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노무현 단일후보 대응전략 수립
“밑둥 빼기 전략으로 새로운 세 규합 나설 것”

한나라당은 11월 25일 이회창 후보에 맞서게 될 단일후보로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확정되자 대외적으로는 “정몽준 후보보다 쉽다”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내부적으로는 단일후보 타결에 따른 시너지 효과 등을 우려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전이 71년 박정희-김대중 대결 이후 31년만에 처음으로 양강구도를 형성해 박빙의 혼전이 예상됨에 따라 한나라당은 건곤일척의 승부에 대비해 전열을 정비하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은 지난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 톡톡히 재미를 본 ‘DJ 부패정권 청산론’에 다시 한 번 기대를 걸고 있다. ‘노무현=DJ 양자’ 공식을 재점화시켜 ‘이회창 대세론’을 확산시킨다면 대선에서 승산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이날 오전 경인방송과의 초청대담에서 “나는 노 후보를 새로운 세력으로 보지 않는다”며 “DJ정부를 이어가는 세력으로 DJ의 노선과 방향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한 뒤 “그런 의미에서 노무현은 현상유지 세력이고, 이회창이 새로운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한나라당이 정몽준 후보에 비해 노무현 후보를 ‘더 쉽게’ 보는 것은 노 후보로의 단일화로 ‘보혁구도’의 선거판을 짤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후보는 “(대선구도가) 비교적 선명해졌다”며 “급진적이고 불안한 세력과 안정적이고 합리적이고 경륜 있는 세력과의 대립으로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을 ‘보혁대결’ 구도로 몰아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보혁구도로 김종필·이인제·
이한동 영입전략

한나라당은 이에 따라 ‘보수 대 진보’ 구도를 명확히 형성함으로써 지지층이 두터운 범보수층을 대대적으로 흡수할 예정이다. 한나라당은 또 자민련 의원 등 보수인사와 민주당내 반노 세력을 접촉해 적극적으로 영입한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이 후보는 “김종필 자민련 총재, 이인제 의원, 이한동 전 총리 등도 정권교체의 취지에 동감한다면 함께 할 수 있다”면서 최근 의원 영입에 이어 정치세력 불리기에 적극 나설 뜻을 밝혔다.
이 후보의 한 특보는 “두 후보의 단일화를 찬성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밑둥 빼기’ 전략으로 나갈 것”이라며 “노 후보가 ‘국민통합’을 얘기하면 우리는 ‘국민연합’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세 규합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노무현 후보가 내세울 것으로 예상되는 ‘세대 대결’을 막기 위해 20∼30대 젊은 층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는 포지티브 전략도 병행할 방침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노 후보가 국민경선에 이어 여론조사에 의해 단일후보로 선출됐고, 최근 여론조사에서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데다 민주당 조직이 본격 가동될 경우 이번 대선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전이 될 것으로 보고 긴장감도 늦추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필요할 경우 그 동안 준비했던 노 후보의 과거 이력과 재산문제 등 약점이 될 수 있는 ‘노무현 X-파일’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서청원 한나라당 선대위원장은 이날 고위선거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우리의 상대는 지난 6월 지방선거와 8·8재보선에서 우리의 상대였던 노무현 민주당 후보 그대로이다”면서 “노 후보는 원래 부패정당이자 DJ당인 민주당의 후보였고, DJ의 충직한 계승자임을 자처해 온 사람이어서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또 “이제 남은 것은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 확인되었던 부패하고 무능한 정권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 12월 19일 다시 한 번 내려지는 것뿐”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하순봉 선대위부위원장도 “국민들은 정권교체냐, 부패정권연장이냐 선상에서 분명한 선택을 할 것”이라고 서 대표의 말에 힘을 실었다.
김영일 총괄본부장은 “노무현으로의 단일화는 기껏해야 ‘노사모’ 등 소수 친노그룹의 축제에 지나지 않으며 1일 천하로 끝날 것”이라며 “지난 4월 이 정권의 낙점과 배후조종으로 DJ의 후계자가 된 바 있는 노 후보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이미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 심판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TV토론·민주당 조직력 등 경계해야”

특히 ‘원조보수’를 자처하는 김용갑 의원은 “이제 선거구도가 분명해졌다”며 “퍼주기 정권의 연장이냐 차단이냐, 핵개발 허용이냐 차단이냐와의 싸움이라는 점에 대한 한나라당의 분명한 입장을 기대한다는 전화가 많이 왔었다”고 말해, 당이 ‘보혁대결’ 구도로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나라당내 소장파 의원들은 대체로 노무현 후보로의 단일화를 환영했다. 정책선거가 가능해진다는 것과 함께 이 후보의 적수로 정 후보보다 노 후보가 더 쉬운 상대라는 것이 이유다.
김부겸 의원은 “정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이 후보와 성향이 비슷해 정책대결이 아니라 난타전, 폭로전이 될 가능성이 높았지만 노 후보로 단일화돼 이 후보와 정책대결이 가능해졌다다”고 ‘환영’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회창 후보로서도 노무현 후보와 상대하기가 수월할 것”이라며 “서로 성향이 뚜렷하니까 자기 지지기반만 확보하면 되지만 정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선거판 자체가 혼탁해지면서 이 후보가 어려운 싸움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춘 2030위원회 본부장도 “정몽준 후보보다는 노무현 후보가 더 싸우기 편한 상대”라면서 “DJ 부패정권 청산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만제 후보경제특별자문역은 “노 후보가 TV토론 등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어 이회창 후보로서는 노 후보가 상대하기 버거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규택 총괄부본부장도 “노 후보의 경우는 민주당과 90여명이라는 국회의원 등 탄탄한 조직력이 있다”면서 “완전히 보혁구도로 갈 경우 우리가 젊은 층의 표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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