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한 조그만 신문에 검찰이 구속수사를 남발한다는 기사가 실린다. 기분이 상한 검찰은 즉각 신문사의 주주와 광고주를 불러들여 조사를 했지만 아무리 털어도 먼지 하나 안 날린다. 당황한 검찰은 화살을 돌려 엉뚱한 사건을 들춰내 신문사 발행인을 구속한다. 그러나, 지역사회가 크게 반발하고 ‘보복수사’로 지탄을 받자, 곤란해진 검찰은 돌파구 마련을 위해 한 대학교를 쑥대밭이 되도록 휘젓고 총장을 전격적으로 구속해버린다. 그리고 싸움은 계속된다.
최근에 청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마치 새로운 영화를 보는 듯 하다.
우선, 소재가 새롭다. 그동안 정권에 의한 언론탄압은 많이 들어왔지만, 검찰이 비판기사를 문제삼아 신문사에 대해 보복수사를 하고 신문을 폐간시키기 위해 혈안이 된 사례는 처음 들어본다. 검찰의 과도한 구속관행을 지적한 기사가 발단이 된 것도 의미 있고, 사건의 전개과정과 갈등관계도 분명하다. 그 신문사가 지방의 조그만 주간지인데다 아무리 조사를 해도 비리가 나오지 않는 회사라는 것도 인상적이다.
이 정도면 벌써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정도는 금방 떠오를 것이다.
언론계에서는 이런 소재를 어떻게 생각할까?
신문방송학과 대학원생에게 석사논문 주제로 어떠냐고 권해봤다. 검찰의 언론탄압은 어떻게 촉발되었는가? 검찰이 언론의 숨통을 조이는 방법은 어떤 것인가? 검찰은 이를 어떻게 변명하는가? 등등. 모든 면에서 지금 청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언론사에 길이 남을 만하고, 신문방송학과에서는 교과서적으로 인용할 만하지 않은가?
생각이 있는 청주시민이라면 지금 청주의 한 구석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기록하고 노래하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2002년 청주에서 있었던 사건은 금방 사례가 되고, 역사가 되고, 전설이 될 것이다.
법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구속수사의 남발에 대해 좀더 깊이 있게 공부하기 위해 청주를 찾을 것이고, 검찰의 권력남용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 지를 배우려는 학생들도 청주를 찾을 것이다.
언론계의 사람들은 검찰의 언론탄압유형을 연구하기 위해 찾을 것이고, 기사를 쓸 때마다 청주의 사례를 들을 것이다.
영화나 연극,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소재가 될 것이다.
언젠가는 영화‘어퓨굿맨’의 제셉대령처럼 자존심이 상한 청주지검장이 “그래, 내가 보복수사를 하라고 명령했다”고 소리치며 나설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럴 때 청주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증인이 되어야 한다.
그때 겁도 없이 검찰을 비판하는 기사를 쓴 기자가 누구였는지, 어이없이 구속된 신문사대표는 누구였으며, 엉겁결에 끌려들어 구속된 대학총장은 누구였는지, 구속수사를 남발하고, 신문사를 없애려 든 검사들이 누구였는지, 그후 어떻게 되었는지, 그리고 청주시민은 그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항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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