이 지역의 긴급한 숙원사업을 위해서는 지사 풀사업비를 타내기 위해 지사에게 손을 벌려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지사에게 굽신거리게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제기된다.
여기에서 촉발된 의회의 ‘원칙대로 심의’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예산 전반에 걸쳐 의도된 원칙 심의에 의한 예산 삭감이 예상되기 때문에 집행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도의회 예결위는 세 차례에 걸쳐 예산 심의 연찬회를 갖고 상정된 예산안에 대한 공부를 마쳐놓고 있어 예산안에 대한 칼질의 깊이와 폭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이승규 충북도 예산담당관은 “어떤 감정에 의해 예산 심의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왜 삭감을 했는지 분명한 사유가 있어야 하며 명분없는 삭감이 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 민경명 기자

지사 풀사업비와 의원 지역개발사업비

집행부 예산요구 대한
의회 심의완화 염두 ‘흥정대상’

지사 풀사업비에 대해 충북도 이승규 예산담당관은 “예산상 부기된 대로만 예산을 운용할 수 없다. 긴급사항이 있을 수 있고 주민들의 시급한 건의사항에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것이 지사 풀사업비다”고 밝혔다. 지사 풀사업비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30억원이 책정됐다.
지사 풀사업비는 지사가 지역을 순방할 때 지역주민들이 요구하는 사업에 대해 재량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재량사업비 또는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때문에 그동안 지역별 안배에 있어 불균형 문제와 지사의 선심성 문제를 불러 일으켜 말들이 많았다.
풀사업비의 지역 안배에서 차별을 받았다는 한 의원은 “지사에게 절을 잘 안했기 때문”이라고 말해 풀사업비를 이용한 지사의 ‘의원 길들이기’ 의혹도 제기했다. 강구성의원은 “지사 풀사업비는 사업 목적이 정해져 있지 않아 인심, 선심성으로 쓰여지고 있다. 언제 쓰라는 규정도 없어 예산이 사장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풀사업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지사에게 풀사업비가 있다면 의원에게는 의원 지역개발사업비가 있다. 의원 지역개발사업비도 예산 항목에 없는 것으로 의원들의 예산 신청을 받아 책정해주는 일종의 ‘의원 배려 예산’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지사 풀사업비는 지사가 재량 껏 사용할 수 있는 반면 의원 지역개발사업비는 사업 예산 심의 절차를 그대로 거쳐 확정되지만 각 의원이 신청한 예산이라는 점에서만 다르다. 심의권만 가진 의원에게 편성 지분을 2억원씩 나눠준 것으로 집행부와 의회의 결탁(?) 결과라 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풀사업비를 비롯한 집행부의 예산 요구에 대한 의회의 심의 완화를 염두에 둔 양측의 타협이라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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