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한나라당은 도지사에 정우택 후보가 당선된 것을 비롯해 12개 시·군 가운데 충북의 수부(首府)인 청주시, 청원군을 비롯한 5개 시·군을 석권했고 지방의회 선거에서도 파란깃발을 나부꼈다.
열린우리당은 국회부의장에 선출된 ‘이용희 효과’로 정구복 영동군수 후보, 이향래 보은군수 후보, 한용택 옥천군수 후보가 당선되는 등 남부 3군에서 선전했고, 유영훈 진천군수 후보가 김경회 전 군수의 3선을 저지했으나 충북의 중심부에서는 확실히 밀렸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무소속의 약진. 임각수 괴산군수 후보, 박수광 음성군수 후보, 유명호 증평군수 후보가 당선자 명단에 이름표를 올려 도내 중부권에 선명한 무소속 벨트를 형성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의 성격을 대선승리로 가는 전초전으로 규정했고 사실상 단단한 디딤돌을 놓았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전국적으로도 한나라당 압승으로 마무리되면서 향후 정국 운영에 있어 한나라당의 어깨가 무거워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한나라-충북 首府와 북부권 장악
열린당-이용희 의원의 품 안에서…
무소속-중부에 옥대(玉帶)를 두르다
청주시장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남상우 후보가 마지막에 웃었다. 남 후보는 6월1일 새벽 1시를 기준으로 7만6389표(61.2%)를 얻어 4만8451표를 얻는데 그친 열린우리당 오효진 후보를 따돌렸다. 남 당선자는 17대 총선에서 패배하고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까지 선고받은 뒤 한나라당 탈당, 정계은퇴까지 선언했으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치열한 당내 경선을 거쳐 당초 인지도 등의 열세를 딛고 당선 고지에 올랐다.
충주시장 선거에서는 기자 촌지사건과 관련한 선거법 위반 1심 선고, 경선 이튿날 검찰의 사무실 압수수색 등 본선에 이르기까지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던 한창희 한나라당 후보가 본선에서는 6월1일 새벽 1시 기준 2만1670표를 얻어 압도적인 표 차로 승리를 거뒀다. 맞대결을 펼쳤던 권영관 후보는 1만2143표를 얻는데 그쳤다.
한나라당은 제천시장(엄태영 후보), 청원군수(김재욱 후보), 단양군수(김동성 후보) 선거에서도 승리했으나 당초 우세지역으로 분류했던 진천, 영동 등에서 패배해 결국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열린우리당은 남부권에서 한나라당 돌풍을 완전히 잠재웠다.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진천군수 선거에서도 유영훈 후보가 3선 문턱에 서있던 김경회 군수를 따돌렸다. 남부권의 승리는 국회 부의장으로 선출된 이용희 의원의 저력에 힘입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부권에서는 괴산의 임각수 후보, 음성의 박수광 후보, 증평의 유명호 후보 등 무소속 후보들이 여유있게 승리를 거둬 충북의 미드필드를 완전히 장악했다. 무소속 박수광, 유명호 당선자는 모두 선거 전까지 현직 시장이었지만 박 당선자는 한나라당 입당을 시도했다가 거절당했고, 유 당선자는 공천심사 과정에서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을 택한 경우다. 두 당선자 모두 뿌리는 한나라당이지만 애증의 깊이만큼 반감도 크다.
유 당선자는 당선 뒤 열린우리당 입당이 유력했지만 열린우리당의 선거참패와 정계개편 등을 고려해 당분간 관망할 가능성이 높다.
임각수 괴산군수 당선자는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의 러브콜을 외면하고 무소속 출마를 고집한 원조 무소속이다. 임각수 후보는 열린우리당 후보로 확정됐다가 출마를 포기한 노명식 예비후보 등 당초 한나라당 공천신청자들의 엄호사격에 힘입어 무난히 고지에 입성했다.
이재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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