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당선자 '경제통', 노사 중재역할 맡기에 적합

하이닉스&매그나칩 비정규직 노사분규가 도내 노동계의 최대 이슈가 된 지 1년 반이 됐다. 최근 사내하청 노조원들은 송전탑 고공시위에 이어 서울 본사 대표이사실 점거농성 등 투쟁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같은 최악의 상황에서 막판 대타협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대표적인 비정규직 노사분규 사업장이었던 순천 현대하이스코가 하청노조원 전원복직에 합의함에 따라 이런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따라서 떠나는 이원종 지사보다는 도정의 마스터키를 잡게 된 정우택 당선자가 1년동안 얽힌 실타래를 풀어줄 적임자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정 당선자는 재정경제원의 공직생활과 국회 재경위 경력을 겸비한 ‘경제통’이기 때문에 하이닉스&매그나칩 회사측과 대화창구를 열기에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 사내하청노조가 서울 본사 대표이사실에서 점거농성을 벌이자 사측은 수십명의 용역회사 직원들을 동원해 외부와 차단벽을 치고 있다.
1년여의 장기간 분규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사내하청노조에 남아있는 조합원은 110명. 이들은 실업급여도 중단된 상태에서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지원하는 1인당 40만원의 생계보조금으로 버티고 있다. 지난달 17일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죽천교 인근 높이 37m의 고압선 송전탑에 오른 하청 노조원 2명은 14일째 2평짜리 ‘하늘 농성장’에서 버티고 있다.

또한 사내하청노조원 40여명은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하이닉스 본사 12층 대표이사실을 점거했다. 회사측은 용역회사 직원들을 동원해 점거농성장을 차단하고 있고 노사는 8일째 대치하고 있다. 외부에서 음식물조차 제대로 반입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경찰은 강제진압을 예고하고 있어 자칫 유혈충돌의 우려감이 높은 상황이다.

하이닉스 노사분규는 지난 2004년 12월 파업과 직장폐쇄로 정면충돌하면서 지역 노동계의 최대 현안으로 부각됐다. 따라서 지역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이원종 지사에게 적극적인 중재노력을 요구했다. 이 지사는 하이닉스 대표를 노사정협의회에 참석을 권유하고 중국 방문일정 중에 상해에서 독대하는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범도민대책위의 제안으로 민관 전문가가 참여한 중재위원회를 구성해 노사 간접대화의 물꼬를 텄다.

하지만 사측은 위로금 제공만을 주장한채 고용문제에 대해서는 완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외국계 회사인 매그나칩은 협상자체에 소극적이라서 중재위는 가동 3개월이 지나도록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최근 중재위는 고공농성과 본사 점거농성을 먼저 해제하고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했지만 하청노조측은 투쟁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중재위의 권고로 하청노조는 회사앞 천막농성장을 모두 철거했으나 정작 노사협상에 아무런 결과물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내하청노조는 고강도 농성투쟁과 함께 도내 지역구 의원들의 정치력 발휘를 촉구하고 있다. 특히 도내 처음으로 정치인 출신의 지사가 될 정우택 당선자의 정치력이 평가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우택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중에 모신문사의 지역현안 질의에 대해 “하이닉스ㆍ매그나칩 사태 해결을 위해 도지사를 비롯한 지역의 지도자들이 적극 중재에 나서야만 한다. 우선 노ㆍ사가 무조건 만나 대화를 복원할 수 있도록 하고 노사정 3자 회담을 전향적으로 수용토록 적극 유도하는 등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힌바 있다.과연, 충북 노동계의 꽉막힌 동맥경화증이 신임 지사의 손으로 풀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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