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품오락 중독 피해주민 속출… 최고시상금 48만원
복권방과 짜고 영업… 수수료 10%떼고 즉석에서 현금 교환

새로운 형태의 경품오락실이 생겨나고 있다. 종전의 ‘경품지급’오락실과는 달리 현금과 다를바 없는 ‘상품권’을 지급하고 있어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특히 이 상품권은 약간의 수수료만 지불하면 바로 현금으로 바꿀수 있기때문에 실제 ‘도박’과 차이가 없어 서민들에게 사행심마저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품오락업주 구속

경품오락기를 설치, 복권상과 공모해 경품권을 현금으로 바꿔주는 수법으로 사행성 오락실을 경영한 이모씨(대전중구·43)와 복권방업주 박모씨(청주시 상당구 남주동·25)가 지난 1일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관한 법률위반혐의로 청주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에 구속됐다. 이들은 청주시 상당구 남주동에 경품오락실을 차려놓고 인근 상인들을 대상으로 1일평균 100여만원씩 한달간 3000여만원 상당의 수익을 올린것으로 밝혀졌다.
기수대에 따르면 이들은 일명 ‘양자방’이라는 오락기 50대를 설치하여 손님인 임모씨 등에게 게임을 하도록 권유, 한번에 최고 시상금 48만원(5000원권 문화상품권)을 지급했다. 특히 이 문화상품권을 미리 공모한 ㅈ복권방에서는 10%수수료를 공제한후 나머지 금액을 현금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11월 27일 사행성 오락실에서 피해를 입은 서민이 많다는 제보를 받은 경찰은 오락실 부근에 매복하면서 출입자를 미행, 환전상을 파악한 뒤 오후 2시에 오락실을 급습했다. 대낮인데도 10여명의 손님이 이 도박(?)에 열중이었다. 경찰은 오락실 업주 이씨와 복권방업주 박씨를 붙잡았고, 보관중인 상품권 600여매를 증거물로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사행성오락실에서 피해를 입은 서민이 많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는데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했다”며 “낮시간인데도 손님들이 많아 놀랐다. 경품은 2장씩 비닐봉지에 포장돼 일정 점수가 차면 자동으로 나오게 돼 있었다. 단속후 키판을 압수했고, 오락기 50대는 폐기조치된 상태”라고 말했다.

‘계속하면 딸 수 있다(?)’

3일 저녁 6시. 검은색 유리문으로 선팅이 되어 안이 보이지 않는 오락실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퇴근시간이 다가오자 사람들은 더 몰렸다. 자리에 앉는 사람들은 초조해서인지 대부분 담배를 물고 있었다. 뿌연 담배연기 사이로 배팅이 한창이었다.
게임장 가운데서 종업원들은 ‘사장님, 스리바 3만점 나왔습니다’라고 크게 소리치며 분위기를 돋우고 보너스 점수를 충전해 준다는 ‘찬스타임’도 두고 있었다.
이 오락실의 한 종업원은 ‘경품을 제공한다고 손님이 몰리지 않는다’며 ‘상품권(현금)을 걸고 게임을 하는 것은 모든 오락실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오락실측에서는 돈을 잃고 가려는 손님에게 ‘이제 걸릴때도 됐다’는 등의 감언이설로 손님들을 붙잡는다. 돈을 많이 잃은 손님에게는 몇천점씩 임의로 점수를 채워주기도 한다.
오락실 업주 P씨는 “최근 단속으로 조심하고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지않으면 손님이 없다. 상품권을 주는것은 법적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다”며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주는 것이 위법이라 단속을 하는데 그것은 손님의 편의를 위한것 뿐이다. 현금으로 바꾸어주는곳이 많아 오락실에서 연결해주지 않더라도 손님이 상품권을 모아 현금으로 바꾸기는 쉽다. 이를 단속하는 것은 한마디로 ‘눈가리고 아웅하는식’”이라고 꼬집었다.

도박 중독과 같은 증세

경품오락실에서 현금을 딴 사람은 거의 없다. 혹 대박(?)이 걸려 돈을 딴 사람도 결국엔 잃고만다는 것이다. 돈을 따더라도 게임을 그만 두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품오락 중독에 빠져 지금까지 수백만원을 잃었다는 A씨는 “돈을 잃으면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 다시 게임을 할 생각밖에 나지 않는다”며 “몇개월을 하는동안 수백만원을 게임에 쏟아부었다. 게임생각에 직장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경찰관계자는 “주춤하던 경품오락실이 ‘상품권’지급을 하면서 다시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돈을 따기위해 게임을 하지만 승률이 나와있는 기계를 사람이 이길 순 없다. 사행성오락실에서 피해를 입는 서민이 상당한 만큼 이 경품오락실의 불법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편법운영, 단속 어렵다

‘상품권’지급이 합법화된 현실에서 이런 사행성 오락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는 것은 당연하다. 오락실의 고액경품지급을 막기위해 현행법상 2만원의 한도를 두고 있는것이 고작이다.
또한 경품오락실의 시상금내역을 보면 이를 지키는 오락실은 거의 없는듯 하다. 관련 공무원들은 단속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청주시 흥덕구청 총무과의 한 관계자는 “금년 2월 경품게임장의 상품권(문화·도서)지급이 합법화 되면서 사행성오락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대부분 영업장 밖에서 환전행위를 하고있다. 특히 시상금이 물품에서 상품으로 바뀌면서 단속이 더 어려워 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락실 내 환전행위 적발시 영업정지 3개월과 5천만원 이하의 벌금, 그리고 손님에게 2만원이상 상품권을 지급했을 경우(경품지급방법 위반) 영업정지 1개월에 처해진다”며 “업주들이 점수를 보관해주면서 한번에 상품권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있다. 그러나 은밀한 거래여서 현장에서 적발하기가 어렵다. 한번에 2만원이상 지급하는 것이 불법이면 수차례 나눠 지급하면 그만 아닌가”라며 단속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 박재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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