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와 7개의 과 체제로 시 조직을 자치행정국(7개과)과 관광건설국(7개과)으로
기획담당관실 기획감사실로 개편, 공보담당관실 폐지하는 대신 경제통상실을 신설을 골자

그동안 엄태영 제천시장의 연이은 개혁 조처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 입장을 밝혀 온 일선 공무원들이 최근 들어 제 목소리 내기에 나서는 등 지역 관가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시는 지난 11월 15일 본청 농축산과를 직속기관인 농업기술센터 산하로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안을 수립해 현재 의회 상정을 앞두고 있으나, 뜻하지 않게 외청으로 사무실을 옮기게 된 농축산과 공무원들이 불만을 표출하고 농업인 단체가 크게 반발하는 등 갈등을 빚고 있다.
제천시는 지난 8월 6일 한국지방자치경영연구소와 1억 2000만원 규모의 시 경영진단평가 용역 계약을 맺고 내년 1월 3일까지 조직개편을 포함한 6∼7개 시정 분야에 대한 정밀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한국지방자치경영연구소는 이와 관련해 지난 11월 15일 총무사회국과 산업건설국 산하에 각각 8개와 7개의 과 체제로 운영되던 시 조직을 자치행정국(7개과)과 관광건설국(7개과)으로, 기획담당관실을 기획감사실로 개편하고, 공보담당관실을 폐지하는 대신 경제통상실을 신설하는 등의 내용을 중심으로 한 시 기구 및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시 관제는 실국뿐 아니라 과 담당 명칭과 업무 범위가 대대적으로 뒤바뀌게 됐으며, 특히 농축산과는 직속기관인 농업기술센터 산하로 합병돼 사실상 집행부의 품을 떠나는 처지가 됐다.
시 관계자는 “제천시를 경영마인드에 입각한 살기 좋은 도시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현행 시 조직에 대한 수술이 불가피하다. 공무원들도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연구 결과대로 조직 개편을 단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농정 부분의 경우 농업기술센터와 농축산과의 업무가 중복돼 농업 행정의 전문성 제고와 농정의 효율성을 위해 농업기술센터로 통합하는 쪽으로 결정된 것”이라며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한 공무원은 “지난 95년 도농통합시 발족에 따른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98년 정부 주도 하에 이뤄진 구조조정 등 잦은 조직 개편으로 공무원 사회가 안정을 찾지 못하다가 이제 새 조직 체계에 적응을 할 만하니까 또다시 조직 개편이 단행됐다”며 “과연 경영진단평가가 예비비를 전용해서까지 밀어부쳐야 할 만큼 긴박하고 중요한 일이었는지, 재해나 긴급한 사정도 아닌 일에 1억 2000만원의 예비비 지출을 승인한 의회의 판단이 옳은 것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제천시 농민단체협의회 등 농민 조직들도 “시군 통합 이후 시의 농업 관련 직제가 크게 위축돼 농민들의 피해의식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시가 농축산과를 없애기로 한 것은 엄시장의 농업 경시적 산업관이 반영된 결과가 아니냐”며 즉각적인 시정을 요구하고 나서 파문은 농민단체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농민단체협의회는 이와 관련해 직제 개편의 보완책으로 ▶농업 비전 제시와 예산지원 확대 ▶농업기술센터 소장의 시 인사위원 위촉을 비롯한 센터 소장의 지위 및 권한 강화 ▶농정부서 담당급 이상 보직자 농업지도 축산직으로 임명 ▶본청에 농업민원담당 신설 및 농업민원 업무 농업민원담당으로의 이관 ▶남부 및 북부 지역에 각 1개소씩 농민상담소 설치 운영 ▶농기계 순회 수리반 전문 기술자 보강 등을 요구했다.
시는 이같은 농민단체들의 요구사항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농정에 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당장 농업기술센터로 자리를 옮겨야 하는 해당 공무원들은 이럴 경우 “농정의 효율성이나 조직의 슬림화 등 당초의 조직개편 취지와는 상반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한편 엄시장이 취임과 동시에 열린 시정 구현을 위한 상징적 조치로 추진해 온 ‘시청 담 허물기 사업’ 또한 최근 공무원들의 반대 여론을 의식해 ‘정문 없애기’ 수준으로 축소됨으로써 시민들에게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전시 행정의 표본”이라는 비난도 사고 있다.
시는 당초 시민들이 쉽게 시청을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청내 시설을 활용케 하기 위해 시청 담을 철거할 계획을 세우고 지난 9월 18일 시의회로부터 3000만원의 추경예산을 승인받았으나, 공무원들 사이에서 전시 행정과 효율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자 9월 27일부터 10월 4일까지 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직원들을 상대로 설문을 조사했다.
집계 결과 총 800여명의 직원 중 응답자는 217명으로 이 가운데 10%가 현 상태 유지를, 20%가 담장 철거를 주장한 반면 70%의 응답자들은 정문을 철거하는 수준의 절충안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시는 당초의 계획을 수정하고 지난 19일부터 절충안대로 정문 철거 공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약 1800만원이 들어가는 정문 철거 공사가 과연 권위주의의 해소와 민관 친화 분위기 유도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까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여론이 우세하다.
우선 현재의 시청사가 시내와는 2㎞ 이상 떨어진 외곽에 위치해 특별한 용무가 없는 한 휴식이나 약속장소로 시청을 활용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담벽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문짝만 철거했을 때 청사 관리와 미관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공무원들의 걱정이다.
한 공무원은 “눈에 보이는 부분에 집착하는 개혁은 자칫 전시 행정 논란을 불러 일으켜 구성원 간의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며 보다 신중하고 현실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시는 “모든 공무원들이 취지 자체에는 이의가 없는 만큼 조직개편이나 정문 철거 등과 관련한 논란은 곧 해소될 것”이라며 “일부 공무원과 시민들의 우려를 잘 반영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