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3, 한나라 4, 민노 3, 무소속 2명 등 도내 지역구 여성 후보 12명
“여성총리 시대인데 여성 의원 나와야 소리 들으면 힘 불끈”


각 정당의 공천 결과 충북도내 여성후보들의 낙점 비율이 절반을 넘어 섰다. 당초 16여명의 여성 예비후보자 중 공천을 받은 사람은 광역·기초 합쳐 10명. 열린우리당은 여성 예비후보 5명 중 3명, 한나라당은 8명 중 4명, 민주노동당은 3명 모두를 공천했다.

도내 여성계는 공천을 앞두고 각 정당에 약속대로 여성 후보 30% 할당과 비례대표 1순위 여성 후보 배정을 여러 차례 요구했다. 정당들이 각종 토론회 등에서 기회있을 때마다 이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여성계 인사들은 한나라당충북도당을 방문하고 여성 후보 30% 공천 약속을 지키라며 거세게 항의한 바 있다. 여성계는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제를 적용한 공직선거법이 일부 정치인들의 ‘자기사람 심기’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나타났다며 안타까워했다. 여성후보와 여성계 역시 지방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 입장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세상이 바뀌었다”

현재 선거판에서 뛰고 있는 충북지역 여성 후보는 무소속까지 합쳐 12명. 공천이라는 ‘예선전’을 무난히 거치고 ‘본선’에 뛰어든 여성후보들은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유독 여성후보들에게 ‘자질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고 ‘여성이라고 다 여성후보냐’는 잣대를 들이대는 현실 속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한 후보는 “술집이고 어디고 유권자들이 있는 곳이면 다 찾아간다. 거칠지 않으면 선거판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하지만 유권자와 접촉하는 부분은 할 만하다. 오히려 정당과의 관계나 선거브로커들 때문에 힘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여성후보들은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여성총리 시대인데 우리 지역에서도 여성 의원들이 나와야 한다며 열심히 하라고 덕담을 건네는 유권자들도 많다. 옛날 같으면 어림없는 소리 아닌갚라며 “이런 시민들을 만날 때마다 힘이 불끈 솟는다”고 말했다.

광역의원에 출마한 열린우리당 정지숙 후보(59·청주 2)는 ‘대한민국에는 한명숙 총리, 서울에는 강금실 시장후보, 충북에는 정지숙 도의원 후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충북이 낳은 사회복지전문갗를 강조하고 있다. 이미 도의원 선거에 몇 차례 출마했다 낙선한 경험이 있는 그는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청주시 부녀아동상담소장과 충북도 여성복지과장을 역임, 사회복지분야에 밝다는 것을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정 후보는 또 동사무소 서기에서 도청 과장까지 30년 재직기간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며 사회복지 및 행정전문가를 의회로 보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여성고용 증대 및 여성정책 수립, 직장 보육시설 확충 및 직장내 쉼터 설치, 장애인 고령자에 대한 사회적 제도 장치 마련, 학령기 아동보호와 교육지원·급식조례 제정, 사회복지제도 강화 등이 공약. 정 후보는 현재 열린우리당 충북도당 사회복지특별위원장, 청주여상 총동문회장, 금천동 주민자치위원 등을 맡고 있다. 또 청주 제4선거구에서는 전미영·양영순 두 여성 예비후보 중 한 명이 공천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여론조사 결과 남성인 한기환씨가 최종 공천권을 따내 두 후보 모두 문턱에서 좌절당하고 말았다.

충주시 기초의원에 출마한 열린우리당 허영옥 후보(49·충주 사)는 15년 동안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자연스레 아동·여성·노인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을 상대하다보니 교육문제는 물론 어머니들을 통해 여성문제에 눈뜨게 됐고 노인문제까지 생각하게 됐다. 어머니의 강함과 실천력으로 복지문제를 꼭 해결하고 싶다”며 ‘복지 충주’를 강조했다. 허 후보는 충북민간어린이집 도연합회 부회장과 전국 민간어린이집 운영위원장, 단비어린이집 원장을 맡고 있다.

여성후보, 사회복지 관심집중
이어 열린우리당 이혜영 후보(49·보은 나)가 보은군 기초의원에 출마했다. 이 후보는 광역과 기초를 모두 합쳐 보은지역 최초의 여성후보다. 농협 경력 23년을 가진 그의 현재 직함은 남보은농협매화지소장. 이 후보 말이다. “군의회에서 활동하려면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 농협에 있을 때 여성복지과장을 20여년간 했는데, 이 때 농민과 여성을 많이 상대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든 농촌에서 노인복지에 관심을 많이 쏟고 친환경사업 개발과 관광 보은을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 특산물단지가 많은 보은을 명품화해서 잘 사는 보은을 만들고 싶다. 여성후보에 대한 적대감도 많이 해소됐고 농협 재직시 이름이 많이 알려져 해볼 만하다.” ‘변화하는 보은, 실천하는 여성’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그는 현재 민예총 보은지부 부지부장, 보은군 풍물연합회 부회장,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광역의원 선거에 도전장을 낸 한나라당 정윤숙 후보(50·청주 5)는 자민련 비례대표 의원으로 7대 의회에 들어갔다가 이번에 지역구 출마를 결심했다. 자민련과 한나라당이 통합하면서 한나라당 당원 신분이 된 그는 ‘충북도의 새로운 역사, 정윤숙과 함께 시작되고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개발했다. 청주 제5선거구는 역시 현역 도의원인 김정복 의원과 을 놓고 경쟁을 벌여 화제가 된 곳. 공천을 받지 못한 김의원은 현재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정 후보는 우정크리닝(주)을 충북의 대표적인 세탁업체로 키운 노하우와 충북여성경제인협회장을 역임한 경력을 살려 ‘경제전문갗를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중소기업활성화·일자리창출·건전한 소비문화 대책을 가장 먼저 내세웠고 이어 보육시설과 노인복지시설 확충·방과후 아동들에 대한 보호 및 교육시스템 구축, 여성의 취업시장 확대, 소외계층 문화향유권 향상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도의회에 들어가 여성운동가가 됐다는 그는 또 “충북도 예산 중 여성과 노인, 아동을 합친 것이 4%에 불과하다. 예산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영유아보육조례를 제정해 여성의 경제활동을 돕고 모유먹이기운동, 셋째자녀 양육비 대폭 지원 등에 힘쓰겠다. 아이의 양육문제가 해결돼야 여성도 남성도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충남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충북지방노동위원회 위원, 노사정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중소기업 경영부문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청주에서 5명, 충주에서 4명 출마
신태도(55·청주 자) 한나라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은 가경·강서·복대2동에서 한나라당 기초의원 공천을 받는데 성공했다. 신 후보는 오랫동안 통장협의회장, 주민자치위원, 자율방범대 고문, 복대2동 부녀연합회 고문 등으로 활동하며 복대2동의 ‘터줏대감’으로 불려왔다. 신 후보가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우리 고장의 따뜻한 손, 우리 고을의 신형엔진’이라는 것. 크고 작은 동네 일에 나서 ‘약방의 감초’라는 닉네임이 붙은 그는 당내에서 도당 여성 부위원장, 정책개발위원 직함을 갖고 있다.

“그동안 여러 단체를 통해 봉사활동 하면서 그 봉사의 폭을 넓히고 싶은 소망과 육아·청소년·노인·여성 등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이에 대한 경쟁력을 우리 고장 발전을 위해 쏟아붓고 싶다”며 의욕을 불태우는 그는 이미 시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한 경험이 있다. 신 후보의 공약은 여성 일자리 창출 및 육아·청소년·노인복지 향상, 가경천변 공원화 사업 추진, 복대2동 도서관 건립 등.

이외에도 한나라당에는 김기자(44·충주 라)·김경숙(60·충주 바) 후보가 뛰고 있다. 충주시에서는 현재 4명의 여성이 기초의원에 출사표를 던졌다. 열린우리당의 허영옥 후보와 한나라당의 두 후보, 현직 의원인 권순옥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어느 때보다 많은 여성이 선거판에 등장했다.

한편 민노당 충북도당은 공천 신청자 3명 모두를 낙점했다. 먼저 정남득 후보(35·청주 자)는 한나라당의 신태도 후보와 같은 지역구에 나란히 출마했다. ‘청주 똑순이’를 전면에 내건 정 후보는 ‘아이키우기 좋은 동네’를 약속했다. 단국대를 졸업한 그는 금속노조 월드텔레콤지회 사무장, 영동부군수 성희롱사건 공동대책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민노당 충북도당 여성위원장이면서 청주여성회(준) 회장을 맡고 있다. 월드텔레콤 노조 사무장 시절, 어느 날 회사가 기계를 중국으로 빼돌렸을 때 청주시내로 나와 억울한 사연을 알리는 등 전면에 서서 투쟁한 그를 사측에서는 가장 ‘무서워’ 했다는 일화가 있다.

정 후보의 말이다. “7살배기 우리 아들은 5살짜리 여동생과 함께 밥을 먹으며 엄마를 기다린다. 김치를 안 먹으려는 동생에게 김치를 먹이고 물도 먹였다고 자랑한다. 아들이 대견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프다. 회사다닐 때 6개월짜리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서 엄청 고생했다. 남편과 내가 야근을 할 때면 아이는 혼자 책상다리를 잡고 걸음마 연습을 하곤 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일하는 여성이 야간에 아이 맡길 데가 없어 고생하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그래서 이런 현실을 아는 사람이 의회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보육조례 제정운동, 동마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우리 농산물을 위주로 한 급식조례 제정, 동마다 보건지소 설치, 보건소에 치과전문의 배치 등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아이키우기 좋은 사회’ 주장
또 역시 민노당 기초의원에 출사표를 던진 두지연(27·청주 나) 후보는 ‘아파트 지원조례 두지연이 하겠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지역구를 파고들고 있다. 도내 최연소 후보인 그는 충북대 사회학과를 중퇴하고 지난 2002년 민노당 학생위원회에 들어가면서 정당과 인연을 맺었다. 3살짜리 아이 엄마이기도 한 두 후보는 “결혼과 출산을 겪으면서 보육은 온전히 여성의 몫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구조적인 변화가 없는 한 여성의 지위향상도 어렵다는 것을 알고 의원이 되기로 결심했다. 일을 하고자 하는 의원이 의회로 간다면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젊기 때문에 많이 배워야 한다는 그는 결혼 후 여성운동가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아파트 지원조례가 제정되면 관리비가 내린다. 이 조례 내용은 어린이놀이터와 경로당 보수, 하수도 준설, 보안등 정비 등을 지자체 예산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이미 전국 32개 기초 지자체에서 시행중에 있다. 세금 만큼 혜택을 찾아야 하고, 이를 실현할 것”이라는 게 두 후보의 말. 정남득 후보와 비슷한 내용을 공약으로 내건 그는 또 주민참여예산제 실시로 주민들이 원하는 일에 먼저 예산을 집행하고 주민소환제로 부패하고 무능한 공직자 퇴출, 청주시예산 시민지킴이 조직으로 부정부패 감시 등을 약속했다.

한겨레신문 증평지국장·열린증평시민신문 취재부장을 역임하고 증평기별 대표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민노당 신경자 후보(40·증평군1)는 광역의원에 출사표를 던졌다. 두 아이의 엄마인 그는 남성의원들에게 여성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조르고 싶지 않고, 여성들에게 육아와 가사부담을 덜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증평군수의 오만과 독선을 심판하고 주민참여행정을 구현하고 싶다는 것. 서민이 웃는 증평·속이 꽉찬 복지충북, 영세상인 보호 육성 및 재래시장 활성화, 급식시설지역 농축산물소비 쿼터제 제정, 탁아방·탁로소 24시간 운영, 보육조례·주민참여조례·공동주택지원조례·환경관련 조례 제정 등이 신 후보의 공약사항.

이번 선거 여성후보는 청주 5명, 충주 4명, 보은 2명, 증평 1명으로 나타났다. 보은과 증평지역은 역대 여성의원도 없지만 본선거에 출마한 후보도 없었다. 이런 부분에서는 진일보한 면이 있지만 옥천·괴산·제천·음성 등 지역에서는 아직도 여성후보라는 단어조차 없다.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라는 점과 21세기는 여성시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성들이 자치단체장에도 도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리고 각 정당에서는 남성후보를 영입하듯이 경쟁력있고 자질있는 여성후보를 영입하라는 게 여성계 요구다. 지난 2002년 지방선거 때보다는 여성후보가 늘었지만 여성의 정치세력화라는 대명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부족한 것이 충북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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