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감은 것인가, 우롱당한 것인가
‘「복합빌딩」 위장해 시민들 속인것 아니냐’
진상조사 통해 의혹해소와 교통난 해결에 나서야

청주 도심 한복판에 대형 할인매장인 까르푸의 입점에 따른 교통 대란 문제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교통영향평가 심의를 해준 충북도가 “까르푸가 입점하는 줄 몰랐다”며 발뺌하고 나서면서 비난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까르푸가 ‘교보복합빌딩’이라는 이름만 빌려 충북도와 청주시민을 속이고 들어왔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 기회에 교통영향평가와 대형 할인점의 도심 입점에 대해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충북도는 까르푸 입점에 대한 전반적인 감사에 나섰다.
충북도가 정말 까르푸 입점 사실을 몰랐는지, 까르푸의 눈속임에 속은 것인지 집중 취재했다.
<편집자주>

까르푸가 입점한 건물의 공식 명칭은 ‘청주교보복합빌딩’이다. 사업 시행자는 교보생명과 삼성생명의 공동 출자 회사인 ‘생보부동산신탁’. 그러나 명칭만 교보복합빌딩이지 내용은 ‘청주 까르푸’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교보복합빌딩’이라는 이름은 까르푸를 입점시키기 위해 생보부동산신탁과 까르푸가 충북도를 비롯한 행정기관 및 청주시민들을 눈속임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분명 엄청난 교통량을 유발하는 대형 할인점이 들어오는 데도 마치 ‘주차빌딩’을 갖춘 복합빌딩으로 위장하여 교통영향평가 심의를 쉽게 받아내 이 일대에 교통 대란을 유발시켰다는 비난에서 비롯되는 의혹이다.

‘교보복합빌딩’ 이름 빌려
까르푸 입점(?)

교보 생명 자회사인 생보부동산신탁은 교보생명 소유인 청주 구 고속버스터미널 부지를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여러 가지로 검토한 결과 판매시설이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초에는 교보문고가 입점을 고려했었다는 것이 생보부동산신탁측의 설명이다.
판매시설 신축을 위해 세종 ENG에 교통영향평가를 의뢰했고 세종측은 평가서를 지난 2001년 3월5일 충북도에 제출, 심의를 요청했다. 지하 3층 지상 7층 건물로 지하 3층은 기계실, 지하 1, 2층 지상 1층 등 3개층은 판매시설, 그리고 2층부터 7층까지 6개층은 727개면의 주차장을 갖춘다는 것으로 언뜻 보면 주차 빌딩을 연상시킨다. 다만 7층의 절반은 업무시설로서 교보생명 트리플팀이 입주할 것이라는 것을 내세워 ‘복합빌딩’의 구색을 맞췄다.
교통영향평가 심의서에는 당연히 대형 할인점 입점이 거론되지 않았고 충북도는 순진하게(?) 심의하여 3개월만인 그해 6월 25일 교통영향평가를 의결해줬다.
이를 두고 청주경실련은 “이번 청주 까르푸 입점과정과 교통문제 발생은 생보부동산신탁과 까르푸가 충북도 및 청주시민들을 눈속임하고 입점한 것에서 비롯됐다”며 까르푸의 운영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실련은 생보부동산신탁과 까르푸가 부도덕하며 떳떳하지 못하게 입점함으로써 충북도가 절실한 교통문제 대책을 추진치 못하게 한 원인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생보부동산신탁 정욱과장은 “대형 할인점 입점 사실을 고의적으로 숨긴 것은 아니다. 판매 시설로 한다는 사실만 결정되어 하이마트, 홈플러스, 까르푸 등 대형 유통업체들과 임대 계약에 관한 논의만 오가던 상황이었다”며 교보복합빌딩을 내세워 대형 할인점 입점을 숨기려했던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다만 이들 유통업체들은 이를 사업 비밀로 여겨 공표되는 것을 극히 꺼리며 밖에 알려질 경우 손해배상을 물리겠다는 계약조건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밝혀 비밀리에 추진됐음을 암시했다.
하지만 까르푸가 생보부동산신탁과 임대 계약을 한 시기는 교통영향평가서가 충북도에 접수되고 21일이 지난 3월26일. 충북도가 제출 받은 교통영향평가서에 대해 사전 검토와 보완 제출 요구를 한 것은 4월에 들어서며 첫 심의는 5월3일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몇 가지 보완 사항을 거쳐 6월25일 재심의, 의결됐다.
이런 과정 때문에 충북도가 과연 대형 할인점 입점 사실을 모르고 교통영향평가를 심의해줬는지 의구심을 자아낸다.

‘까르푸 입점 정말 몰랐느냐’ 논쟁

까르푸 입점으로 인한 이런 교통 혼잡에 대해 충북도 김종운건설교통국장은 지난 21일 충북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까르푸는 원래 청주시 상당구 사천동에 입점하기 위해 교통영향평가를 의뢰했으나 청주시가 재래시장과의 관계 때문에 추진해주지 않아 도심에 복합 판매회사의 교통영향평가를 통해 입점하게 된 것으로 까르푸의 입점 사실을 몰랐다”고 답했다.
또한 김국장은 25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하여 “교통 영향평가 심의과정에서 대형 할인점이 들어서는 것을 몰랐고 알 수도 없었다”고 거듭 밝혔다. 까르푸가 입점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좀 더 엄격하게 규제했을 것이란 얘기다.
이를 두고 김국장이 발뺌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청주 경실련은 김국장을 비롯한 책임자들이 대형 유통업체의 입점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음에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김국장 등 책임자들의 중징계를 요구하고 나설 정도다.
이에 대해 충북도 관계자는 “대형 할인점 업체들은 교통영향평가서에 할인점이란 사실을 숨긴다. 교통영향평가가 강화되는 것을 우려해서다. 까르푸가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좀더 엄격하게 규제했겠지만 특정 건물에 어떤 시설이 들어서는 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라며 대형 할인점인 용암동 LG마트가 교통영향평가 신청 시에 개인에 의한 ‘용암프라자’라는 명의로 내세워 심의를 신청했던 사실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3개 층만 판매 시설로 쓰고 7개 층을 주차장으로 배치한 교통영향평가서 내용만 봐도 대형 판매 시설 입주를 예상 할 수 있었을 것이란 점을 들어 충북도의 ‘몰랐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시설 규모로 볼 때 대형 판매 및 영업시설로서 판매 시설에 따른 법정 주차면수는 145대에 불과한데도 주차대수를 727대로 상정한 것에서도 대형 유통업체 입점을 쉽게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란 점을 든다.

1차 심의 대형 할인점 입점 논의

이런 까르푸 입점의 사전 인지 여부를 두고 청주환경운동연합측은 26일 성명을 통해 김종운국장이 입점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지난해 4월 1차 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심의위원들이 제출한 사전검토의견에 의하면 “대형 할인매장이 들어옴으로써 발생하는 교통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보아 충북도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관계자 문책을 거듭 요구했다.
어쨌든 도심에 대형 할인점 입점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며 그를 통제할 교통영향평가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청주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는 교통영향평가의 재평가를 강력히 요청하고 있고 교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까르푸의 운영은 중단되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충북도는 부랴부랴 교통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긴급 회의를 열었지만 뾰족한 방안은 없는게 현실이다. 한번 잘못한 행정행위가 얼마나 큰 사회적 부담을 가져오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이번 사태는 분평동 E 마트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재현됐다고 하는 점에서 시민들의 분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해야 하고 까르푸도 이에 적극 동참하여 의혹 해소와 교통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 민경명 기자

“교통혼란 예견 됐었다”
본보, 지난해 옛 고속버스 터미널 부지에
대형 판매시설 허가문제 지적

본보는 지난해 10월 29일자 8면을 통해 “청주시가 교통 혼잡을 이유로 이전시킨 서문동 구 고속버스 터미널 부지에 대형 판매 시설 건축을 허가한 것은 앞뒤가 안맞는 행정”이라며 “토끼를 잡으려다 호랑이를 키웠다”는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청주 최대 간선도로와 접해 있을 뿐 아니라 청주시내 중심 상권과 인접해 있는 교통 병목 교차지점에 대형 판매 시설이 이렇게 쉽게 허가 될 수 있는 가”라는 의구심을 제기하며 터미널 이전 당시와 교통 여건이 달라진게 없는 상황에서 그 지역의 교통 혼잡 논리는 어디로 갔는가를 따졌다.
그러면서 이 보도는 터미널 보다 더 교통혼잡이 예상되는 대형 판매시설 허가 과정의 충북도교통영향평가 심의 내용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런 우려대로 구 고속버스 터미널 부지에 대형 할인점인 까르푸의 입점은 청주 시내 전역에 걸친 교통 대란을 몰고 와 충북도의 교통영향평가 심의 의결에 비난의 화살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19일 까르푸의 개장 이후 첫 주말이었던 지난 23일 까르푸 인근 도로의 정체뿐만 아니라 그 여파가 전 시내 도로까지 파급되어 대혼잡을 빚었다. 7백여대의 까르푸 주차장이 오전에 일찌감치 다 들어찬 가운데 오후 들어 물건을 사려는 소비자들의 차량이 몰리면서 무심동서로는 물론 서원대 앞까지 여파가 미쳤다.

끈질긴 까르푸의 청주입성노력

프랑스계 할인유통업체 까르푸의 청주 입성 노력은 지난 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까르푸사의 국내 법인인 한국 까르푸는 지난 97년 3월∼11월 대전, 청주, 대구 등지에 영업소 부지를 매입하면서 이들 지역에 입성을 노렸다.
청주의 경우는 상당구 사천동 일대에 부지를 매입하고 교통영향평가 심의와 허가 신청을 준비하는 등 청주 까르푸 신축을 위한 제반 행정 절차에 돌입했었다. 건축 허가를 비롯한 제반 행정 절차와 건축 설계는 청주 모 건축사사무소에서 맡아 진행했다.
그러나 한국 까르푸의 프랑스인 전 사장 베르나르 엘로아(48)씨와 한국인 전 부사장 김태영씨(37)씨가 본사로부터 투자자금을 송금 받아 이를 해외로 빼돌린 혐의 등이 드러나면서 사업이 중단됐다.
까르푸측은 이들의 혐의에 대해 서울지검에 고소했고 서울지검 외사부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전국에 수배했던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청주를 비롯한 이들 지역에 영업소 부지를 구입하면서 매입 자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까르푸 본사로부터 1540억원을 매입자금으로 송금받아 이중 340억원을 환치기 수법으로 스위스 은행에 밀반출한 혐의다.
이들은 아직 검거되지 않았지만 한국까르푸는 매입한 청주 부지에 대한 잔금 등 사후 처리를 마친 상태로 언제든 그 곳에 까르푸점을 개설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민경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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