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가 보면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과 같은 수령이 오래된 나무가 한 그루씩 있다. 그 나무 아래에서 마을 사람들은 농번기에 뙤약볕에서 일하다 땀을 식히기도 하며 노인들과 아이들에게는 시원한 쉼터가 마련되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나무들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얼마 전 충북도계탐사를 위해 대원들과 버스를 타고 개발이 한창인 KTX 고속철도역 오송 신도시 부지를 지나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진 오송에는 보상을 받기위해 심어놓은 어린 묘목들이 즐비하고 조립식 주택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조용했던 작은 시골마을은 중장비의 요란한 굉음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는 오송이 내려다보이는 낙건정에서 발대식을 하며 탐사를 마친 5년 뒤 바로 이 곳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

출발지인 오송은 언뜻 보면 그림 같은 전원주택과 조경이 어우러져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더 많은 보상을 받기위한 편법으로 조성된 것이다. 우리는 낯설기까지한 전경을 바라보며 씁쓸한 표정으로 버스에 올랐다.

그 후 다시 취재를 위해 찾은 오송에서 만난 한 할아버지로부터 조립식 전원주택 시공현장에 대한 더욱 적나라한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전원주택을 조성한 곳은 비만 오면 상습적으로 침수되는 지역이라 그 곳에 집을 짓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또 최근 외지인으로부터 현재 수확되는 벼의 양보다 더 많은 양을 쳐 줄 테니 나무를 심기 위한 땅을 임대해 달라는 문의전화가 자주 온다고 한다.

이에 대해 충북도는 부동산투기 근절대책을 발표하고 청원군에 개발행위를 제한하는 특별지시를 시달하고 있지만 현재 도에서는 이러한 행태를 단속할 만한 법이 없어 단순한 권고, 계도만 할 뿐이라고 한다. 또한 강외면 관계자는 나무를 심는 것에 대해 제재를 하고는 있으나 쌀 개방 등으로 벼농사를 지어봤자 남는 것이 없다는 주민들의 반발과 이익만을 노리려는 토지주들의 무조건적인 개발 심리에 부딪혀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KTX 오송역 건설로 인해 행정중심 복합도시의 관문역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 주목받아온 오송. 오송 신도시에는 2025년까지 총 10만 명이 입주할 것이며 1단계 사업으로 850만평 중 400만평의 부지가 개발될 계획이다. 도계탐사를 마친 우리는 5년 뒤 이곳에서 다시 모이게 된다. 황량했던 이곳은 화려한 신도시와 함께 역세권개발로 붐비고 있을 것이고 어떤 이는 정든 고향을 떠나 타향살이를 할 것이며 또 어떤 이는 엄청난 개발 보상비로 부를 축적할 것이다. 그 많던 어린 묘목들은 다시 뽑혀 다른 개발 현장에 심어질 것이고 콘크리트로 뒤덮인 오송 신도시는 나무그늘이 없는 회색 도시로 변해 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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