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여명회원 가로수화단 가꾸기·샛강 살리기 동참
지역특산물 농활사업… 자립기반구축 야심찬 계획

11일 정시지체인애호협회원들이 봉명1동 통장들과 함께 동양문화재단 앞 가로수길에 화단을 조성하고 있다. "정신지체인들이 더 이상 수혜의 대상에서 머물고 싶지 않아서 생각해 낸 것이 '가로수화단 가꾸기 사업'과 '무심천 샛강 살리기 운동'입니다. 그리고 우리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지난해부터 시작한 것이 '생뚱이들의 우리땅 밟기'죠"14일 청주시 흥덕구 사직1동 (사)충북정신지체인애호협회를 찾았을때 전찬근 사무국장(36)이 건넨 말이다. 이미 지난 11일 정신지체인 20여명이 봉명2동 통장협의회원 20여명등과 함께 동양문화재단 앞 가로수길 100여m에 화단을 조성한 바 있다. 겨우내 비닐하우스에서 공들여 키운 야생초 400여 그루를 비지땀을 흘리며 옮겨 심은 것이다.이는 정신지체인도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뭔가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협회차원에서 준비한 행사다. 마을주민들도 이날 고마운 마음을 점심식사를 나누며 표현하기도 했다. "정신지체인 하면 아직도 정신질환자로 취급하는 잘못된 사회인식이 있죠. 하지만 정신지체인은 지적능력이 조금 더디게 깨일 뿐이지 일명 '미친 사람'과는 엄격히 구분됩니다. 오히려 정신연령이 4∼5세에 영·유아처럼 순수하기 그지없습니다"전 사무국장은 '사회적 장애가 오히려 이들이 설 곳을 위협 한다'며 단적인 예로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움 학교로 선정된 충주의 N초등학교를 예로 들었다. "과연 무엇이 건강한 사회인지 교육현장을 꼬집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움만을 평가할 것이 아니라 언덕위에 있어 장애인들에겐 학습권이 보장될 수 없는 이런 학교가 진정 아름다운 학교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수혜에서 주체로 우뚝선 장애인들 ▲ 지난해 생뚱이들의 우리땅 밟기 1차원 2정대가 도계를 표시하는 안내표지판에서 다달아 기념촬영을 했다.
정신지체인애호협회는 그동안 '권익옹호와 캠페인'위주의 활동에서 지난해부터 '더 이상 복지의 대상이 아닌 주체'라는 인식개선운동을 전개해 왔다. 여기엔 '비장애우들에게 장애인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을 통해 '사회통합'을 이뤄보자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따라서 정신지체인애호협회도 '비장애인들과 똑같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 단적인 예가 지난해 4월부터 청주시 흥덕구 석소동 일원에 임대한 땅 100여평에 야생초와 대학찰옥수수, 고구마 등을 심은 것이다.

사실 이들이 농사를 지을 수 있었던 데엔 숨은 공로자 청주시농업기술센터(지도사 장석수)의 기술지원이 있었다. 특수학교를 졸업한 20대 초반의 정신지체인들이 취업이 어려워지자 생계수단으로 자신의 명패가 걸린 농산물을 일궈 수익의 100%를 배당받고 있다.

정신지체애호인협회 김순임 회장(61)은 "우리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취업이 힘들어 궁여지책으로 짜낸 일자리 사업이 바로 농활사업이다. 현재 과도기지만 앞으로 정착단계에 이르면 취업하기 힘든 우리 얘들에겐 ‘생계수단’이 될 것입니다. 물론 가로수화단 가꾸기 사업에 제공된 야생초도 우리 얘들의 땀과 혼이 배어있는 다년생 꽃나무죠."라고 말했다.

욕심만큼 할일도 하는 일도 많아
오는 6월중 우암동에서도 가로수화단 가꾸기를 할 예정인 정신지체애호인협회 전 사무국장은 "현재 기르고 있는 야생화가 발육상태가 좋지 않아 다음 달에 우암동 통장협의회와 상의해 가로수화단 가꾸기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며 "이 밖에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이 협회는 지난 3월부터 매월 셋째주 목요일을 '무심천 샛강 살리기 날'로 지정해 정신지체인들이 직접 환경정화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번 달 들어 3회째를 맞고 있는 이 협회가 그동안 수거한 쓰레기양 만 해도 50ℓ 들이 60여개 3000ℓ에 달한다. 이는 주로 율량천변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앞으로 영운천변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 지난해 8월 청주체육관을 출발, 전라도 해남 땅끝마을까지 40여㎞를 18일 동안 밟고 돌아온 정신지체인들의 국토순례단 '생뚱이들의 우리땅 밟기' 1차 원정대에 이어 올해에도 오는 7월24일부터 8월5일까지 12박13일간의 제주전역 일주와 한라산 등반이 예정돼 있다.

김 회장은 "생뚱이는 조금은 엉뚱하지만 비장애인들처럼 뭔가 해 낼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14세부터 49세까지의 정신지체인 35명과 충북도내 사회복지학과 관련 학생 신청자 35명이 1대1 짝을 지어 250km의 대장정에 오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 사무국장은 "지난해 뇌변병 1급 장애인이 완주한데 이어 올해는 의족을 한 학생도 참여한다"며 "오는 7월23일 청주 성안길에서 잘 다녀오겠다는 인사와 함께 인식전환 캠페인을 먼저 하게 된다. 지난해 우리아이들에게 큰 자신감을 심어준 만큼 올해도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

농특산물 판매망 자립기반 구축할터

   
▲ (사)충북정시지체인애호협회 김순임 회장
이 밖에도 정신지체인애호협회는 최근 들어 특수아동들을 위한 동아리 활동, 홈페이지 구축사업, 북극성 달아주기 운동, 정신지체아 지도사 양성과정 프로그램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도내 10여개 사회복지관련 대학과 장애인시설이 있음에도 전문지도사 하나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지난해부터 애호인협회 차원에서 8주과정의 전문교육과정으로 이미 70명을 배출했다.

올해도 오는 10월 개강을 앞두고 있다. 전 사무국장은 "일반학교에 다니는 우리 얘들이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이들과 어울리기 위해 PC방 게임비를 대신 내주거나 심지어 담배 심부름을 하는 경우를 봤다“며 ”이를 막아보자는 의미에서 ‘현도대’와 ‘조기축구회’의 도움을 받아 매주 목·금요일 주1회씩 청주농고와 인터넷고를 돌며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농활과 동아리 모임도 일종의 사회적응훈련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전 사무국장은 "우리 아이들은 잠재적 미아라고 합니다. 평소 연락처와 자신의 이름 주민등록번호까지 외우던 아이도 긴장을 하면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길을 헤매기 일쑤죠. 그래서 인식표인 ‘북극성 달아주기 운동’과 함께 데이터베이스화를 추진해 전국 어디서나 신원조회로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오는 7월이면 일부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정신지체인애호협회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것은 '농활사업'이다. 취업하기 어려운 20대 특수학교 졸업생들이 직접 농사지은 농·특산물을 전국15개 시·도지부에 포진된 협회를 통해 판매하는 것이다. 전 사무국장은 “우리 애들이 만든 공산품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성은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유기농 농산물을 기술지원 받아 직접재배하고 지역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면 나름대로 생계비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한살림’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전 사무장은 “괴산 대학찰옥수수, 영동 곶감, 제천 한방약초를 각 지역에서 기술지원 받아 재배하고 이 생산물을 (사)전국정신지체인애호협회 지부를 통해 판매할 생각임"을 밝혔다. 그러나 전 사무국장은 "무엇보다 농산물을 재배할 땅을 임대하거나 기술을 지원받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회장은 "우리 애들이 농활사업으로 생계비를 유지하고 자립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선 농사지을 땅과 기술 지원들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지원을 부탁했다.

한편 최순자 봉명2동 통장협의회 부회장(49)은 "사회가 수많은 장애요소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것에 큰 의미를 담고 있다. 비장애인들이 마을화단을 가꾸고 지역민들에게 아름다운 거리풍경을 선물하는 이런 좋은 사업이 확대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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