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원 천막농성 재돌입, 중재위 노사정 회의 추진

하이닉스&매그나칩 하청노조의 송전탑 고공시위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7일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죽천교 인근 높이 37m의 고압선 송전탑에 오른 하청 노조원 2명은 4일째 2평짜리 '하늘 농성장'에서 버티고 있다.

이들은 송전탑 밑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동료 조합원들이 제공하는 식사를 하고 밤에는 침낭속에서 불안한 '새우잠'을 자고 있다. 공사용 철제 판넬을 이어놓은 2평 남짓 '하늘 농성장'은 잠깐만 부주의해도 추락사고가 일어나기 안성맞춤인 위험한 공간이다. 낮시간은 주로 독서로 소일하고 있지만 전기선을 연결하지 못해 일몰시간 이후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이닉스 하청노조측은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는 조합원들의 신원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향후 사태진행에 따라 경찰의 조사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하게 비밀에 부치고 있다.

실제로 청주 흥덕경찰서는 19일 노동절(5월 1일) 시위도중 하이닉스 회사진입을 시도했던 하청노조원 11명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뒤늦게 발표했다. '고공시위'라는 극한 투쟁방식을 택한 하청노조에 대해 '칼에 칼, 눈에 눈' 식의 압박용 조치를 취한 셈이다.

하이닉스&매그나칩 하청노조는 하청지회 노조원 30여명은 송전탑아래 설치한 천막에서 교대로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조합원 원직 복직, 원청회사측의 직접 교섭'을 위해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중재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5·31지방선거 본격 선거운동에 돌입한 상태라서 도내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팔을 걷고 나서기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이원종 지사도 지난 16일부터 오는 21일까지 미국 출장 중이기 때문에 당장의 역할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하이닉스 내부사정도 다소 복작한 상황이다. 최근 LG그룹의 인수합병설이 구체화되면서 하청노조 문제를 선해결할 것인지, 덮어두고 갈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는 것. 채권단이 선임한 하이닉스 경영진이 인수합병을 앞두고 비정규직 노사문제에 어느 정도 적극성을 발휘할 지 미지수다.

하청노조 투쟁의 강성화와 장기화를 막기위해서는 일단  민·관 전문가로 구성된 중재위원회의 역할이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 17일 하청노조의 송전탑 고공시위직후 긴급회동을 가진 중재위는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노사정 회의를 추진키로 했다. 이원종 지사가 21일 귀국하면 다음 주중에 사태해결을 위한 대책회의가 열린 가능성이 높다.  

한편  LG측은 △하이닉스를 인수할만한 국내기업이 LG외에는 없다는 점 △이로인해 정부와 채권단이 결국 LG가 원하는 조건을 대폭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 △시간이 흐를수록 하청노조의 네거티브 요인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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