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기초단체장 석권 당내 입지 '업그레이드'

   
5·31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은 참패했다. 그런데 충북 남부권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이용희의원 지역구인 보은 옥천 영동에선 한나라당이 아닌 열린우리당 바람이 몰아친 것이다. 이곳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각각 열린우리당 이향래(전 충북도의원) 한용택( 전 농협중앙회 옥천지부장) 정구복후보(영동군의회 의장)가 당선됐다. 이런 이변은 당장 이곳을 지역구로 하는 열린우리당 이용희의원을 달리 평가하게 했다.

결론은 여당 국회의원으로서 이의원만이 제대로 역할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의원은 고전이 예상되던 열린우리당 후보들에게 일찌감치 큰 믿음을 안겼다. 특히 자기 지역구를 찾은 한범덕 도지사후보에게 한 말은 선거전 내내 화제를 몰고 다녔다. “이곳은 내가 책임질테니 얼씬도 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한 것이다.

이런 호언장담은 괜한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이의원은 본인이 직접 전 지역을 누비는 강행군을 자처한데다 보좌, 비서진은 물론 아들까지 동원시켜 자당 후보들을 도왔다. 이런 노력의 결과는 개표 결과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보은 옥천 영동 3개 지역의 자치단체장을 싹쓸이한데다 지방의원들까지 이의원 효과를 톡톡히 본 것이다. 비록 도지사 선거에선 패했지만 한범덕후보도 유독 남부 3군에서 만큼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이런 결과는 곧바로 이용희의원의 입지를 업그레이드 시켰다. 당내에선 ‘충북의 진정한 여당 리더는 이용희’라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왔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용희의원에 대해선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 왔다. 그만큼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31일 투표가 있기 전 열린우리당 내에선 도내 국회의원들의 책임, 역할론이 심심치 않게 제기됐다. 도지사 선거는 물론 모든 각급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내내 고전을 면치 못하자 “국회의원 아홉명을 가지고 있으면 뭐하느냐”는 자성론이 일었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에서 충북은 열린우리당이 전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석권했다. 이런 전후 사정에 근거해 선거가 끝난 후 시군별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당내에서 공감을 얻은 것이다.

올해 75세인 이의원은 17대 국회 최고령으로, 그동안 은퇴설에 휘말리는 등 나이 때문에 여론의 불이익을 당하면서도 오히려 역동적인 활동으로 맞서 주목을 받았다. 얼마전 17대 국회 후반기 부의장으로 사실상 결정돼 정치인생의 전환기를 맞은 그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로 당내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게 됐다. 이젠 더 이상 나이 문제로 시달릴 이유가 없고 그야말로 진정한 정치인이라는 게 당내 공통적 평가다.

반면 이용희의원과는 달리 자치단체장을 한명도 내지 못한 청주권 국회의원들은 할말이 없게 됐다. 그렇잖아도 지난 선거전을 통해 국회의원 역할과 관련, 종종 비난을 받아 온 터라 당분간 이들의 위상실추는 불가피할 조짐이다. 충북도당 관계자는 “청주권 국회의원들도 최선을 다했다. 일단 패배한 이상 할말이 없지만 말이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정말 자신을 희생해 가며 끝까지 노력한 국회의원이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의원도 있다. 아마 본인 스스로 잘 알 것이다”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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