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직원들, “어려움은 어려움 겪은 이가 잘 헤아리는 법”
영동 수재민들에게 김장김치 2톤 전달하고 위로

‘어려울 때 돕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 ‘다같이 어려운 처지이지만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 씀씀이.’

26일 하이닉스 반도체 청주사업장은 지원사업부문을 중심으로 텅텅 비어 있다시피 했다. 이날 외환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구조조정특별위원회를 개최, 하이닉스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결정하기로 한 중대한 일정을 앞두고 모두들 심란해서였을까? 그게 아니었다. 자신들의 운명을 가를 절체절명의 결정은 어차피 채권단의 손에 의해 이뤄질 일.
그들은 생사가 불분명한 위기상황에서도 자신보다 훨씬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찾아나선 터였다. 노화욱 상무를 비롯해 하이닉스 임직원들이 찾은 곳은 지난 9월 태풍 루사로 여기저기가 할퀴어 심한 생채기를 입고 아직도 악몽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영동이었다.

아름다운 사랑 나누기

동병상련이라고 경영정상화를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하이닉스 반도체 청주사업장은 이미 수해 직후에 영동을 찾아 이재민들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격려했다. 그러니 이번이 두 번째 영동행인 셈이다. 하이닉스 직원들은 이날 2000여 kg의 김장김치를 108세대의 수재민에게 전달했다.
지난 9월 봉사활동을 다녀온 뒤 컨테이너에서 새우잠을 자는 등 처참했던 수재민의 모습을 뇌리에서 끝내 지울 수 없었던 하이닉스 직원들은 이날의 영동행에 앞서 지난 15일부터 조용한 운동을 펼쳤다. ‘사랑의 배추 한포기 모으기’ 모금 캠페인이었다.
그런데 반응이 의외로 뜨겁게 폭발했다. 3200여명의 임직원들이 배추 한포기의 도매가격인 1000원씩을 선뜻 냈다. 또 경영지원조직의 팀장급 산행이 있던 지난 23일에는 즉석에서 22만7000원이 모금됐다. 하이닉스 반도체 청주사업장은 그렇지 않아도 매월 급여중 1000원 미만의 끝돈인 우수리를 모으고 있다.

우수리 모아 큰 사랑 실천

서 모아진 성금으로 정성껏 담근 김장김치를 영동지역 수재민 중 소년소녀가장, 혼자사는 어르신, 생활보호대상자 등 108세대를 선정, 세대당 20kg씩 전달하고 영동군 용산면 산저리 경로당을 찾아 사원들이 직접 사랑의 김장김치를 담가 즉석에서 전달하기도 했다. 하이닉스 우수리한사랑회는 30일에는 올 초 자매결연한 청주의 소년소녀가장 10세대와 혼자사는 어르신 3세대, 청주시 주성동의 은혜의 집(옛 사랑의 집)을 찾아 460kg의 김치와 11월치 지원금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날 사랑의 김장김치를 전달받은 수재민들은 “집과 살림살이 등 모든 것을 잃어버린 뒤 올겨울나기를 위한 김장김치를 어떻게 담가 먹어야 할 지 난감했는데 보통 고마운 게 아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손문주 영동군수도 “지역 최대의 기업인 하이닉스 반도체 임직원들께서 지난 수해로 큰 피해를 당한 우리 지역 노인분이나 의지할 데 없는 소년소녀가장 어린이들에게 큰 도움을 주셔서 뭐라고 감사의 뜻을 표할 지 모르겠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너무나 소중한 나눔”

하이닉스 임직원들이 매월 급여의 1000원 미만 우수리돈을 모아 조성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9년. 특정 불우시설과의 자매결연을 계기로 시작한 이웃돕기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데 사원들의 의견이 모아지면서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우수리 한사랑회’가 탄생했던 것. 우수리 한사랑회는 참가희망 사원들의 신청을 받아 4000여명의 임직원들로부터 우수리를 적립하고 있는데 현재 조성기금이 1억2000만원에 이른다. 올해 모두 4900여만원의 성금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하고 남은 액수가 그렇다.
우수리 한사랑회 회장인 김준수 노조위원장은 “회사가 어려울 때 지역에서 보내주신 격려와 사랑을 잊을 수 없었다”며 “어려울 때 나누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깨닫고 작은 실천을 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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