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위 항의집회, 소청심사위원간 의견차 주목

난계국악단원 성희롱 사건으로 해임됐던 김 모 전 영동부군수가 복직됨에 따라 충북도가 다시 시끌시끌하다. 충북도 소청심사위원회는 지난 19일 김 전 부군수에 대한 소청심사를 한 뒤 정직2월을 결정했다. 김 전 부군수는 지난해 10월 7일 도 인사위원회로부터 해임을 통보받았다. 하지만 이에 불복, 해임처분취소청구를 제기했고 이 날 복직결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영동부군수성추행사건해결을위한충북공동대책위(공대위)는 22일 즉각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충북도 소청심사위원회는 파렴치한 성추행범을 해임에서 정직 2월로 감경조치하여 공직에 복직시키는 결정을 했다.

이는 여성인권에 대한 폭거이다. 그것도 충북도 5급 이상 관리자 성희롱 예방교육을 하는 시간에 맞춰 김 전 부군수를 공직에 복직시켰다. 감경요인은 더 기가 막히다. 40여년간 대과없이 공직생활을 한데다 성희롱사건이 지난 시점에 문제가 제기됐다는 이유로 감경됐다는 것”이라며 “국가청렴위원회는 올해 위원회 내 여성비율을 38%로 상향할 것을 지침으로 시행했음에도 충북도는 이를 지키지 않고 남성위원들로만 소청심사위원회를 구성해 반여성적 결정을 내렸다”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소청당사자인 김 전 부군수는 자신의 감경에 대해 미리 인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우리는 소청심사위원회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원종 지사는 지난해 10월 국감에서 ‘조직에서 보호할 가치가 없다’며 공직배제 의지를 밝혔던 약속을 지키는 것만이 명예로운 퇴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충북도 소청심사위는 변호사 2명, 교수 2명, 도 국장급 공무원 3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날 회의에는 해외출장중인 모 국장만 불참하고는 모두 참석했다. 김 전 부군수에 대한 심사는 지난해 12월 17일 보류결정으로 한 번 연기된 뒤 이 날 이뤄졌으나 처음에는 성희롱을 했다는 증거가 없으므로 무혐의로 하자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위원이 이를 반대했고, 차기 지사에게 부담주지 말고 이 건을 기각시키자는 의견도 있었다는 것. 결국 견책이나 감봉 정도의 경징계와 중징계 사이에서 티격태격하던 위원들은 절충안으로 정직2월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부군수가 소청심사위의 결정에 따라 복직하게 되자 충북도 직원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말들이 많다. 일부 사람들은 “해임을 결정한 인사위원회는 행정부지사 소관이고, 이를 뒤집은 소청심사위원회는 기획관리실장 소관이어서 소청심사위가 ‘반란’을 일으킨 것 아니냐, 특히 이원종 지사가 미국출장을 간 사이에 이런 결정을 한 것은 결국 이 지사를 욕먹이는 것” 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 사람들은 “소청심사위 자체가 민간인들이 참여한 조직이어서 충북도의 뜻과는 다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겉으로는 소청심사위에서 복직결정을 내렸지만, 위원 지명을 하는 곳은 충북도라서 소청심사위의 결정이 도지사의 의견과 상충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게 외부인들의 시각이다.

퇴임을 앞둔 이 지사가 부하직원을 해임시킨 것에 대한 부담감 내지 안쓰러움이 반영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익명의 모씨는 “소청심사위원회에서 도지사의 뜻에 반해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 민간인이 참여하고 있지만 도지사의 의견이 반영된다고 본다. 이 사건이 터져 나온 뒤 오랫동안 김 전 부군수의 거취문제를 미룬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지만 도지사는 부하직원을 자르는 일에 큰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 이번 결정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성희롱 사건이 터져 나온 뒤에도 김 전 부군수를 본청 총무과장으로 발령내 엄청난 항의를 받은 바 있다.

공대위, 도지사 면담 못해
한편 지난 22일 도지사 면담을 요구하며 충북도를 항의방문한 공대위 관계자 10여명은 청원경찰들과 도청 현관에서 몸싸움을 벌였다. 결국 도지사 면담을 하지 못하고 돌아간 이들은 24일 이재충 행정부지사를 만났으나, 자기 소관이 아니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공대위 관계자는 말했다.

차재숙 공동대표는 “40여년간 공직생활을 한 사람을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게 공무원들의 시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행정부지사가 권한이 없다고 해서 도지사면담을 요청했으나 24일 오후 6시 40분 현재까지 비서실장이 시간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약속을 잡을 때까지 도청을 떠날 수 없다. 도지사와 대화를 하자는데 이렇게 차단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분개했다.

공대위는 또 소청심사위원회 회의록 공개, 위원의 38% 이상을 여성으로 구성할 것, 위원들에게 성평등교육 실시, 법조계 인사만을 소청심사위원으로 구성하는 근거를 밝힐 것 등을 요구했으나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충북도 관계자는 “소청심사위원들을 임명하는 것은 도지사지만 이 위원회는 합의제 행정기관이기 때문에 도지사의 의견과 관계없이 이뤄진다. 한 마디로 위원들이 하수인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리고 회의록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의해 공개 할 수 없다”며 “여성 위원이 없다고 하는데 법률이 정한 자격기준에 맞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지방공무원법 14조에서는 법관·검사·변호사, 법률학 교수 중 부교수 이상, 소속 국장급 이상 공무원을 소청심사위원으로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 해당되는 여성이 없다”고 밝혔다.

또 김 전 부군수가 ‘복직시켜주면 명예회복이 된 만큼 사표 내겠다’며 소청심사위원들과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소문에 대해 도 관계자는 “당사자로부터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 떠도는 말 아니겠느냐”고 잘라 말했다. 소청심사위의 복직결정에 따라 김 전 부군수는 곧 복직 발령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 홍강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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