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5년 제천지역의 원로 35명이 시정 자문과 지역 여론 통합 등을 목적으로 구성한 ‘제천시정원로회’가 창립 17년 만에 해체를 결정해 주민들의 아쉬움을 샀다.
이 단체가 해체의 운명을 맞게 된 것은 그 동안 회장을 포함한 14명의 회원이 작고한 데다가 나머지 생존 회원들도 대부분 고령으로 활동에 제약이 따랐기 때문. 또한 지난 94년 지자체 실시로 인해 시의회가 출범하면서 관선 시장 중심의 시정 활동에 대한 견제 및 자문, 각종 지역 현안에 대한 분쟁 조정 등 원로회가 맡아 온 역할의 상당 부분을 의회에 넘겨주게 된 것도 원로회의 위축을 불러온 요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최근 회원들이 원로회의 명예로운 해체를 결의하자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엄태영 시장이 지난 8일 마지막 모임을 주선하고 원로들의 노고를 위로한 것을 끝으로 공식적인 활동을 종료한 것이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지역의 큰 어른들이 활동할 공간이 없어진데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명망 있는 지역 원로들을 중심으로 한 연속성 있는 시정 원로회의의 구성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했다.
주민 이모 씨(65)는 “제천시정 원로회 소속 어르신들 중에는 항일 운동과 애국 활동에 남다른 기여를 하신 분들이 많이 계셨고, 지역에 분쟁과 갈등이 발생할 때면 늘 이 분들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했다”며 “앞으로 65세 이상으로 지역 주민의 존경을 받는 명망가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원로회가 구성돼 경륜있는 어른들의 의견이 시정에 반영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에 대해 시정원로회 부회장으로 활동해 온 윤합갑 옹(92)은 “예전에는 원로들이 활동할 만한 여건이 갖추어져 기관장 등이 부임할 때도 제일 먼저 원로회를 찾아 인사를 할 정도로 존경을 받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며 “지방자치 시대일수록 지역 원로들의 조정과 통합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한편 제천시정 원로회는 지난 8일 해체와 함께 130만원의 잔여 기금을 경로당 유류 성금으로 기탁해 주민들에게 귀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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