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화합 안되는 것이 큰 문제” 여론 비등
운영난 타개·이미지 쇄신 발등에 떨어진 불

충북대병원이 흔들리고 있다. 병원측은 김동호 원장이 사표를 제출함에 따라 이사장인 신방웅 충북대총장 결재를 맡아 지난 3일 교육부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원장은 지난 11월 14일 교육부 감사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1차 사표를 제출했으나 12월 말까지 원장직을 유지하는 것이 문제가 돼 같은 달 21일 즉각 사퇴하는 내용의 2차 사표를 다시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징계위원회가 네 차례 열려 김원장은 교육공무원에 대한 품위손상으로 감봉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김동호 원장 사표 곧 수리
충북대병원 노조는 김원장이 1차 사표를 제출한 날로부터 지금까지 신방웅 총장에게 왜 사표수리를 하지 않느냐며 지속적으로 항의해 왔다. 노조 간부들은 두 차례에 걸쳐 신총장을 면담하고 사표처리를 즉각할 것과 어떤 사람이 차기 원장이 돼야 하는지에 대해 건의했다. 이 자리에서 신총장은 내년 1월 1일자로 차기 원장을 임명하겠다고 밝히고, 김원장 사표수리 건은 교육부에 올림에 따라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 모 전 경리계장의 5억3천만원 공금횡령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산되고 있다. 노조측은 “최씨가 횡령한 시기는 금년 1∼3월이며 병원이 어렵다고 직원들에게 하소연하며 국립대병원 역사상 유례없이 임금체불을 했던 때이다. 최씨가 사업하다 진 부채를 갚기 위해 공금에 손을 댔다고 하는데 이렇게 큰 돈이 들어갈 정도의 사업을 했는지 의심이 간다. 그래서 우리는 자금지출 관련자인 원장과 사무국장, 경리과장의 공범 여부가 의심되어 지난 11월 29일 청주지검에 이런 내용을 밝혀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원장은 지난 11월 25일 최 모 계장을 공금횡령으로 청주서부경찰서에 고소했다. 최계장은 사업부채와 사채 등으로 인한 이자와 원금을 갚기 위해 공금을 횡령했으며, 이 일에 개입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밝히는 내용의 사직서를 놓고 잠적, 비로소 구성원들에게 알려지게 됐다. 이렇게 큰 액수의 공금횡령사건이 발생했는데 집행부는 무엇을 했느냐며 노조측에서는 따지고 있지만 집행부 역시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차기 원장 누가 될까?
안그래도 원장 사퇴로 어수선한 판국에 이 사건은 ‘불난집에 부채질’ 하는 꼴이 됐다는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다. 당장 충북대병원은 차기 원장을 선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원장 선출은 이사회에서 하는 것이지만 전구성원들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어 여간 부담스러운 난제가 아닐 수 없다. 신방웅 총장은 차기 원장 선출방식에 대해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항이라고 답변을 피했지만, 노조간부와 만난 자리에서 신총장은 이사들의 만장일치로 선출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역대 원장들을 볼 때 총장의 ‘입김’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신총장이 누구를 밀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현재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후보들은 3∼4명 되고 있다. 병원 관계자들은 48년생부터 53년생까지는 원장과 의대학장 등을 역임한 바 있어 이번 원장은 53년생 이후가 되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다. 모씨는 이에 대해 교수들 대부분이 서울대 선후배 사이로 이루어진 만큼 서열을 따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현재는 김 모 교수 두 명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구성원 누구도 이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피하고 있다.
다만 사심없고 병원정상화를 위해 발벗고 나설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노조측은 이와 관련 도덕적·인격적 결함이 없고 합리적인 노사관을 갖춘 사람, 병원의 중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며 합리적인 경영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심각한 운영난에 허덕이는 병원
특히 충북대병원은 노사분규가 번번이 발목을 잡아 원장선출시 노사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길수 전 원장과 김동호 원장이 각각 40일, 150일간의 노조파업으로 고생 한 것을 보더라도 노사화합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이 차기 원장이 돼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다. 이사중 한 사람인 모씨도 노사화합 안되는 것이 이 병원의 가장 큰 문제라고 털어놓았다. 장기파업 당시 지역민들은 “저러다 병원 문 닫는 것 아니냐”며 우려한게 사실이다.
더욱이 병원은 현재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어 차기 원장은 이 자금난을 타개해야 하는 절대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다. 한때 526명까지 갔던 입원환자가 현재는 414명으로 줄어들었다. 병원측에 따르면 금년 2, 3월에 급여가 늦게 지급됐고, 인건비 등을 우선 해결하기 위해 각종 물품대금 결재를 2∼3개월에서 5∼6개월 이상 연장 지급해 8월말 현재 자금보유액은 22억8200만원이지만, 미지급된 물품대금이 약 51억3900만원으로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낡은 장비를 교체해야 하지만 장비구입도 뒤로 미루고 있고 모든 사업을 최대한 보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다 충북대병원은 불친절하고 도민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병원이라는 낙인까지 찍혀 있다. 지역민들은 수술을 하거나 입원을 해야 할 때 아직도 서울이나 인근의 대전시 같은 대도시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충북대병원은 3차 의료기관으로 제 역할을 다하며 질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책임이 분명히 있음에도 내부 문제에 얽혀 한 발 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 홍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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