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들의 신록이 더욱 더 푸르러지는 6월입니다. 푸른 하늘 햇빛은 빛나고 날씨는 청명합니다. 아침저녁 기온 또한 쾌적하니 바야흐로 호시절입니다.

한 표를 호소하는 후보자들의 목쉰 절규 속에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구던 지방선거도 끝났습니다. 야당 대표에 대한 불미한 일이 있었긴 하지만 그런 대로 큰 불상사 없이 선거가 치러진 게 다행입니다.

이번 선거의 특징이라면 흥청망청하던 ‘돈 잔캄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과거와 같은 선심관광도 볼 수 없었고 음식점의 시끌벅적한 먹자판이 없었던 것만으로도 선거분위기는 많이 깨끗해 졌습니다. 법이 엄격해진 결과이긴 하지만 우리의 선거 문화도 전보다 성숙해 진 게 분명합니다.

개표 결과에 따라 당락이 가려지자 승자와 패자간에 희비가 엇갈립니다. 당선 된 이들의 기쁨이야 말해 무엇하랴만 그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하고도 낙선한 이들의 실망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애쓴 보람도 없이 고배를 마신 분들에게는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 당선된 분들에게는 축하의 인사를 보냅니다.

이제 당선된 이들은 앞으로 4년, 지역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 해야 할 것입니다. 자신들의 약속대로 지역사회를 변화시켜 살기 좋은 고장으로 만드는데 몸을 바쳐야 합니다.

도지사든, 시장 군수든 단체장은 먼저 목민관(牧民官)으로서의 자신의 책무를 알아야 합니다. 200년 전 다산 정약용선생은 그의 명저 ‘목민심서’에서 “목민관은 백성을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백성이 목민관을 위해 존재하는가(牧爲民有乎 民爲牧生乎)”라고 묻고는 “목민관은 오로지 백성을 위해 있는 것일 뿐(牧爲民有也)”이라고 추상같이 선언했습니다. 단체장은 어디까지나 ‘공복’이라는 사실을 단호히 규정했던 것입니다.

그 동안 우리는 손으로 직접 뽑은 단체장이 왕조시대의 ‘원님’처럼 주민 위에 군림하면서 뒷구멍으로 뇌물이나 받아먹고 임기응변으로 거짓말이나 일삼는 것을 숱하게 보아 왔습니다. 단체장이랍시고 권력이나 누리면서 자리나 즐기는 사람들이 그 얼마였습니까. 도대체 지난 4년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 지역이 무엇이 달라졌는지 묻고 싶은 것입니다.

낙선 한 분들은 실망이 크겠지만 용기를 잃지 말고 다음기회를 기다리는 마음의 여유를 갖기 바랍니다. 좋은 것이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 것이 나쁜 것이 아닌 것이 세상사입니다. 인간만사새옹지마(人間萬事塞翁之馬)의 고사를 교훈 삼는다면 오늘의 실패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패를 통해 더욱 성숙해 지기 마련인 것입니다.

선거는 끝이 났고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월드컵이 눈앞에 다가오니 또 한바탕 온 나라가 떠들썩하겠지만 하루 빨리 평상심(平常心)을 되찾아야 하겠습니다. 선거는 선거요, 축구는 축구일 뿐이지 그것이 우리의 삶은 아닙니다.

이 달은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모두가 겸허한 마음으로 나라 위해 몸 바치신 영령들의 넋을 기려야 하겠습니다.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그것이 ‘산 자’들의 도리인 것입니다.
/ 본사고문 yhk93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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