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친일파 모아 자주독립국가 세운다고?”

민주당과 자민련 의원들이 하나 둘씩 한나라당에 입당하고 있는 가운데 돌연 한나라당을 탈당해 ‘금배지 하나도 없는 정당’에 입당한 김원웅(대전 대덕구) 의원.
그는 따뜻한 곳에서 추운 곳으로 둥지를 옮긴 희한한 ‘철새’였다.

김원웅(대전 대덕구) 의원이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개혁국민정당(대표 유시민)에 입당했다. 11월 25일 김 의원은 여의도 개혁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노무현 후보와 정책연합을 맺고 있는 개혁당의 노선을 충실히 따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충청권이 수구 세력의 본산으로 남아 있지 않도록 충청 지역의 정치지형을 바꿔보겠다”고 포부를 펼쳐 보였다.
25일 오전 11시. 수십명의 개혁당 지도부와 당원들은 여의도 당사 건물 앞까지 나와 개혁당을 들어서는 김 의원을 열렬한 박수와 환호로 맞았다. 꽃다발을 건네는 유시민 개혁당 대표는 시종일관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개혁당사에서 열린 입당식에는 이해동·문태권·이해학·이진우 목사, 이정택 원불교 교구단 대표, 청화 실천불교승가회 회장, 주종환 참여연대 참여연구소 소장, 김병태 건국대 명예교수 등 종교계와 학계 인사들이 배석했다.
김 의원이 ‘희망이란 아무리 작아도 단단한 것입니다’라는 제목의 ‘개혁당 입당의 변’을 낭독할 때 장내는 엄숙했다. 그가 “탄압에 저항하기는 쉬워도 유혹에 무너지지 않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할 때 유시민 대표의 눈가에 이슬에 맺히는 듯 했다.

- 많은 다른 당 의원들이 한나라당에 들어오는데, 떠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회창 후보가 철새정치인을 받아들이면서 ‘국가혁신에 동참하면 누구든지 영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변절자를 끌어모아 어떻게 국가혁신을 하느냐. 이것은 마치 해방 직후 자주독립국가를 세운다고 하면서 친일파를 끌어모으는 것과 다를 바가 무엇이냐. 나는 그런 생각에 근본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한나라당에 여러 차례 그런 입장을 밝혔는데도, 관철되지 않았다. (지금 한나라당안의) 개혁세력들은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지 못하고 정당의 데코레이션(장식품)으로 전락했다. 언제까지 그런 데코레이션을 할 것인가. 그건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 물론 데코레이션을 하면서 분배받는 전리품도 있겠지. 그걸 받아들이는 내 모습을 내 스스로에게 설득시킬 수 없었다.
내가 애초 한나라당에 입당할 때 이회창 후보와 한 약속이 있다. 그건 한나라당이 개혁과 보수가 공존하는 정당, 개혁의 목소리가 통하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약속 하나를 믿고 한나라당에 들어왔다. 그런데 요즘 보니까, 한나라당이 수구냉전의 한쪽 귀퉁이로만 치닫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몇몇 뜻있는 개혁세력이 개혁을 견인해 낸다는 건 절망적이다. 오히려 개혁세력이 현실이라는 이름 아래 수구냉전을 추종할 것을 강요당하는 분위기다. 더 이상 한나라당의 개혁을 위해 한나라당에 남아 있다고 말 하는 게 정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 어젯밤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가 이뤄졌다. 개혁당은 노 후보를 정책연합 후보로 지지하고 있는데.
“이미 우리 당은 노 후보를 지지하기로 정책연대 결정을 내렸다. 당론 결정에 충실히 따르겠다. 단순히 따르는 것이 아니라, 당당한 주체로서 반드시 이기는 싸움을 하겠다. 이번 선거는 충청권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이 수구 세력의 본산으로 남아 있지 않도록 충청권의 정치지형을 바꿔 보겠다.”
- 한나라당 개혁파로 통하는 김홍신·김부겸·서상섭 의원 등과는 고민을 나눴나.
“거론된 의원들과는 고민의 내용이 비슷했다. 최근에도 진로 문제로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눴다. 나보고 좀 더 신중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의식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앞으로도 이분들과 교감을 갖고 접촉할 계획이다.”
- 개혁당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모두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정당이다. 지역주의 정당을 혁파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의 한계를 뛰어 넘는 정치를 해야 한다. 개혁국민정당은 아직은 작지만, 그런 면에서 지역 분열주의를 극복하려는 정치세력으로서 소중하다. 인터넷 당원들의 분포를 봐도 영·호남에 골고루 분포돼 있다. 그리고 모두 당비를 납부하는 진성 당원들이다.”
- 향후 개혁당에서의 직책과 역할은 정해졌나.
“유시민 대표가 대표 자리를 물려준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당을 만드느라 고생한 분들이 당을 이끌어 주셨으면 좋겠다. 나는 자유롭게 활동하겠다.”

이때 유시민 대표가 “이 문제에 관해서는 약간의 오해도 있고 그렇다. 그러나 (대표직 이양은) 절차와 민주성이 있어야 한다. 개혁당 당헌에 따르면 김 의원은 선출직 또는 지명직으로 일정한 절차에 따라 언제든지 대표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완강히 고사하고 있지만 다시 제안하겠다”고 설명했다. ◑

김원웅 의원의 개혁당 입당의 변
“희망이란 아무리 작아도 단단한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오기까지 고뇌가 많았습니다. 주위의 반대도 완강했습니다. 잘 나가는 집에 사람이 꼬이듯 한나라당엔 매일매일 식구가 늘어납니다. 철새정치인이란 오명을 뒤집어 쓰고도 자민련에서, 민주당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머물러야 할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그 자체가 유혹이었습니다. 탄압에 저항하기는 그래도 쉬워도 유혹에 무너지지 않기는 정말 어렵다는 걸 느끼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제 결심의 버팀목이 되어준 건 바로 여러분의 의지입니다. 낡은 정치를 극복하고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수구냉전적 발상을 극복하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키우는 정치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았습니다.
희망이란 아무리 작아도 단단한 것입니다. 살아있는 것입니다.
힘이 났습니다. 우리는 해낼 수 있습니다. 우리는 3김1리식 낡은 정치를 혁파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줄서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수구냉전적 발상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주권국가로서의 생존권, 주권국가로서의 자존심을 어떻게 지켜나갈지 문제의식이 분명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세계 속에 한국을 우뚝 세울 수 있습니다. 우리는 문명사적 흐름을 읽어낼 줄 아는 세계사적 개인들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낡은 정치, 3김1리식 낡은 정치를 갈아 엎어야 합니다. 분단국가 정치인으로서 고뇌가 결여된 정치세력을 더 이상 이 사회의 주류로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탈냉전, 탈지역주의, 탈맹주정치의 시대적 과제가 우리에게 지워졌습니다.
우리 개혁국민정당은 시대정신의 깃발입니다. 우리 개혁국민정당은 힘차게 펄럭이는 시대정신의 깃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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