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것은 공동정권 위한 대연대”

단일후보 노무현이 탄생했다. 우리가 이 시각부터 열정적 지지를 보내야 하는 것은 노무현과 정몽준을 통한 세력 결합이 이루어낼 미래정치이다. 우리가 힘을 모아나가야 할 바는 이것이 성취될 수 있는 가능성이며 그로써 이 시대가 뒤로 후퇴하지 않도록 만드는 일이다.
우선 밥상을 차리고 나서야 밥이 설익었는지 반찬이 어떠니 하고 말할 수 있는 것이지, 밥상 자체가 차려질 수 없다면 밥상논쟁은 허망한 것이다. 냉전수구세력이 끼어들 틈이 없는 역사의 구조를 만드는 작업을 일단락 짓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는 역사의 진보를 위한 그 다음 단계의, 새로운 차원의 싸움을 벌여나갈 수 있다.
후보단일화는 이 시대 개혁과 진보 세력의 역량이 처한 역사적 한계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우리는 이에 솔직해져야 한다.
노무현의 지지세 하락과 답보, 그리고 이로 인한 정몽준 세력과의 결합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이 땅의 원칙과 이상을 실현시켜 나갈 수 있는 현실의 냉혹한 경계선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과정은 불필요했을 것이다.
이 나라 수구 기득권 세력의 반동적 결집력이 생각보다 강했고, 노무현 진영이 노풍의 요구를 보다 명확하게, 그리고 전술 전략적 지혜를 가지고 담아내는데 미숙했던 결과이기도 하다.
노무현을 중심으로 하는 노풍이 그 동안 이 모든 변혁의 중심에 서서 정국을 지속적으로 주도해왔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자칫 이 개혁적 역량이 냉전수구세력의 반격 앞에서 정치적 소수자로 전락하여 패배할 운명에 처할 수도 있었다.
노풍의 위력이 흔들리고 만 이후, 노와 정의 양립 구도가 만들어지자 후보 단일화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유권자 전체의 60퍼센트 이상을 넘었다는 사실은 노풍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대의와 함께 그것이 안고 있는 현실적 한계도 동시에 보여준 것이었다.

단일후보 노무현,
광범위한 포용력 과시해야

그 한계의 지점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그것은 반 이회창 세력의 내적 성향이 다양한 현실을 끌어안고 가라는 것이었다. 노풍의 대의에는 일반적인 차원에서 지지를 보내지만, 그것을 담아내고 실현해나가는 과정과 방식, 틀에 있어서는 보다 광범위한 포용력을 가지고 역사를 밀고 나가라는 것이었다.
이제 노풍이 다시 불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지적한 것들을 외면하는 순간, 노풍의 역사적 대의는 주장으로는 일정하게 보존할 수 있을지 모르나 정치적 실험은 실패하게 되어있다. 말하자면, 노풍의 역사적 대의가 정치적 아마추어리즘에 의해 자칫 잘못하면 “우리들끼리의 정치적 환상”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특별히 강조하건데, 후보 단일화의 결과는 노-정 양 진영에게 결코 전리품이 아니다. 후보 단일화에 담겨 있는 본질은 냉전수구 극우세력 척결이라는 대명제를 위한 <중도 좌파적 개혁세력과 중도 우파적 개량주의 세력>, 또는 다른 차원에서는 <역사적 이념과 가치에 투철한 세력과 전문적 역량을 우선적으로 중시하는 실용주의 세력> 간의 결속에 대한 정치적 합의이다. 따라서 단일후보와 그를 지지하는 세력 모두 다음과 같은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노무현이 단일후보가 된 이상, 그는 노풍의 역사적 요구가 중심에 서게 된 것을 확인한 셈이므로 그에 토대를 두고 보다 자신감 있게 이회창을 축으로 한 극우 냉전수구세력을 제외한 일체의 세력을 우호적으로 포용해야 한다.
그것은 노풍의 역사적 대의를 손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공간에 세력을 최대한 결집시키는 과정이다. 기회주의 세력까지 이 역사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자신의 정치적 미래가 없다는 것을 절감하도록 해서 오늘의 역사가 지향하고자 하는 방향을 향해 시대 전체가 급류를 타도록 만들어야 한다. 단, 그들이 이 대세의 중심에 서 있지 않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배타적 순결주의는 선거공간에서 자멸적 전략이다. 대의의 중심을 분명히 하면서도 그에 응하려는 일체의 세력을, 그 과거를 과도하게 문제삼아 처내지 말고 끌어안으라. 그것은 야합이 아니며 원칙을 저버리는 일이 아니다. 그들에게 이 역사의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을 맡기면 된다. 그것이 남북통일의 대 역사를 향해 이 나라의 정치역량을 성장시킬 수 있는 지도자의 능력이다.

배타적 순결주의는 자멸 전략

돈이 있는 자 돈으로, 지식이 있는 자 지식으로, 그리고 힘이 있는 자 힘으로, 이도 저도 없으면 마음으로나마 애를 쓰는, 그래서 노풍의 역사적 대의에 뒤늦게나마 그리고 그것이 설혹 기회주의적으로라도 막차를 타려는 이들까지 너그럽게 합류할 수 있도록 길을 트라. 그들도 그렇게 새롭게 살려내면 된다. 그것이 이 나라 지도자의, 궁극적인 민족 대단결을 위해 할 수 있는 위대한 도량이고 최대한의 봉사이다.
정몽준은 이제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아낌없는 성과 열을 바쳐야 할 것이다. 그로써 신의와 정치적 대의를 지켜내는 한국정치의 신기원을 만들어 내야 한다.
정몽준 지지 세력에게 이러한 상황은 이회창 지지로 돌아서는 가능성을 낳을지도 모르나 노무현 대통령 당선을 위한 정몽준의 견마지로(犬馬之勞)는 모호하고 불투명하다고 여겼던 그의 정치적 장래에 무엇으로도 계산할 수 없는 행운을 가져다 줄 것이다.
김대중 정권의 성립과정에서 우리가 보았던 이른바 DJP연합은 돌이켜 보면, 이 나라 역사의 발전과정에서 민주세력의 역량상 불가피하게 거쳐야 했던 하나의 단계였다.
오늘의 노-정 대 연대는 정권교체는 이루었지만 주류세력 교체는 이루지 못하고 말았던 지난 시기의 한계를 극복하는 역사의 징검다리이다. 이것이 비록 불만족스럽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다섯 개의 떡과 두 마리의 생선”이다.
여기서 시작하는 것이다. 여기서 새로운 양식을 퍼내어 수많은 백성들의 미래를 먹이는 출발을 삼는 것이다. 이 마저 못한다면, 우리는 냉전수구세력에게 패배해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 역사의 기회를 결코 무용하게 만들 수 없다. 실로, 감동과 희망의 정치를 절절히 기대하는 바이다. ◑

김민웅 기자는 미국 뉴욕의 유니온 신학대에서 박사학위(제국의 윤리와의 투쟁)를 받았다.
<코리아 타임스> 기자 출신으로 현재 미국
뉴저지 소재 길벗교회 담임목사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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